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치러진 미스코리아의 주인공은 지영이었습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미스코리아에 도전한 자연미인인 지영은 시대가 만들어낸 최고의 존재였습니다. IMF 시대에 국민들에게 희망이 되는 존재가 필요했고, 이런 존재는 곧 미스코리아의 위상을 높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오지영의 미스코리아는 시대가 만든 결과물이었습니다.
형준과 지영의 사랑은 과연 이뤄질까;
마 원장과 정선생이 건네는 힐링, 잔잔한 미코가 가진 착한 이야기
미스코리아 대회는 모두 끝나고 지영이 재희를 이겨내고 진이 되었습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않았지만 지영은 그렇게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습니다. 모두가 축하해주는 이 자리에서 정작 중요한 형준과 비비화장품 사람들은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지영이 미스코리아 진이 되던 날 비비화장품은 공장 집기까지 모두 빼앗기는 처량한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희비가 교차되는 이들의 관계는 이후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하게 되는 <미스코리아>는 이런 밋밋함이 지속될 수밖에는 없는 운명을 스스로 선택했습니다. 예고된 반전과 함께 이들의 이야기는 이제 형준과 지영의 사랑이 완성되어가는 과정만 남기게 되었습니다.
멀리서 그저 바라봐야만 하는 지영과 얼굴에 상처만 남긴 채 그녀를 찾는 형준의 슬픈 운명은 결국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예고했습니다. 미스코리아 진이 된 지영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피하는 형준과 그런 형준의 처지를 알게 된 지영은 자신이 받은 상금을 건넬 정도로 서로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들의 사랑은 위기에서 더욱 빛날 수 있다는 점에서 <미스코리아>의 남은 이야기는 형준과 지영, 그리고 정선생과 화정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정리될 수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진이 유력했던 재희는 무대 위에서 평생을 숨기고 살아왔던 중요한 비밀을 털어놓았습니다. 생중계로 진행되는 대회에서 그것도 가장 중요한 진을 뽑기 직전 감히 꺼낼 수 없었던 비밀을 고백했습니다. 자신의 아버지가 유력한 정치인이라는 사실은 결코 입 밖에 내서는 안 되는 비밀이었기 때문입니다. 힘겹게 비밀을 전 국민 앞에서 고백한 재희는 그렇게 스스로 알을 깨고 나왔습니다.
재희의 고백을 TV를 통해 보던 아버지 역시 이런 딸의 커밍아웃에 놀라기는 했지만, 더는 숨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재희를 울게 만든 것은 바로 마 원장이었습니다. 마 원장은 진이 되지 못한 재희가 아쉬웠지만 그런 아쉬움보다는 힘들고 어렵게 자신의 감정과 고통을 속 시원하게 털어놓은 재희에게 "배고프지?"라고 건네는 이야기는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강렬함으로 다가왔습니다. 평상시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건네는 마 원장의 이 한 마디는 백 마디 위로보다 더욱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마 원장이 재희를 위로하는 단단한 한 마디를 건네듯 정선생 역시 자신을 찾아온 형준에게 중요한 이야기를 해줍니다. 미스코리아 진이 된 지영을 위해 스스로 떠나기로 결심한 형준은 그렇게 새벽에 몰래 짐을 싸서 나왔습니다. 그렇게 나와도 이제는 갈 곳도 없는 그가 찾은 곳은 정선생이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하는 술자리에서 그는 자신이 그렇게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본심은 여전히 지영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정선생으로 인해 형준은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됩니다.
형준의 이런 행동이 지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직 자신이 편해지기 위해서 하는 행동일 뿐이라는 말이 맞기 때문입니다. 마치 지영을 위한 일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자신을 위한 행동으로 다시 한 번 지영을 힘들게 한다는 점에서 비겁한 행동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집으로 돌아온 형준은 지영의 매니저가 되었습니다.
활발한 방송 활동을 시작하게 된 지영 곁에서 남자 친구가 아닌 매니저가 된 형준이 과연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알 수는 없지만, 이 모든 것들도 지영을 위해서라면 충분히 감내해내야만 하는 수고라고 생각합니다. 세계 대회에 나가기 전까지는 남자친구가 있어서도 안 된다는 조약 아닌 조약 속에서 이들의 관계는 더욱 위태롭기만 합니다. 여기에 바다 화장품 모델을 거부한 지영에게 분노한 김이사가 미스코리아 대회 날이 생일이었던 지영을 걸고넘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만 나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미스코리아 진이 박탈 당할 수도 있는 중요한 문제라는 점에서 이후 논란의 정점에 설 수 있는 화두가 생긴 셈입니다. 바다 화장품이 비비 화장품을 인수하게 되었다는 호들갑 역시 윤의 선택으로 달라질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윤을 찾아가 독대를 하던 형준은 바다 화장품에 비비 크림을 넘기지 말고 자신의 회사를 인수해달라고 간청합니다. 그가 그런 이야기를 한 이유는 자신들이 거리에 나 앉는 것은 상관없지만 자신을 믿고 일 해왔던 회사 사람들까지 거리로 내몰 수는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형준의 선택은 아프고 서럽게 다가옵니다. 직원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안위를 돌아보지 않는 사주의 모습은 감동 그 이상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이런 특별한 존재감은 으래서 더욱 이질적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 감동적이기는 하지만 뭔지 모를 이질감이 묻어나는 것이 바로 <미스코리아>가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형준의 선택이 윤이에게 어떤 결정을 하도록 강제할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착한 드라마를 표방하는 <미스코리아>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라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잔잔한 재미는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잔잔함 속에 파도도 치고, 그런 파도 위에서 역경도 이겨내는 과정들이 시청자들을 좀 더 몰입하게 만들 텐데 그런 굴곡이 보이지 않는 <미스코리아>는 아쉽습니다. 위기가 존재하지만 그 위기가 결코 진정한 위기가 될 수 없다는 막연한 믿음을 심어주는 이야기에서 위기는 위기답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남은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현재의 상황을 만회할 수 있는 반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이미 예정된 수순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밖에 없는 <미스코리아>에게는 그저 그들이 추구하는 행복만 존재할 뿐입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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