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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개최되었던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던 이창동 감독의 <시>에 출연해 국내외에 큰 관심을 받았었던 윤정희가 <무릎팍 도사>에 출연했습니다. 그녀와 동시대를 살아왔던 아버지, 어머니 세대가 아니라면 생경한 그가 가장 뜨거운 <무릎팍 도사>에 나왔다는 것만을도 흥미로웠습니다.
나이들어간다는 것의 아름다움
1. 꿈을 잃지 않은 삶은 영원한 청춘이다
지난주에는 김연아가 <무릎팍 도사>를 찾아 진솔한 이야기를 전해주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더니 이번 주에는 16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여배우 윤정희가 김연아와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주었습니다.
한국 영화 여배우 트로이카라는 말은 심심찮게 나오는 단어들입니다. 말 그대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고의 라이벌 여배우 세 명을 지칭하는 말이지요. 트로이카가 만들어지게 된 계기가 되었던 것도 바로 '윤정희-문희-남정임'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영화 황금시대 최고의 여배우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녀들의 뒤를 이어 7, 80년대를 주름잡았던 '정윤희-유지인-장미희'로 이어지는 계보는 대한민국 영화의 역사와 맥을 같이했습니다. 그저 전설로만 남겨졌었던 이 여배우가 이창동 감독의 신작인 <시>를 통해 16년만의 화려한 외출로 모든 이들을 놀라 게 만들었습니다.
한국 나이로 67세가 되었지만 소녀 적 감성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그녀는 숫자로 매겨지는 나이에 얽매여 있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소녀 같은 마음으로 임한 영화에 대한 열정은 그 어떤 젊은 배우이상이었습니다. 인기나 부를 쫓는 배우가 아닌 인생을 담아내는 배우 본연의 매력을 알고 있는 그녀는 진정 배우였습니다.
대중적인 인지도라는 측면에서 윤정희를 등장시킨 <무릎팍 도사>는 의외의 선택일 수도 있었습니다. 김연아는 당대 최고의 아이콘이기에 출연은 당연할 수밖에 없었지만, 일흔을 눈 앞에 둔 여배우를 섭외해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지요.
물론 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던 <시>에 출연했던 배우로서 첫 여자배우 트로이카 세대를 만들었던 특별한 존재감은 있었지만, 그런 화려한 문구와는 상관없이 대중문화를 이끌어가는 청춘들에게 그녀는 너무 먼 이야기였습니다. 그럼에도 그녀를 섭외해 솔직한 이야기를 나눈 <무릎팍 도사>의 의외의 선택과 힘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는 없네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백건우와의 운명적인 만남은 한 편의 영화와도 같았습니다. 1973년 신상옥 감독의 영화 <효녀심청> 때문에 독일 뮌헨에서 윤이상 선생의 <심청>을 관람하러 가서 우연히 만난 남자가 바로 그녀의 운명적인 남자 백건우였습니다.
호감을 가졌지만 하루에 세 편의 영화를 찍어야만 했던 그녀로서는 그 이상의 관계로 나아가기는 힘들었지요. 가장 화려했던 순간 모든 것을 내려두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공부를 위해 프랑스로 건너간 그녀는 소르본 대학을 다니던 시절 유학생들이 자주 갔던 값싼 자장면 집에서 운명처럼 백건우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영화 같았던 그녀의 러브스토리처럼 그녀는 다시 16년 만에 영화에 복귀했습니다. 그렇게 찍은 <시> 촬영에 대한 에피소드들도 재미있고 의미 있었습니다. 영화를 처음 찍을 때부터 옷을 벗지 않았던 그녀는 <시>를 찍을 당시에서 목욕하는 장면에서의 어쩔 수 없는 노출 장면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남편과 여러 번 상의를 하고 준비를 해서 촬영을 했는데 정작 화면에는 열심히 고민해서 결정한 허리선은 나오지 않았다고 하지요. 그러면서 그녀는 노출과 과격한 정사 장면이 양념처럼 이어지는 현재의 영화계에 한 마디를 던집니다. 노출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연기를 보일 수 있는데 왜 노출을 하냐고 말이지요.
영화적 완성도를 위한 어쩔 수 없는 노출이라면 보는 이들도 의미 있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노출을 위한 노출은 그저 관객들의 호기심과 성적 만족감을 돈과 교환하는 수준밖에는 안됩니다. 옷 벗어 돈 번다는 이야기와 다름없지요. 그런 노출을 통한 관심 유도가 아닌 진정한 연기로서 승부하라는 그녀의 말은 많은 여배우들에게 따끔한 충고였습니다.
