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그곳에서 만나지 않았다면 행복했을 사람들이 불행을 잉태한 채 어떤 결말이 올지 알 수 없는 길을 걷는다. 서로 의도는 달랐지만 그들이 결국 가는 길은 같다. 그리고 그 길 끝에 무엇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예측도 쉽게 할 수 없다. 가고자 하는 길에 도달도 하지 못한 채 그들은 모두 길 위에 쓰러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엇갈린 그래서 더 애틋한;
풍전등화 같은 그들 앞에 드리운 두려움, 일식과 함께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희성은 영원한 사랑을 선택했다. 자신과 함께 백년해로 할 수 없는 그녀를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녀가 원하는 사랑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렇게 희성은 사랑을 얻었다. 미워할 수 없는 그래서 더욱 애틋할 수밖에 없지만 자신의 곁에 있을 수 없는 여인을 위한 희성의 사랑은 그랬다.
산 넘어 산일 수밖에 없는 애신과 유진의 사랑은 그렇게 애틋하다. 더는 가까워질 수도 없고, 이제는 멀어질 수도 없다. 그 경계의 선 안에서 더는 나아갈 수도 멀어질 수도 없는 그 지독한 상황 속에서 이들은 사랑보다 함께 가는 길에 혼자가 아니기를 바라고 있다.
애신을 위해 희성은 자신이 가질 수 있는 많은 것을 포기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누리며 편하게 살 수도 있었던 그는 그 모든 것을 버렸다. 그가 선택한 신문사는 결국 그가 조선으로 돌아와 경험했던 애신과 유진, 동매를 통해 변하게 된 그 무엇을 담기 위함이다. 하고 싶은 것이 없던 룸펜이 간절하게 하고 싶은 것은 생겼다는 사실은 그래서 반가우면서도 서글프다.
희성은 애신을 위해 정혼을 파기했다. 못된 결심이란 애신과 함께 살겠다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에게 못된 일인 파혼을 하겠다는 의미였다. 고 대감이 희성을 선택한 것은 애신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한성 최고 부자라면 최소한 애신이 위험해지는 상황을 조금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조부와 부모와 달리, 희성의 인품을 본 고 대감에게는 그게 최선이라 생각했다.
침략국 미군의 앞잡이가 애신이 마음에 품은 사람이란 사실에 고 대감은 분노했다. 그를 더욱 분노하게 한 것은 유진이 노비의 아들이라는 사실이다. 고 대감이 다른 이들과 크게 다르지만 당시 최고 권세가였다. 그런 고 대감이 노비의 아들과 하나 남은 손녀 딸이 사랑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다.
"땅을 보고 살아라 하늘은 멀다. 종 놈 눈길이 멀면 명이 짧은 법이다"
어린 시절 고 대감을 만난 적이 있었던 유진에게 해줬던 말이다. 양반 사회를 살아온 고 대감에게 신분제는 쉽게 떨쳐낼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두 아들을 위해 신분 따지지 않고 도움을 줬지만 그렇다고 신분타파에 앞장설 정도로 개화가 된 인물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절대 넘어설 수 없는 존재와 마주하게 된 두 사람의 운명은 힘겹다.
떠나는 유진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담을 뛰어넘고 뛰어 그와 마주한 애신. 그 애틋함은 벗겨진 신발을 가져다 신겨주는 장면에서 폭발했다. 그런 유진의 모습을 보며 애써 눈물을 참고 그런 그녀에게 어서 돌아가라는 유진.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 마음 아픈 두 연인의 절절함은 바닷가에서 함께 나눈 이야기 속에 담겨 있었다.
유진이 살았던 미국에서 함께 생활하는 상상을 하면서 그들이 나눴던 이야기들은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대한 간절함이자 헛된 꿈일 수밖에 없었다. 서양식 인사인 "Good Bye"를 하는 애신에게 "See You"를 권하는 유진. 그런 유진에게 "See You Again"를 건네며 볼 뽀뽀를 하는 모습은 헛된 꿈을 꾸게 하는 가베의 맛처럼 달콤 쌉싸래하기만 했다.
