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의 '관상'과 최후의 권력 3화인 '왕과 나'는 흥미롭게도 많이 닮아 있었습니다. 예능과 교양이라는 전혀 다른 둘이 같이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사실은 그래서 흥미롭기만 합니다. 두 프로그램 모두 왕과 권력이라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는 점에서 관상과 왕과 나가 품고 있는 이야기는 우리의 현재를 돌아보게 했습니다.
권력은 국민에게서부터 나온다;
허무한 권력 이야기를 담은 무도와 왕정국가의 권력을 담은 왕과 나
권력이란 무리 집단 어느 곳에나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런 권력은 결국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질서를 잡아주는 중요한 가치라는 점에서 부정할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 권력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무한도전 '관상' 특집은 지난주에 이어 2회 연속으로 이어졌습니다. 돈조 왕조의 행패를 견디지 못한 유재석이 현재로 갈 수 있는 타임머신을 탄 그들이 2013년 현대에서 벌이는 권력 다툼은 우리 사회의 모습을 엿보는 것 같아 씁쓸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권력은 무도에서 재미로 만든 권력 다툼과 다름없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권력을 차지하려는 이들의 추격전은 기존에 펼쳤던 무한도전 추격전의 또 다른 진화를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습니다. 기본적인 규칙만 존재하는 이들의 권력 다툼은 현대 민주주의와 유사합니다. 누구나 권력을 가질 수 있는 현재의 체제는 어쩌면 무한도전의 추격전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권력에 대한 욕망은 강렬하지만, 그 권력을 어떻게 해야만 하는지 고민이 없는 권력 지상주의는 결과적으로 오직 권력을 위한 권력만 낳게 되었습니다.
박을 쳐서 깨트리는 것으로 권력이 바뀌는 현상은 우리의 권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통렬한 풍자였습니다. 과격한 폭력이 지배하는 사회, 그 폭력이 물리적인 충돌을 요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정신을 피폐하게 하는 폭력이 만들어낸 권력은 그래서 허망하기만 합니다. 그렇게 얻어진 권력은 당연하게도 손쉽게 누군가에 의해 빼앗길 수밖에 없고, 이런 불합리한 권력 다툼은 하나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에게서 권력이 나온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오직 그 권력은 자신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하는 그들의 모습은 그래서 문제로 지적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권력을 위한 권력은 존재하지만, 국민을 위한 권력이 사라져버린 대한민국의 현실은 국민은 소외된 그들만의 리그가 되고 말았습니다.
국민은 구경꾼이 되고, 그들만의 리그에서 서로 권력을 빼앗기 위해 여념이 없는 무도 멤버들의 모습은 대한민국의 권력이 무엇인지를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너무 적나라해서 민망할 정도로 노골적이었던 무한도전의 권력 싸움은 과연 그들에게 권력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했습니다.
SBS 창사특집 '최후의 권력'은 초반 국내 정치인들의 실험극에 호불호가 분명했습니다. 여야 정치인들이 하나가 되어 모의 권력 게임을 하면서 권력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과정은 분명 흥미로운 시도였습니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 불신이 몰고 온 상황은 이런 시도조차 무기력하게 만들 정도였습니다.
정치인들이 방송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세탁하는 행위가 하나의 유행이 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정치인들의 등장은 반갑지 않습니다. 그들의 행동은 정치와 현실 사이에서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두렵게 다가올 뿐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현대 정치도 하나의 연예인과 다름없습니다. 정해진 선거를 통해 뽑히는 국회의원들이 권력을 잡고 그 권력을 통해 자신의 부와 명예를 챙기기에만 정신이 없는 한심한 대한민국의 정치꾼들의 모습은 국민들의 정치 불신을 이끈 일등공신들이기도 합니다.
