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무도 토토가>를 탄생시켰던 특별기획전이 다시 시작되었다. 사회적 현상까지 낳았던 그들의 특별기획전은 그래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무도 멤버들이 제안을 하고 시청자와 MBC PD들이 평가를 해서 순위를 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무한도전 2015 특별기획전>의 결과는 의외 혹은 당연함으로 다가왔다.
아쉬움과 흥미로움 사이;
바보와 관찰 그리고 전원일기로 귀결된 특별기획전, 정치 풍자가 아쉽다
무한도전은 겨울맞이를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지난 해 처음 시도했던 그들의 특별기획전은 시작은 당황스러움이나 그저 웃어넘기는 수준으로 그칠 수도 있었다. 전문가들의 혹평을 받으며 방송으로 제작될까 했던 <토토가>는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최악의 평가를 했던 예능 피디들이나 작가들을 무색하게 만든 <토토가>의 성공은 올 해 새로운 도전을 가능하게 했다. 모두가 비웃었던 이 기획안은 지난해와 올 해 대중문화의 흐름 자체를 바꿔놓았다. 쓰레기통에 버려질 수도 있었던 기획안은 장난스럽게 시작되었지만 대중들은 적극적으로 반응했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냈다.
의외성이 다분한 그래서 흥미로운 그들의 특별기획전은 그래서 흥미로웠다. 지난 해 장난처럼 시작했던 제안은 올 해는 달랐다. 한 번 성공한 뒤 준비되었다는 점에서 여러 의미와 가능성들을 염두에 둔 보다 현실적인 제안들이 나올 수밖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유재석과 정형돈, 박명수와 정준하, 하하와 광희가 한 조가 되어 각자 방송을 위한 기획안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방송으로 제작될 수 있는 기획안을 직접 구상하고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이런 결과물을 시청자와 피디들이 평가해 순위를 정한다는 것 역시 만만한 작업들은 아니었다.
지난번의 아쉬움을 만회하기 위해 무도는 보다 공정한 방식을 동원했다. 물론 지난해 특집은 장난스럽게 준비가 되었고, 해당 피디와 작가들 역시 그 파급력이 대단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토토가>의 대성공 후 작년과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할 수는 없었다. 그만큼 <토토가> 성공 후 이 특집은 그 무게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작진들 역시 부담을 줄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준비된 제안들은 엉성하거나 의외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장난스럽게 다가왔을지도 모르지만 무도이기에 가능한 이 도전의 순위는 정해졌다. 1위부터 10위까지 순위가 정해졌고, 이중 상위 3개의 제안은 실제 방송으로 제작될 예정이었다. 그렇게 정해진 10개의 기획안은 흥미롭게 다가왔다.
조를 짜고 제안서를 작성하고 프리젠테이션까지 거치며 정리가 된 10개의 기획안은 일정 기간 동안 무도 홈페이지에 올려 져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그리고 50명의 피디를 통해서도 이 기획안들은 검토되었고 순위도 결정되었다. 그렇게 합해진 시청자와 피디들의 선택의 총합이 곧 최종 순위 결정을 만드는 과정이 되었다.
절대 강자인 유재석과 4대천왕이 되어버린 정형돈이 야심차게 준비했던 기획안은 모두 하위권을 차지하며 아쉬움을 주었다. 그들이 제안했던 3개의 프로젝트 중 '연예계 가상 국무회의''세상에 없는 기네스''트로트 대축제'는 모두 3위 안에 들지 못했다. 앞 선 두 기획안은 4, 5위를 차지했고, '트로트 대축제'는 꼴찌를 기록하기까지 했다.
가장 주목을 받았던 그들이 추락한 반면 가장 의심을 받았던 하하와 광희의 제안이 1위와 3위를 차지하며 대 반전을 만들어냈다. '예고제 몰래 카메라''바보전쟁''무도EXPO'는 모두 호평을 받았다. 기본적으로 두 개의 제안이 방송으로 제작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무도EXPO'의 경우 특별 기획전으로 준비를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런 점에서 하하와 광희의 제안서는 모두 호평을 받고 실제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반전'이었다.
