어린 유진을 정성껏 키워준 미국인 아범은 선교사 요셉이었다. 아비의 죽음을 목도하고 어머니는 자신의 목숨을 던져 어린 유진을 구했다. 그렇게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인 유진이 될 수 있었던 결정적 역할을 했던 요셉은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자객의 소행으로 여겨지는 요셉의 죽음은 모든 것을 뒤틀리게 만들었다.
사진 속 애신의 아버지;
요셉의 죽음이 몰고 올 불안한 나비효과, 구동매 궁지로 몬 이완익의 꼼수
유진과 애신은 바닷가 여행을 갔다. 태어난 단 한 번도 이렇게 멀리 나와 본 적 없는 애신은 한없이 행복했다. 그저 유진과 함께 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행복한 애신에게 그 모든 것은 새롭고 진귀한 풍경의 연속일 수밖에 없었다. 처음 보는 바다와 처음 먹어보는 통조림 그 모든 것이 신기해서 즐거운 애신은 그래서 슬프다.
선교사 요셉에 의해 미국에서 버틸 수 있었던 유진. 위대하고 고귀하다는 의미를 담은 유진은 그렇게 한국에서는 천대 받는 종의 아들이었지만, 미국에서는 스스로 이겨내 유진이 되었다. 가난한 선교사는 매일 상처를 입고 들어오는 어린 유진을 위해 약을 사고, 먹이는데 집중했다. 그렇게 어린 유진의 아버지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요셉이다.
쿠도 히나의 본명은 이향화다. 이완익의 딸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자신이 원하지도 않는 나이든 일본인의 후처가 되었다. 온갖 탐욕에 집착하는 괴물인 이완익에게는 모든 것은 자신의 이익에 집중되어 있다. 조선도 이완익에게는 자신에게 어떤 이익이 되느냐가 중요할 뿐이었다.
탐욕이 커지면 커질 수록 적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완익은 공공의 적일 수밖에 없다. 딸마저 복수를 다짐하는 자는 더 큰 욕심을 내기 시작한다. 넘어서면 안 되는 금기의 길을 걸어서기 시작했다. 더는 돌이킬 수 없는 길에 유진과 애신의 아버지가 존재했다.
애신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죽인 존재는 바로 이완익이었다. 일본에 유학을 간 애신의 아버지는 그곳에서 의병 활동을 하다 배신자에 의해 사망했다. 부모의 얼굴도 모르는 갓난아이로 할아버지에게 온 애신은 그렇게 그리움만 키우고 있을 뿐이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아버지를 사진으로 접한 애신의 감정이 폭발하는 것은 당연했다. 단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함안댁을 통해 질릴 정도로 들었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그 이야기 속 아버지를 애신은 보게 되었다. 유진이 가지고 있는 사진 속 4명의 남자. 그 중 자신의 아버지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애신은 그립고 그리웠다.
친구이자 동지를 배신하고 부귀영화를 꿈꾸었던 자는 아편쟁이로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가 이완익의 지시를 받고 한성으로 돌아왔고, 유진의 방을 뒤지다 붙잡혔다. 그의 물건들 속에 있었던 사진 한 장.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던 이 사진 뒤에 적힌 이름 속에 애신의 아버지도 있었다.
이완익의 꿈은 원대하다. 이등박문의 밑에서 조선을 모두 차지하고 싶은 욕망이다. 통변하다 미국보다 일본이 더 잔인하다는 사실을 알고 일본에 집중한 이완익은 판을 읽는 눈이 뛰어나다. 누구보다 처세와 상황 인식이 빠른 그에게 조선은 언제 망하느냐만 남아 있을 뿐이다.
미군의 통변을 하던 역관 시절에도 이완익이 간과한 것은 있었다. 미군과 맞서 싸운 의병들이다. 그들이 왜 자신이 패배하고 죽을 수밖에 없는 싸움에서 도망치지 않고 마지막까지 결연하게 싸웠는지 이완익은 알 수 없었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아 했다.
일본의 앞잡이가 된 뒤에도 그의 사고 체계에서 의병은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저 자신에 반하는 자들을 없애는 것에만 집착하는 그는 자신의 안위와 탐욕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대한제국의 황제마저 두려워하지 않는 이완익에게 거칠 것은 없었다.