2. 배우에게 은퇴는 없다
올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이었던 팀 버튼 감독이 <시>를 보고 무척이나 감명 깊었고, 좋은 연기였다면서 왜 '황금종려상'을 주지 않았냐며 투정을 부리는 모습은 나이를 넘어서는 아름다운 애교였습니다. 16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와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연기한 영화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자부심을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에서 읽을 수 있었으니 말이지요.
이창동 감독 역시 윤정희 라는 배우를 위해 <시>의 시나리오를 작성했다고 할 정도로 한 여배우에게 헌사 된 이 영화는 나이를 떠나 영원한 배우로서 살아가는 그녀에게, 과거 하루 세 편씩 찍으며 활동하던 7년여 동안 300편의 영화보다도 더욱 값지게 남겨질 작품일 듯합니다.
돈과 인기의 노예가 되어 배우로서의 삶이 아닌 스타로서의 삶만 추구하는 현재의 배우에게 윤정희는 이제는 찾아볼 수 없는 낭만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물론 그녀가 짧은 시간동안 수백편의 영화를 찍었던 것도 돈과 인기를 위한 것이 아니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강호동은 은퇴 후 16년만의 복귀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정색을 하며 자신은 한 번도 은퇴를 한 적이 없다고 반문하며 그녀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건넵니다.
"삶을 표현하는 배우에게 은퇴란 없다"
어린 나이부터 청년을 넘어 늙은 연기까지 삶 자체를 표현하는 배우에게 은퇴라는 말은 있을 수 없다는 그녀의 대답은 배우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답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타인의 삶을 재연해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만드는 특별한 직업인 배우에게 은퇴란 연기를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일 것입니다.
윤정희 그녀는 영화였습니다. 여전히 소녀 적 감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길치 윤정희의 삶은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시와 같았습니다. 화려한 여배우로서의 인생을 과감히 포기하고 자신의 꿈을 찾아 나선 유학길, 그리고 운명적인 만남과 사랑. 세계적 피아니스트의 아내로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던 예순이 넘은 여배우는 꽃처럼 아름답게 다시 스크린을 찾아 배우의 삶은 일상의 삶과 다를 것이 없음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이 안타깝고 한스러운 것이 아니라, 그 나이 듦이 아름다움일 수도 있음을 보여준 윤정희는 진정 배우였습니다. 강호동의 이야기처럼 인생을 이야기할 수 있는 나이에 걸 맞는 역할로 자주 관객들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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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들어간다는 것의 아름다움
1. 꿈을 잃지 않은 삶은 영원한 청춘이다
지난주에는 김연아가 <무릎팍 도사>를 찾아 진솔한 이야기를 전해주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더니 이번 주에는 16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여배우 윤정희가 김연아와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주었습니다.
한국 영화 여배우 트로이카라는 말은 심심찮게 나오는 단어들입니다. 말 그대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고의 라이벌 여배우 세 명을 지칭하는 말이지요. 트로이카가 만들어지게 된 계기가 되었던 것도 바로 '윤정희-문희-남정임'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영화 황금시대 최고의 여배우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녀들의 뒤를 이어 7, 80년대를 주름잡았던 '정윤희-유지인-장미희'로 이어지는 계보는 대한민국 영화의 역사와 맥을 같이했습니다. 그저 전설로만 남겨졌었던 이 여배우가 이창동 감독의 신작인 <시>를 통해 16년만의 화려한 외출로 모든 이들을 놀라 게 만들었습니다.
한국 나이로 67세가 되었지만 소녀 적 감성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그녀는 숫자로 매겨지는 나이에 얽매여 있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소녀 같은 마음으로 임한 영화에 대한 열정은 그 어떤 젊은 배우이상이었습니다. 인기나 부를 쫓는 배우가 아닌 인생을 담아내는 배우 본연의 매력을 알고 있는 그녀는 진정 배우였습니다.
대중적인 인지도라는 측면에서 윤정희를 등장시킨 <무릎팍 도사>는 의외의 선택일 수도 있었습니다. 김연아는 당대 최고의 아이콘이기에 출연은 당연할 수밖에 없었지만, 일흔을 눈 앞에 둔 여배우를 섭외해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지요.
