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민과 민아의 재발견이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미녀 공심이>가 20회로 종영되었다. 초반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어설프게 이어진 이야기는 아쉽다. 코믹한 이야기는 잘 만들어내지만 정작 중요했던 사건들은 뭐 이런 전개가 있나 싶을 정도로 엉망이었다.
작가 한계는 사이다와 고구마로 대체;
코믹함은 살고 섬세한 사건은 끝내 완성 못한 드라마는 남궁민과 민아만 남겼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마치 미화된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로 마무리된 <미녀 공심이>는 무척이나 아쉽다. 초반 흥미로웠던 전개 과정을 보면 의외의 대작이 탄생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기대도 들었기 때문이다. 옥탑방 총각과 아랫집 여자의 사랑이라는 고전적인 방식 속에서 구축된 재미는 의외로 컸다.
교통사고 위험에 처했던 공심이는 과연 살아날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을 남긴 19회에 이어 당연한 듯 모두가 예상한 결과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은 이야기는 그렇게 어설프게 준수가 희생양이 되었다. 보도 아래 도로에 일부러 내려와 전화를 하고 그 바로 앞에서 잔인한 표정으로 차를 출발시키는 이 당혹스러운 상황은 말 그대로 너무 인위적이라 당황스럽다.
공심이의 목숨을 살리고 자신이 희생양이 된 준수는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가 되었다. 그런 그의 행동은 결국 언제나 화가 나 있던 할머니 남순천을 변화하게 만들었고, 그렇게 준수는 남 회장의 집에서 살게 된다. 물론 이후 그 집에서 쫓겨났던 준수의 부모까지 모두 다시 집으로 돌아와 살게 되는 전개는 참 극적이다.
납치 등으로 구속된 상황에서도 살인 교사를 한 준수의 외삼촌은 그렇게 영원히 감옥에서 나올 수 없는 신세가 되었다. 슈퍼맨과 같은 동체 능력을 가진 단태는 도망치는 범인을 기억해냈고, 외삼촌이 모든 상황을 만든 주범임을 밝혀냈다. 뭐 변호사인 그가 모든 상황을 말로 정리해서 마무리 했지만 말이다.
모든 문제가 해결된 후 단태는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 공심이와 함께 하고 싶었지만 이제 막 자신의 일에 성과를 올리기 시작한 그녀를 위해 단태는 잠시 이별을 선택한다. 물론 공심이는 단태가 자신과 함께 미국으로 가자고 제안할 것을 기대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엇갈린 둘의 운명은 공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의 수술로 인해 갑작스럽게 일정이 당겨진 단태와 부산 출장에서 연락을 받고 급하게 공항으로 향하는 공심이. 둘은 엇갈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며 많은 것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공심이는 좀 더 능숙한 노동자가 되었고, 그 여유로움은 그녀의 행동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정도였다. 1년이 지난 후 다시 공항에 나타난 단태는 아이가 흘린 과자를 주어먹으며 자신이 전혀 변한 것이 없음을 시청자에게 알렸다. 그리고 곧바로 공심이를 찾아가지만 그녀가 준수와 함께 어딘가로 향하고 있음을 알고 따라간다.
각자의 부모님이 만난다는 말에 둘이 결혼을 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드는 단태는 급하다. 이미 모든 것이 밝혀졌고 사촌인 그들이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았다는 것도 황당하지만 둘이 결혼을 할지도 모른다고 착각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난 후 단태는 다시 공심이 공략에 나섰고, 그의 행동에 화가 난 공심이를 풀어주는 과정도 말 그대로 작위적이다. 결국 그들은 행복한 결말을 맺게 된다. 불행한 사람 하나 없이 모두가 행복한 <미녀 공심이>의 세계관은 현실에서는 결코 벌어질 수 없는 동화보다 동화 같은 이야기일 뿐이었다.
<미녀 공심이>는 안단태와 공심이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캐릭터도 성공하지 못했다. 오직 주인공인 둘을 위해 작위적으로 만들어지고 사용된 그들은 그저 일회용품처럼 사용될 뿐 그 어떤 가치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초반 둘의 만남과 가까워지는 과정에서 보여준 코믹함이 이 드라마의 전부이자 유일한 가치이기도 하다.
어린 아이가 납치되고 거대한 재벌 내에서 암투가 이어진다. 그리고 그 진실을 찾기 위한 여정은 의외의 장소에서 시작되고 끝내 정의는 승리한다는 이야기는 무척이나 초라하다. 작가의 정신 상태는 마지막 회에서도 잘 드러났다. 무료 변호를 해주던 단태에게 고구마와 사이다를 건네는 장면으로 위트를 만들고자 했는지 모르지만 자학한다는 느낌만 받을 뿐이었다. 무척이나 뻔뻔한 작가의 자학은 그래서 씁쓸하기만 했다.
기본 상식으로는 절대 이해하기 어려운 이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오직 하나의 목표만을 위해 달릴 뿐이었다. 처음부터 결론은 해피엔딩이었고, 이를 위해서 짜 맞춰진 과정들은 어설퍼질 수밖에 없었다. 촘촘한 사건과 이야기를 구성하지 못하는 작가에게 그 과정은 너무 어려운 숙제처럼 다가왔으니 말이다.
<미녀 공심이>가 남긴 가장 큰 성취는 남궁민과 민아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동안 악역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구축했던 남궁민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다양한 역할도 해낼 수 있음을 증명했다. 코믹한 연기가 충분히 해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것만으로도 남궁민에게 이 드라마는 특별하게 다가왔을 듯하다.
걸그룹 멤버였던 민아 역시 이 드라마는 특별했을 듯하다. 과연 민아가 주인공인 공심이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에 대한 의문은 초반 망가지는 그녀를 보면서 사라졌다. 말 그대로 사력을 다한 민아는 걸그룹이라는 한계를 넘어 연기자로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음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미녀 공심이>는 전형적인 용두사미 드라마다. 초반 흐름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는 작가의 한계는 언제나 씁쓸한 뒷맛만 남길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이 드라마는 코믹한 설정과 과정은 합격점을 줘도 좋을 정도로 좋았다. 다만 그런 코믹함만이 전부였던 드라마에 복잡한 요소가 개입하며 모든 것을 망치게 했다는 사실이 문제로 다가왔다. 이희명 작가의 과한 욕심은 그저 허무함만 가득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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