구동매는 알아서는 안 되는 비밀을 알았다. 이완익이 고 대감이 보낸 서찰을 중간에 빼돌렸다는 사실을 말이다. 고 대감이 지방의 선비들에게 현재의 문제들을 전하고 함께 힘을 합하자는 제안이었다. 이를 알게 된 동매는 담을 넘어 고 대감에게 그 서찰을 건넸다.
양인과 왜인 모두가 자신을 찾아와 위험을 이야기하는 상황. 어떤 신호인지 깨닫지 못할 고 대감이 아니다. 이완익이 모든 것을 집어 삼킬 준비를 마쳤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고 대감은 장 포수를 포함한 포수들에게 파발을 부탁한다. 모든 것이 막힌 상황에서 이 방법 외에는 달리 의사를 전달할 수 없던 시대였다.
황은산은 알고 있었던 유진의 진심. 뒤늦게 그게 유진의 진심임을 깨달았던 것이 아쉬운 황은산과 유진의 운명은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 여전히 이들의 운명은 풍전등화다. 일본의 조선 침략은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군함까지 코앞에 정박시킨 채 경제권을 빼앗으려는 그들 앞에 속수무책인 조정은 그렇게 한 낮에 시작된 일식처럼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그 시절에는 계기일식을 하늘의 노여움 정도로 생각하고는 했다. 개화가 되며 과학적 근거로 이해하는 이들이 늘기는 했지만 일상적이지 않은 그 모습에 두려움이 일상을 파고드는 것도 이상할 것은 아니었다. 오직 나라를 위해 자신을 던진 이정문 대감에게는 그만큼 적도 많을 수밖에 없다.
그를 돕는 쿠도 히나는 잃어버린 어머니를 빌미로 삼았고, 유진에게 무관학교 교관 자리를 요구하면서 황은산과 함께 하는 의병들을 들먹이는 행동은 이정문의 방식일지 몰라도 분노를 키우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나라를 위한 일을 하며 동지일 수도 있는 이들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결국 사단이 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니 말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이 살던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받쳤다.
엄비의 요청으로 궁을 찾은 애신. 무관학교 교관 자리를 받아들이고 나서는 유진. 오얏꽃이 흩날리는 궁궐에서 마주친 두 사람의 모습은 처연하기만 하다. 유진은 궁녀에게 말하듯 자신이 왜 궁에 왔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소상하게 알린다. 그런 말을 들으면 애써 눈물을 참는 애신은 그렇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엇갈릴 수밖에 없었다.
모든 일은 일식이 일어난 일 벌어졌다. 그리고 그 희한한 광경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운명 역시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 일식이 있던 날 고 대감은 포수들에게 서찰을 줘 지방의 선비들에게 전달하도록 요청했다. 이는 고 대감이 죽음을 무릎 쓰겠다는 결의와 같다.
동매도 희성도, 그리고 쿠도 히나도 모두 해를 가리는 달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각자 앞으로 운명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그들은 그렇게 살아 생전 다시는 볼 수 없는 '일식'을 각자 다른 곳에서 감상하고 있었다. 장엄하기까지 했던 그 장면은 <미스터 션샤인>이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잘 보여준 상징이었다.
이들 중 살아남을 수 있는 이는 몇이나 될까? 최대 1, 2명 정도만 살아남아 조선의 독립을 위해 싸울 것이다.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임을 알면서도 길을 떠난 그들은 그렇게 죽음을 피하지 않았다. 저잣거리 평범한 사람들부터 모두가 존경하던 대감까지 나라를 살리기 위한 의병들의 자발적인 행동은 '일식'이 조선 땅을 뒤덮던 날 본격적으로 시작을 알렸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Drama 드라마이야기 > Korea Drama 한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라이프 12회-문소리의 위기와 자충수 둔 조승우, 이동욱 선택이 부른 후폭풍 (0) | 2018.08.29 |
---|---|
라이프 11회-이동욱과 유재명의 쉽지 않은 용기와 흔들리는 조승우 (0) | 2018.08.28 |
미스터 션샤인 15회-변요한이 품은 나쁜 마음은 어떤 변화를 이끌까? (0) | 2018.08.26 |
아는 와이프-지성과 한지민 내세운 시대착오적 상황극 (1) | 2018.08.23 |
라이프 10회-원장 된 문소리 이동욱과 대립했던 섬뜩했던 마지막 장면 의미 (0) | 2018.08.2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