조용하던 고사홍 대감은 서신을 보냈다. 하지만 이 서신들은 이완익 손에 들어갔다. 한성의 모든 것을 통제하는 자가 바로 이완익이었다. 이등박문을 뒷배로 두고 조선의 양반들마저 줄 세운 이완익은 그게 행복이었다. 가난한 중인의 아들로 태어나 외국어 공부를 해서 기회를 잡았던 이완익은 출세에 집착하고 있었다.
탐욕스럽게 모든 것을 가져도 행한 그의 마음은 그렇게 헛헛함으로 가득할 뿐이었다. 자신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탐하기에 급급한 이완익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이들을 우습게 봤다. 그 누구도 자신의 위세를 넘어설 수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완익의 눈에 김희성이 들어왔다. 그의 아비인 김안평이 의도적으로 만든 상황극은 이완익의 탐욕을 부추겼다. 한성 최고 부자인 김안평의 아들 김희성을 자신의 딸 향화의 남편으로 삼으면 그 재산 역시 자신의 것이 될 것이라는 확신 때문에 말이다. 그 끝이 없는 욕망은 그렇게 자신의 발목을 붙잡기 시작하는 것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
희성은 탐욕스런 할아버지를 참지 못해 일본으로 도피했다. 맞서 싸우지 못하니 그렇게 피하고 싶었다. 그렇게 10년이 훌쩍 넘어 한성으로 돌아왔지만 변한 것은 크게 없다. 그저 후회만 남겨져 있었다. 자신의 정혼자가 애신이라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게 되었다는 후회 말이다.
고사홍 대감은 희성을 찾아 이제 애신을 데려가라 한다. 그런 고 대감에게 자신은 그 여인이 싫다고 구구절절 이유를 대지만 모두 거짓이었다. 너무 사랑스럽지만 이미 다른 남자에게 마음을 두고 있는 애신을 강제로 품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고 대감이 희성과 정혼을 하게 한 것은 애신을 지켜주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확신은 더욱 강렬하게 일기 시작했다. 그만큼 조선, 아니 대한제국이 위태로워지고 있으니 말이다.
우체사가 통제되고 있음 깨달은 것은 너무 늦었다. 우체사를 통제한 채 자신이 원하는 모든 정보를 얻고 있는 이완익. 그런 사실을 뒤늦게 편지의 소인에 찍힌 날짜를 통해 누군가 우편물을 통제하고 있음을 유진은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걸 깨닫는 순간 자신의 아버지와 같았던 요셉이 죽은 채 실려 왔으니 말이다.
제물포 자객들이 있는 곳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는 요셉. 그의 피 묻은 손에는 어린 유진이 정성껏 깎아 만든 나무 십자가가 있었다. 가난한 선교사로 아버지로 유진을 보살폈던 요셉은 그렇게 죽은 채 유진과 대면하고 있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이는 무섭다.
기억 속 어딘가 모호한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던 아버지를 사진을 통해 확인하고 오열 했던 애신. 자신의 아버지나 다름 없었던 요셉의 죽음 앞에 오열 하는 유진. 두 사람은 아버지를 잃었다. 이는 그렇게 그들에게는 동력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모든 복수의 칼날은 이완익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동매는 이완익의 꽃놀이패가 된다. 그렇게 미국인을 죽인 이를 고 대감의 짓으로 꾸미고 의병들을 미군의 손으로 쓸어버리려는 이완익의 꼼수는 불안과 공포를 가득하게 만든다. 의병을 이끄는 황은산은 조직의 틀을 알고 있는 유진에게 불안함을 느꼈다.
조선인이지만 미국인인 유진. 그가 어느 편인지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애신과 함께 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그리고 자신을 찾아오는 횟수나 주막집이 어떤 용도인지도 알고 있는 유진은 불안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황은산이 어떤 인물인지 모르는 애신과 달리, 유진은 이미 의병 조직을 꽤 뚫고 있었다.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게 된 사람들. 그들은 그렇게 각자의 길 위에서 서로가 바라보는 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사랑과 복수, 그리고 나라를 구하려는 대단한 의지까지 모두 혼재된 세상 속에서 이들은 과연 무엇을 얻을 수 있었을까? 두 아버지의 죽음은 더는 물러설 수 없는 상황들을 만들었다. 자신을 불꽃으로 태워버릴 수밖에 없는 이들의 운명은 이제 거칠게 시작되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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