최근 끝난 선거에서 부패한 정치인이 다시 국회의원이 되는 상황을 보면서 많은 이들은 통탄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부패한 자를 국회의원으로 만든 것 역시 국민이라는 점에서 누가 누구를 탓해야 하는지 이상할 정도입니다. 과연 대한민국의 정치는 끔찍할 정도입니다.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은 국민들의 대변자가 아닌 국민을 억압하고 탄압하는 독재라는 인상만 심어줄 뿐입니다.
스스로를 뛰어난 존재라는 인식을 기반으로 지배자가 되고자 하는 대한민국의 권력지향은 결과적으로 큰 문제들만 양산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국민들에게 증오의 대상이 되고 있는 그들이 방송에 나와 함께 하는 모습은 그것만으로도 증오의 양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이 여행을 통해 권력의 민낯을 보여주는 실험극은 분명 중요하고 흥미로웠습니다. 미워해도 어쩔 수 없는 권력에 대한 고민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왕과 나'가 더욱 반가웠던 것은 현존하는 왕들을 통해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엿보게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스와질랜드와 브루나이, 그리고 부탄의 왕들을 통해 그들의 통치법을 보여준 '왕과 나'는 무한도전의 '관상'과 함께 대한민국의 권력이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했다는 점은 흥미로웠습니다.
서로 다른 왕들의 통치를 통해 우리의 현실을 바라보게 해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습니다. 아프리카 유일의 왕인 스와질랜드는 여전히 힘든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미래가 얼마나 좋아질지도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이 사랑하는 왕의 모습은 초라하거나 화려함 그 자체였습니다.
석유 수출국으로 엄청난 부를 자랑하는 브루나이는 이미 알려진 대로 부국입니다. 엄청난 자산을 가진 국왕이 국민들을 편하게 살도록 이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받고 있는 곳이 브루나이이기도 합니다.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을 덜어도 되는 곳이라는 점에서 그곳에서 국왕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모습은 스와질랜드와는 또 달랐습니다. 하지만 이들과 달리, 부탄의 국왕은 어쩌면 우리가 원하는 진정한 권력의 모습이었습니다.
절대 왕조를 이끌던 부탄의 국왕은 스스로 왕권을 내려놓은 유일한 왕이었습니다. 스스로 자신의 모든 권력을 내려놓고 국민들에게 권력을 내놓은 국왕의 모습은 신선하게 다가올 정도였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이면서도 언제나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히는 부탄의 모습은 바로 그런 국왕의 선택이 만든 결과였을 것입니다. 높은 지역에 위치한 그곳은 살기가 어려운 조건을 가진 곳입니다.
부강한 국가를 만들어야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쉽지 않은 부탄에서 국민들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정책을 삼은 부탄 국왕의 선택은 옳았습니다. 하지만 급격하게 변모하는 현실 속에서 행복만 추구하는 정책에서 국민들 스스로 권력을 나눠 통치를 하도록 한 부탄 국왕의 선택은 과연 우리에게 권력은 무엇인지를 되묻게 합니다.
힘겨운 스웨덴을 가장 살기 좋은 복지국가로 만들어낸 올로프 팔메를 보면서 느끼는 생각은 단순함은 아닐 것입니다. 풍족한 부를 물려 받으며 살았던 팔메가 미국 유학을 통해 자본주의의 문제를 깨달은 그는 조국 스웨덴으로 돌아가 현재의 복지국가를 만들어낸 위대한 정치인입니다. 국민들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강국과의 대립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올로프 팔메의 정신은 어쩌면 우리 시대 우리가 가장 가져보고 싶은 정치인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빅맨 게임을 통해 우리 사회의 권력을 이야기하고, 왕과 나를 통해 우리의 미래와 권력의 정체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하는 <최후의 권력>은 분명 흥미로운 특집입니다. 풍자와 재미가 가득했지만, 그 안에 그 어떤 정치 풍자보다 신랄함을 보여주었던 <무한도전>은 처참하게 무너진 대한민국의 현재를 되돌아보게 했습니다. 과연 권력은 무엇이고, 그 권력은 어디에서 나오고 권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하는 너무 다른 예능과 교양이 던진 권력은 그래서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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