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하드 업체의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 현행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많다. 물론 문제의 사건이 터진 후 보완을 하고, 더는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불법 동영상이 유통될 수 없는 환경이 되었다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그동안 불법 동영상이 유통되던 웹하드가 법 강화로 불가능해지자 N번방이 만들어져 그 통로가 바뀌었다. N번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제2의 '소O방'이 만들어지는 등 여전히 이 불법 동영상은 사라지지 않는다. 소비가 있으니 공급이 존재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모범택시> 7회는 고은의 언니 이야기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 피해자였고, 그렇게 끔찍한 고통 속에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고은의 분노와 고통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을 대비도 하지 못하고 마주한 도기 역시 분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은밀하게 문제의 '유데이터'에 들어가 핵심 부서인 전략기획실에 입성했다. 그곳에 들어간다는 것은 이 집단에서 최고의 자리에 들어서게 된다는 의미다. 이는 곧 문제의 핵심에 다가설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마주한 것은 고은의 언니 불법 동영상이었다.
문제는 상황을 공유하고 있던 고은이 문제의 파일을 봤다는 것이다. 본부는 엉망이 되어버렸고, 고은은 자신의 집에 숨은 채 고통에 몸부림을 쳐야만 했다. 5년 전 고등학생 시절 고은에게 언니 정은은 희망과 같은 존재였다.
유명 대학에 다니는 예쁜 언니는 모두에게 자랑하고 싶은 존재이기도 했다. 그런 언니가 학교 앞을 찾아와 회식을 하고 많은 사진을 찍었다. 언니가 하고 다니던 탐나는 가방도 주겠다는 행동이 그저 반갑고 행복하기만 했던 고은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하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다음날 집에 돌아오던 길 고은은 언니의 죽음과 마주해야 했기 때문이다. 왜 손톱에 반창고를 붙였는지 뒤늦게 알았다. 자신의 남자 친구와 함께 했던 소중한 시간이 불법 동영상으로 퍼졌기 때문이다. 남자 친구인 주조빈이 휴대폰이 고장 나 맡겼는데 그때 유출된 거 같다며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학교에서 이상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들. 알고봤더니 불법 동영상 때문이었다. 이날 이후 문제의 동영상을 제거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끊임없이 소통되는 이를 삭제하는 것은 힘들었다. 그렇게 매일 집착하다 손이 모두 엉망이 되어 반창고를 붙이지 않으면 안 될 정도가 되었다.
경찰에도 찾아갔지만 소극적인 태도만 보일 뿐이었다. 안됐지만 어쩔 수 없다는 식의 경찰의 행동에 실망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마지막으로 찾을 수밖에 없는 사법기관에서 이런 식의 대응으로 일관한다면 피해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사라지지 않는 불법 동영상은 그렇게 고은의 언니를 집어삼키고 말았다. 언니가 사망한 후 그 이유를 알았고, 고은이 언니가 하던 행동을 했다. 그리고 그 집착이 너무 강해 언니가 아닌 자신이 피해자가 된 것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극도의 분노에 휩싸이는 동시에 심한 자책을 하는 고은의 그 심리상태가 '유데이터'에서 다시 확인되었다. 이를 발견하자마자 장 대표는 즉시 고은을 살폈다. 누구보다 힘겨워할 인물이 고은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피해자 모임에서 고은을 처음보고 복수를 다짐하던 그와 한 팀이 되었다. 어떻게든 그가 다시 그 지독한 고통 속에 내던져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장 대표의 심정이다. 장 대표는 도기에게 부탁했다. "동영상들 하나하나가 모두 사람 목숨이다"고 말이다.
