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전개다. 물론 TV 생방송 과정에서 범인과 형사가 게임을 주고받고, 살인 현장이 등장하는 것은 의아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범인은 존재하지만 그를 추적하는 것이 쉽지 않다. 누가 범임인지 추리해볼 수 있으면 해 보라는 작가의 패기마저 느껴진다.
실제 현실에서 나오기 어려운 설정이라는 점에서 다소 당황스럽게 다가오는 측면도 있다. 과하게 감정을 소모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것도 아쉽다. 감정 소비를 촉진시키려는 과한 몰입은 작가의 심리 상태이기도 할텐데 아직까지는 선을 넘나들며 잘 이끌고 있기는 한데 불안하기도 하다.
<마우스> 5회의 모든 것은 이희준이 연기하는 고무치의 원맨쇼였다. 생방송에 나와 범인이 제기한 문제를 푸는 과정과 대반전을 이끌며 한국이가 아닌, 희생자는 다른 누구도 아닌 고무치의 친형인 고무진이라는 사실은 극을 더욱 흥미롭게 이끌었다.
이 과정을 통해 범인의 윤곽은 더욱 명료해졌다. 과거 '헤드헌터 연쇄살인마'의 경우 기분내키는대로 상대를 골라 살해했다. 하지만 새로운 연쇄살인마의 경우는 상황이 좀 다르다. 그가 노리는 것은 바로 분노하지 않는 이들이다.
범인은 성서에 나오는 7대 죄악을 언급했다. '탐식, 탐욕, 나태, 음란, 교만, 시기, 분노'라는 7가지 죄악을 저지르지 않으려는 이들에 분노했다고 주장했다. 왜 음란에 빠지지 않았냐며 홀로 어린아이를 키우는 여성을 살해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인해 먹방을 찍으면서도 방송이 끝나며 뱉어내는 거식증 환자였던 대학생에게는 왜 탐식하지 않았냐며 질타했다. 비정규직 청년을 살해한 이유는 그가 나태하게 살았다면 죽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궤변도 쏟아냈다.
자신의 전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노숙자로 살아가던 김성규 회장을 죽인 이유는 탐욕을 부리지 않았기 때문이라 주장했다. 복싱 도장에서 사망한 피해자의 경우는 분노하지 않은 죄다. 누나가 억울하게 죽었는데 이에 분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치국은 교만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자신이 좋은 일을 하고도 친구 덕으로 돌렸다는 이유다.
7대 죄악을 저지르 않아서 죽였다는 범인의 주장은 피해자의 제보로 알려졌다. 모델 지망생인 여성이 아르바이트 중 범인으로 추측되는 자가 칼을 들이대며 먹으라고 강요했다고 한다. 피해자는 두려워 정신없이 먹었고, 어느 순간 범인은 사라졌다는 것이 피해 여성의 주장이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살해했다는 의미다. 범인은 살해하기 전 각각에게 새긴 죄명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라고 강요하고 이를 거절하면 죽였다고 볼 수 있다. 이를 거부하는 이들을 잔인하게 죽이며 이들의 손가락을 꺾어 십자가를 가리키도록 강요했다.
<마우스> 5회는 이 사실을 밝혀내는 과정에서 고무치와 범인간의 대립 관계를 극대화했다. 여기에 기레기라고 불리는 기자가 개입하며 사건을 희화화하고 이를 수익으로 바라보며 공격하는 모습들은 추악함을 넘어 역겨움으로 다가왔다.
특종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감정 따위 신경도 쓰지 않는 기레기의 행태를 보면 그 역시 사이코패스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는 그가 범인일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범인이 아니라면 동조자이거나, 혹은 잔인한 살인마가 될 수도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이번 생방송 과정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아이가 납치되었고, 어떻게든 아이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음성 변조로 고무치를 자극하고 조롱하는 모습은 경악스러웠다. 음성 변조되어 시청자라고 주장한 자가 누구인지 나오지 않았지만 정황 증거로 보면 언제든 살인마가 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다.
아이를 구해야 하는 절박한 순간에 SBC 방송사에서는 형사와 해당 방송사가 조작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특종을 위해서 경찰이 확보한 지하철 CCTV 영상까지 강탈하려는 시도까지 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아이를 살리기 보다 자신들의 이익이 우선인 자들의 행태는 언론의 역할에 대한 의문을 표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는 무치의 형이 살해당하는 상황을 그대로 송출한 OBN 부장의 행태를 봐도 우리 사회 악은 결국 특종에 눈먼 언론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범인은 이 판을 모두 짰다. 철저하게 계산된 과정이었다. 어떤 방식으로 바름이 가짜 상황극을 만들어 상황을 조작할 것인지 알게 되었는지 의문이기는 하다. 예고편에서 슬쩍 요한이 훔쳐보는 장면이 등장하지만 이 모든 것이 미끼일 수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이 모든 것은 철저하게 계산되었고, 어린 아이인 한국이는 미끼였다. 그를 통해 시선을 다른 곳으로 쏠리게 하고 범인이 노린 것은 고무치였다. 그이 형을 살해하고 그가 분노하게 만듦으로써 소기의 성과를 올리겠다는 계산이라고 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지하철 보관함에 한국이가 넣은 봉투 안에 있던 파일이 의미하는 바다. 방송 전에 이미 준비된 과정 속에서 무치의 형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것이었다. 분노하지 않은 자에 대한 벌이라며 범인이 저지른 이 범죄는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굳이 지하철 보관함에 의도적으로 망가트려 힘겹게 복원하게 만든 영상이 정확하게 뭔지도 모호하다. 생방송처럼 중계되는 과정이 담겼다면 이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게 되니 말이다. 이미 벌어진 사건을 녹화해 보낸 것이 아니라 생중계되었다면 그 USB의 용도는 모호해지니 말이다. 그저 주파수를 맞추는 용도라고 보기도 이상하다.
"내가 신이야"
라며 피로 벽에 쓴 글귀는 이 범인이 이제 미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구도 자신을 알 수 없고, 그래서 자신의 범죄를 막을 수 없다는 확신에 찬 문구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분노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해했다는 것은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
당연히 복수를 해야 하는데 복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자들은 죽어도 된다는 식의 논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동안 자신도 그런 복수를 하지 못했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다. 그중 하나는 갑작스럽게 사라진 대니얼 리다.
사망했다고 추측을 하고 있을 뿐 그가 정말 죽었는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오히려 대니얼이 이 모든 판을 짜고 복수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만든다. 여기에 한서준의 아들인 요한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여전히 안개속에 싸여있는 <마우스>는 제대로 된 실체가 보이지 않는다. 5회 만에 많은 이들을 멘붕에 빠트린 이 드라마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중일까? 범인이 노골적으로 선전포고를 했다는 것은 이제 더는 물러서지 않고 광적인 분노를 표출하겠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노골적으로 요한이 범인이라고 요구하는 제작진. 이는 낚시라는 것이 분명해 보이지만, 모든 정황은 오직 요한만 노리고 있다. 살해하는 과정에서만 얼굴이 등장하지 않을 뿐 중요한 상황에서 언제나 요한이 존재한다. 이제 그가 정말 범인인지 추적하는 시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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