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전개로 몰입도를 높인 <마스터 국수의 신>은 흥미롭게 이어졌다.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빠르게 이어지는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복수를 해야만 하는 당위성은 공고하게 구축되었다. 세상 그 누구와 비견해도 악랄한 김길도의 인생여정의 끝에는 주인공 무명이 존재했다.
타고난 악마 김길도;
인생을 통째로 바꾼 악마 김길도와 부모를 잃고 복수를 위해 버틴 무명이 운명적 만남
세상 어디에도 이렇게 악랄한 존재는 없었다. 어려서부터 거짓말이 일상이 되었고, 폭력에 길들여진 그에게 삶이란 오직 자신을 위한 인생 외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도망친 자신의 어머니를 대신해 아버지에게 잔인한 폭행을 받아야만 했던 김길도는 성장하면서 제대로 복수를 했다.
김길도에게 살인은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다. 자신을 평생 폭행하며 버텨왔던 아버지를 눈이 오던 어느 날 죽인 후(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그렇다고 보이는) 그의 인생에서 살인은 자신의 행복을 위한 도구로서 유용하게 다가왔다. 어린 김길도는 모든 것이 부러웠다.
서울대를 다닌다는 이유로 얼굴도 엉망인 애가 예쁜 여자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그의 신분증을 훔쳐 서울대생으로 변신해 그가 누렸던 삶을 즐기기도 했다. 카멜레온처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서는 완벽하게 변신하는 길도는 무모한 일까지 서슴지 않았다.
권력에 취한 군인들이 세상을 지배하던 독재 시절. 장군의 집에 입주 가정교사로 들어간다. 엄청난 돈을 아무렇지도 않게 툭 던지는 그를 보고 길도는 집안을 뒤지기에 여념이 없다. 그의 목적은 언제나 그랬기 때문이다. 액자 뒤에 있던 금고를 찾고 그 안에서 엄청난 돈을 꺼내는 순간 자신을 목격한 가정부를 잔인하게 죽인 후 아무렇지도 않게 도망친 김길도의 인생은 언제나 그렇게 위태롭기만 했다.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프랭크 애버그네일처럼 자신이 탐내는 모든 이들로 변신을 거듭하며 살아가던 김길도는 다시 한 번 운명과 마주하게 된다. 호텔에서 나오던 길도는 그 앞에서 소태섭을 마주친다. 입주 가정교사로 들어가 살인 강도를 저질렀던 그 집의 주인 소태섭 말이다.
별을 달고 있는 정치군인 소태섭은 길도를 보자마자 그를 향해 총을 쏜다. 비록 공포탄만 들었던 총이라 죽지 않았을 뿐 놀라 도망치기에 바쁜 길도는 그렇게 산으로 도주했다. 운명은 그렇게 조금씩 무명이가 된 순석의 운명을 잔인하게 만들어가고 있었다.
국수에 미친 순석의 아버지 하정태는 오직 자신이 고민하던 '궁중 꿩 메밀국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집에 나타난 길도. 그렇게 만나지 말아야 했던 인연은 시작되었다. 정태에게 국수를 배우기 시작한 길도는 눈썰미가 좋아 쉽게 기술들을 익히기 시작했다.
숨을 곳이 필요했던 길도는 그곳에서 마음 좋은 정태에게 국수 만드는 법까지 배우며 간만에 편안한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유명한 국수집인 '치면 식당'에서 국수 맛을 보자는 정태의 제안은 애써 숨죽이고 있던 악마의 본능은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국수를 먹던 길도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눈이 번쩍 뜨였다. 엄청난 돈을 버는 '치면 식당'에 예쁜 딸이 있다. 그녀와 결혼을 하게 되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에 그는 잔인한 결정을 한다. 길도가 살인마라는 사실을 알고도 숨겼던 정태는 그렇게 절벽에서 떨어지는 운명이 되고 말았다.
자신을 죽일지도 모르는 상황에도 인간을 믿었던 정태와 달리 길도는 거침이 없었다. 그렇게 정태를 죽였다고 생각한 길도는 정태의 신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치면 식당'의 후계자가 된다. 정태가 오랜 시간 어렵게 만들어왔던 '궁중 꿩 메밀국수'까지 훔친 그는 원하는 모든 것을 얻었다.
절벽에서 떨어져 겨우 목숨을 구한 정태는 마음씨 좋은 여인과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으며 행복하게 살았다. 악마 길도를 다시 만나기 전까지 말이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남편을 위해 하정태로 이름까지 바꿔 살아가는 그를 찾은 것이 잘못이었다. 남편의 삶을 알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그녀는 그렇게 죽음의 나락에 빠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독이 든 국수를 먹고 쓰러진 가족. 그들에게 기름을 뿌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불을 내는 길도. 그는 그렇게 잔인한 악마였다. 죽기 직전 아버지의 도움으로 겨우 목숨을 구한 순석이는 경찰서가 아닌 고아원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무명이라는 이름으로 버티며 살아간 그는 성인이 되어 자원봉사를 나온 악마 김길도와 마주한다. 결코 잊을 수 없는 그 잔인한 악마와 마주한 무명이. 그렇게 복수는 다시 시작되었다.
첫 회 마치 마지막까지 정리하듯 빠르게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군더더기 없이 흘러가는 이야기는 분명 매력적이었다. 복수를 해야만 하는 분명한 이유가 존재하는 복수극은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타고난 악마에 대항해 싸우기 위해 스스로 악마이기를 망설이지 않는 무명이의 변신은 그래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타고난 악마인 조재현의 등장은 역시 흥미롭다. 그리고 그의 아역을 담당했던 바로의 연기도 흥겨웠다. 이렇게 짧게 출연하고 사라지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바로의 선택도 옳았다. 폭풍 같았던 전개로 잔인한 복수극의 서막을 연 <마스터 국수의 신>은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했다. 현재의 판도에서 입소문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영리한 선택이었고, 그 선택은 곧 높은 시청률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과연 역대 최고의 악당 조재현을 타도하기 위한 이야기에 시청자들이 얼마나 호응할지 기대된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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