고은의 언니인 정은의 불법 동영상만이 아니라 다른 피해자들 모두 소중하다는 의미다. 그렇게 도기는 불법 동영상을 완전히 파기했지만, 신기하게도 곧바로 복원이 되었다. '유데이터' 사무실이 아닌 다른 곳에 원본 데이터가 존재하는 곳이 따로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모든 것을 악랄한 악당인 박양진 회장이 다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원들의 휴대폰까지 감시하는 그가 자신들의 돈줄인 불법 동영상 파일을 완전 삭제한 이가 누구인지 모를 리가 없다. 이는 곧 도기가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유데이터'를 급습한 것은 바로 강하나 검사였다. 압수수색 영장까지 받아 본사를 찾은 강 검사가 문제의 공간에 들어섰지만, 아무런 파일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미 모든 파일을 제거한 후였다. 이 모든 것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강 검사에서 문제의 파일들을 제보한 이는 도기였다. 어쩌면 그는 그렇게 뿌리를 뽑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자신이 골탕을 먹었다고 생각한 강 검사에게 제보를 하라고 해서 해줬더니, 결국 이 모양 이 꼴 아니냐고 분노하는 것은 당연함이었다.
"쓰레기 통엔 쓰레기만 버려라"고 일갈했던 것도 '유데이터' 사건이 정상적으로 처리되지 못하고 쓰레기통으로 직행했기 때문이다. '무지개운수'에서 맡은 사건들 대부분은 바로 유진우 차장검사 방에서 나오는 것들이라는 점은 우연이 아니다.
장 대표의 오랜 친구인 유 차장검사는 어쩌면 '무지개운수'의 적극적인 도우미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부패한 검찰 조직에서 다루지 못하는 사건을 어떻게든 해결하고 싶은 욕망이 유 차장검사에게도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유데이터'는 단순히 불법 동영상만 올리는 집단이 아니다. 직접 만들어서 배포하는 행위도 하는 집단이다. 사망자가 나오면 '유작'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팔라고 외치는 박 회장의 행동은 악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법 동영상으로 사망한 망자를 조롱하며 이를 이용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자가 인간이어서는 안 되니 말이다.
박 회장과 함께 있는 자리에 불법동영상을 공급하는 자들이 등장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감독이라고 불리는 자도 함께 등장했다. 그는 다른 누구도 아닌 고은의 언니 정은의 남자 친구였던 주조빈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직접 박 회장 앞에 등장해 자신이 찍었다며 그런 영상이 한둘이 아니라고 했다.
당장 오늘 영상을 찍는다고 자랑까지 하는 이들의 모습에 도기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추적해 피해 여성을 협박해 촬영을 하려는 순간 중국집 배달원이 되어 등장한 도기는 악당들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이런 파렴치한 일을 하면서도 음식을 시키는 이들은 과연 인간이기는 한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악랄한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반성은 고사하고 자신들의 행위에 아무런 죄책감도 가지지 못하는 자들에게 법보다 가까운 주먹으로 응징하는 것은 당연하게 다가왔다. 그들에게 법은 아무것도 아니다. 법은 돈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님을 범죄자들이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광산'이라는 원본 데이터 보관 장소를 찾아 파기하지 않으면 언제든 불법동영상은 세상에 다시 퍼질 수밖에 없다. 내부고발자를 박 회장 패거리가 어떻게 하지 못하도록 도기가 낚아챈 후 모든 것은 시작되었다. 강 검사 역시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이 존재했다.
도기가 태우고 가자 박 회장 지시로 움직이는 것으로 알고 추적했고, 내부고발자를 데리러 왔던 이들도 도기를 추적하는 행태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강 검사 차량은 박 회장 패거리에게 공격을 당하기 시작했다. 현직 검사라고 해도 상관없다.
전관들이 줄지어 돈 앞에 무릎을 꿇은 상황에서 현직 검사 정도는 파리 목숨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그런 범죄를 저지르고 지금도 엄청난 이득을 보고 있음에도 실제 범죄자는 현실 세계에서 고작 5년 형이 확정된 것이 전부다. 벌금 천만 원이 그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법은 돈으로 사면 그만이라는 것을 현실 속 박 회장은 스스로 증명했으니 말이다. 법은 언제나 정의가 아닌 돈의 양으로 측정될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주었다. 강 검사가 위기에 처했고, 도기 역시 위기다. 악랄한 박 회장은 양아치들도 돈으로 사서 활용한다.
정체가 드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도기는 강 검사를 구하고, 박 회장을 어떻게 응징할 수 있을까? 그저 응징만이 아니라 '광산'이라고 불리는 원본 파일이 있는 장소를 찾아 제거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예고편에서 등장했듯, 고통을 이겨내고 복귀한 고은이 어떤 활약을 펼칠지도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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