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애가 강력계 형사로 등장하는 드라마 <미스세 캅>은 현재 상영 중인 영화 <베테랑>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다고 두 작품 중 누군가가 표절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유사성을 획득하는 이유는 그 안에서 펼쳐지는 공공의 적이 바로 재벌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조준 된 악랄한 재벌가;
김희애로 재편된 강력반, 돈이 최고인 재벌가를 향한다
잔인한 연쇄 살인마에게 총격을 가했다는 이유로 본청에서 작은 파출소 소장으로 전락한 최영진은 그렇게 2년을 가족과 함께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작은 파출소에서 범인보다는 소소한 민원과 싸우는 영진은 어린 딸과 보다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 행복이었다.
분명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있기는 하지만 강력계에 있던 때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딸 학교 발표회에 늦은 영진이 교통위반을 하며 교통경찰인 한진우와 첫 만남을 가진다. 발표회에 늦지 않기 위해 신분증만 전달하고 학교로 향하는 영진과 뒤따르는 진우의 인연은 결국 강력계로 모이는 이유가 된다.
앞뒤 꽉 막힌 오직 범인만 잡는 이 특별한 존재는 외부의 요구에도 굴하지 않는 진짜 경찰의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최영진의 팀에 누구보다 소중한 자원이라는 점은 흥미롭다. 최영진이 정조준을 할 수밖에 없는 존재가 바로 KL그룹의 강태유 회장이기 때문이다.
파출소 소장인 영진은 자기 관할에서 벌어진 자살 사건으로 인해 본청 형사과로 복귀하게 된다. 어느 날 추락사한 여자의 사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영진은 언제 봤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노래방에서 분노하며 노래를 부르던 어린 소녀가 바로 숨진 아이였다.
모두가 자살로 생각하는 민영이 사건은 영진에게 중요함으로 다가온다. 의심을 떨쳐내기에는 의문인 사항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연예 기획사의 연습생으로 있던 민영은 KL그룹 강 회장의 막장 아들이 성매매를 요구하다 살인을 했다. 아버지의 요구에 맞춰 시공권을 따기 위해 물불 안 가리던 아들은 상대를 협박하고 당근으로 미성년자 성매매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요구를 거절하는 그녀를 붙잡는 과정에서 사망한 민영은 그렇게 죽고 말았다.
아들이 살인을 저질렀음에도 강 회장의 태도는 당당하다. 과거 여자를 폭행하기 보다는 차라리 죽여 버리라고 할 정도로 강 회장에게 인간 목숨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저 자신에게 이득만 되면 그만이라는 그의 사고방식은 아들마저 괴물로 만들고 있을 뿐이었다.
강 회장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염상민 형사과장. 강 회장과 관련된 사건들을 무마시키는 염 과장은 이번에도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여념이 없었다. 수사를 자살로 규정하고 사건을 종결하는 염 과장에 맞서 부검을 통해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영진은 극적으로 KL그룹 강 회장의 아들을 붙잡는데 성공한다.
아들을 끔찍하게 생각하며 자신과 닮은 괴물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강 회장에게 최영진이 들어왔다. 그녀를 알아야만 앞으로 자신의 일들을 처리하는데 이롭다는 생각은 곧 둘의 전쟁은 시작된다는 의미가 되었다. 최영진은 큰 의미를 두지 않았지만 필연전일 수밖에 없는 이들의 관계는 곧 <미세스 캅>의 전부다.
악을 이어가는 잔인한 존재인 강 회장. 사회적 명망을 가지고 있지만 재벌 총수가 악랄한 조폭보다 더한 존재라는 사실은 흥미롭다. 실제 우리 사회에서 돈을 지배하는 재벌 총수 중 조폭이나 다름없는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류승완 감독의 신작인 <베테랑> 역시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재벌가와 형사들의 대결 구도를 다루고 있다. 악랄한 재벌가에 맞서는 형사들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안하무인 재벌 3세의 악행에 맞서 벌이는 베테랑 형사들의 모습에 많은 이들은 환호했다. 모든 것을 가진 재벌가를 혼내주는 영화에 이렇게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에서 재벌은 공공의 적이기 때문이다. 박정희 독재정권과 손을 잡고 부당거래를 통해 엄청난 자산을 쌓았던 졸부들. 그들은 그렇게 재벌이 되어갔다.
자신의 힘보다는 권력에 기댄 그들은 손쉽게 거대한 부를 쌓을 수 있었다. 이어지는 독재 권력은 그렇게 재벌들을 골라 키우며 그들과 공생 관계를 형성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재벌들의 힘이 더욱 막강해지며 정치권력까지 지배하고 있는 현실은 지옥도를 보는 듯 끔찍하기만 하다.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면서 재벌들은 자신들의 주머니에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부를 쌓고 있다. 99% 국민들은 절망의 늪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홀로 평평한 바닥에 앉아 호의호식하는 재벌들의 행태는 악이나 다름없다. 자신들의 부를 위해 철저하게 국민들을 나락으로 빠트리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오직 자신들만 배부르면 그만이라는 악랄한 재벌가의 속성은 이명박근혜 정부가 드러나며 더욱 강력해졌다.
재벌가 2세 경영을 넘어 3세, 4세가 경영 일선에 뛰어들며 수많은 잡음들이 나오고 있지만 정치권력은 여전히 그들을 옹호하기에 여념이 없다. 오직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다하는 이 한심한 사회에서 재벌은 스스로 괴물이 되었다. 그 괴물들은 철저하게 수많은 이들을 능욕하면서 정치권을 비서처럼 부리며 자신들의 부를 쌓기에 여념이 없다. 그런 재벌들을 상대로 통쾌한 복수극을 그리는데 싫어할 이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통쾌함이 곧 <베테랑>과 <미세스 캅>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
존경 받는 재벌가는 없다. 오직 돈에만 집착하는 그들을 존경할 수도 없다. 사회적 책임은 방기한 채 오직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재벌들에게 그 무언가를 요구한다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지는 이미 누구나 알고 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거대한 힘은 정권을 탄생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런 행태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부를 탄생시키고 이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배를 채우는 용도로 재활용할 뿐이다.
우리사회의 재벌가는 이제 금수저를 문 자들의 몫이 되었다. 기본적으로 세상 무서운 것 없이 후계자로 태어나 키워진 그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재벌로 이어진다. 그 연결고리는 정치와 언론의 혼맥 관계를 통해 철저하게 비호된다.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대한민국의 재벌 혼맥도는 모두 한 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다리 건너 혼맥으로 연결된 그들은 마치 중세 유럽 귀족들이 자신들의 힘을 유지하기 위해 혼맥을 이용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것도 모자라 근친결혼과도 같은 그들의 행태는 경악스럽기만 하다. 함부르크가가 몰락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인 근친결혼은 우리 사회의 재벌과 언론, 그리고 정치꾼들의 혼맥 구도에서 잘 드러난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힘을 모으기 위해 혼맥으로 연결되면 어느 순간 그들은 함부르크가와 유사한 몰락의 길로 접어들지도 모른다.
김희애를 앞세운 <미세스 캅>은 영화 <베테랑>과 다를 수밖에 없다. 2시간 안에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최소 160시간이 이어지니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둘은 닮아 있다는 사실이다. 둘은 모두 부패한 재벌 권력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분노는 단순히 그들만의 몫이 아닌 절대 다수의 대중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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