뇌섹남이 주목을 받고 있는 시대 역으로 바보들의 이야기를 담겠다는 것은 흥미롭다. 뇌순남녀라고 정해진 이번 <바보전쟁>은 그들의 장난스러운 과정과 달리 담아낼 수 있는 가치들은 무척이나 많기 때문이다. 바보라는 단어는 이미 우리사회 큰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순진하게 산다는 것은 순수함이 아닌 바보스러운 행동으로 치부되었다. 남들을 속이고 억압하고, 짓눌러서라도 타인의 것을 빼앗지 않으면 의미 없다고 여겨지는 이 치열한 세상에서 바보라는 단어는 경멸의 의미를 품고 있었다. 이제 다시는 바보와 같은 세상은 돌아올 수 없다는 강렬한 메시지까지 담고 있다는 점에서 <바보전쟁>은 하하와 광희가 고민했던 그 수준 이상의 가치를 품어낼 수도 있는 기획안으로 보인다.
2위를 차지했던 '토요일 토요일은 드라마'는 기획을 수행하는 것 자체가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긴 시간과 노력이 함께 필요하다. <무한도전>과 <전원일기>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기존 드라마 출연자의 상당수가 함께 해야 하고 특집이기는 하지만 이런 준비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설날 특집 정도로 준비를 하고 방송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분명 흥미로운 제안이 될 수밖에는 없다.
순위에 포함되지 않아 제작이 불가능하게 된 것 중 아쉬운 것은 유재석이 제안했던 '연예계 가상 국무회의'다. 풍자개그가 실종된 현실 속에서 이 제안은 무척이나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가상의 국무회의를 개최하고 해당 인물들을 섭외하는 과정부터 실제 회의를 개최하는 것까지 그 모든 것은 신랄한 풍자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거 풍자 개그가 성행하던 시절을 넘어 일상이 되는 듯했던 정치 풍자는 방송이 탄압받는 이명박근혜 시대가 되면서 종적도 없이 사라졌다. 정치 혐오증은 더욱 심화되었고, 정치라는 단어 자체를 경멸하고 도외시하는 경향은 커졌다. 20대 청춘들의 투표율 현황만 봐도 대한민국의 정치가 얼마나 최악인지를 알 수 있게 한다. 정치에 대한 환멸이 변화를 이끄는 동력이 되어야 하지만 변화가 아니라 포기로 이어지며 대한민국은 더욱 몰락으로 치닫게 될 수밖에는 없게 된다.
정치꾼들은 철저하게 국민들이 정치와 멀어지기를 고대하고 자신들만의 세상을 만들고 있다. 분노해야만 하는 국민들은 분노대신 굴욕적인 외면을 선택하면서 이 지독한 고리는 결코 끊어지지 않는 무한루프처럼 다가온다. 이런 상황에서 '연예계 가상 국무회의'가 선택되지 않은 것은 아쉽다.
풍자 개그가 활성화된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이들이 정치에 대한 관심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했다. 하지만 대중들이 얼마나 정치에 관심이 없고 외면하려 하는지 이번 제안에서도 잘 드러난 듯하다. 물론 그나마 4위를 차지했다는 것만은 다행이기는 하지만 총선과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적나라한 풍자가 나올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아쉽다.
정치 혐오증이 극심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우린 정치적이어야 한다. 대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를 외면하는 순간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과거 잘못된 현실에 분노하며 바꾸려 노력했기 때문에 현재의 대한민국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대한민국은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철저하게 현실에서 낙오자가 되어버린 그들은 천천히 끓어오르는 물속에서 자신을 죽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렇게 끓는 물속에서 익숙해져버리는 느낌이니 말이다.
정치가 아닌 바보가 선택되었다. 보다 강렬하게 현실의 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보다는 대중들은 바보를 선택했다. 우리 시대 동화를 만들 듯 우리의 현실을 풍자하고 그 안에서 위안을 삼는 것 자체가 부정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중요한 정치를 외면하고 무너진 현실을 바로잡지는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연예계 가상 국무회의'는 아쉽게 다가온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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