물론 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던 <시>에 출연했던 배우로서 첫 여자배우 트로이카 세대를 만들었던 특별한 존재감은 있었지만, 그런 화려한 문구와는 상관없이 대중문화를 이끌어가는 청춘들에게 그녀는 너무 먼 이야기였습니다. 그럼에도 그녀를 섭외해 솔직한 이야기를 나눈 <무릎팍 도사>의 의외의 선택과 힘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는 없네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백건우와의 운명적인 만남은 한 편의 영화와도 같았습니다. 1973년 신상옥 감독의 영화 <효녀심청> 때문에 독일 뮌헨에서 윤이상 선생의 <심청>을 관람하러 가서 우연히 만난 남자가 바로 그녀의 운명적인 남자 백건우였습니다.
호감을 가졌지만 하루에 세 편의 영화를 찍어야만 했던 그녀로서는 그 이상의 관계로 나아가기는 힘들었지요. 가장 화려했던 순간 모든 것을 내려두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공부를 위해 프랑스로 건너간 그녀는 소르본 대학을 다니던 시절 유학생들이 자주 갔던 값싼 자장면 집에서 운명처럼 백건우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영화 같았던 그녀의 러브스토리처럼 그녀는 다시 16년 만에 영화에 복귀했습니다. 그렇게 찍은 <시> 촬영에 대한 에피소드들도 재미있고 의미 있었습니다. 영화를 처음 찍을 때부터 옷을 벗지 않았던 그녀는 <시>를 찍을 당시에서 목욕하는 장면에서의 어쩔 수 없는 노출 장면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남편과 여러 번 상의를 하고 준비를 해서 촬영을 했는데 정작 화면에는 열심히 고민해서 결정한 허리선은 나오지 않았다고 하지요. 그러면서 그녀는 노출과 과격한 정사 장면이 양념처럼 이어지는 현재의 영화계에 한 마디를 던집니다. 노출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연기를 보일 수 있는데 왜 노출을 하냐고 말이지요.
영화적 완성도를 위한 어쩔 수 없는 노출이라면 보는 이들도 의미 있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노출을 위한 노출은 그저 관객들의 호기심과 성적 만족감을 돈과 교환하는 수준밖에는 안됩니다. 옷 벗어 돈 번다는 이야기와 다름없지요. 그런 노출을 통한 관심 유도가 아닌 진정한 연기로서 승부하라는 그녀의 말은 많은 여배우들에게 따끔한 충고였습니다.
2. 배우에게 은퇴는 없다
올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이었던 팀 버튼 감독이 <시>를 보고 무척이나 감명 깊었고, 좋은 연기였다면서 왜 '황금종려상'을 주지 않았냐며 투정을 부리는 모습은 나이를 넘어서는 아름다운 애교였습니다. 16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와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연기한 영화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자부심을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에서 읽을 수 있었으니 말이지요.
이창동 감독 역시 윤정희 라는 배우를 위해 <시>의 시나리오를 작성했다고 할 정도로 한 여배우에게 헌사 된 이 영화는 나이를 떠나 영원한 배우로서 살아가는 그녀에게, 과거 하루 세 편씩 찍으며 활동하던 7년여 동안 300편의 영화보다도 더욱 값지게 남겨질 작품일 듯합니다.
돈과 인기의 노예가 되어 배우로서의 삶이 아닌 스타로서의 삶만 추구하는 현재의 배우에게 윤정희는 이제는 찾아볼 수 없는 낭만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물론 그녀가 짧은 시간동안 수백편의 영화를 찍었던 것도 돈과 인기를 위한 것이 아니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강호동은 은퇴 후 16년만의 복귀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정색을 하며 자신은 한 번도 은퇴를 한 적이 없다고 반문하며 그녀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건넵니다.
"삶을 표현하는 배우에게 은퇴란 없다"
어린 나이부터 청년을 넘어 늙은 연기까지 삶 자체를 표현하는 배우에게 은퇴라는 말은 있을 수 없다는 그녀의 대답은 배우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답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타인의 삶을 재연해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만드는 특별한 직업인 배우에게 은퇴란 연기를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일 것입니다.
윤정희 그녀는 영화였습니다. 여전히 소녀 적 감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길치 윤정희의 삶은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시와 같았습니다. 화려한 여배우로서의 인생을 과감히 포기하고 자신의 꿈을 찾아 나선 유학길, 그리고 운명적인 만남과 사랑. 세계적 피아니스트의 아내로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던 예순이 넘은 여배우는 꽃처럼 아름답게 다시 스크린을 찾아 배우의 삶은 일상의 삶과 다를 것이 없음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이 안타깝고 한스러운 것이 아니라, 그 나이 듦이 아름다움일 수도 있음을 보여준 윤정희는 진정 배우였습니다. 강호동의 이야기처럼 인생을 이야기할 수 있는 나이에 걸 맞는 역할로 자주 관객들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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