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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산부인과 7회-태아자살과 장애인을 이야기하다

by 자이미 2010.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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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방송된 <산부인과> 7회는 장애인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에피소드가 등장했습니다.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장애에 대해 고민하던 부모와 스스로 자신의 삶을 포기해버린 태아의 모습은 충격적이면서도 우리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7회 친구와 보호자 사이

1. 관계의 한계, 친구와 사랑 사이 

오지랖 이상식 선생으로 인해 방 입구에서 쓰러졌던 혜영은 하혈까지 있어 임신 사실을 알고 있는 그는 급히 119를 부르고 응급조치를 합니다. 자신의 임신 소식이 알려지는 것을 싫어하는 혜영을 위해 다른 병원으로 가려 해도 구역이 정해진 119의 사정상 어쩔 수 없이 근무지 병원으로 후송해야 되는 상황에서 혜영의 오랜 친구인 같은 병원 왕재석을 부릅니다.

최대한 임신 사실을 숨기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바라보는 재석은 혜영이 임신하고 있음을 눈치 챕니다. 산부인과 전문의이자 친한 친구로서 혜영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재석과 소아과 의사로 태아가 걱정인 상식은 의사로서의 걱정과 어느새 자라나고 있는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혜영을 바라보기에 예고된 충돌은 시작됩니다. 

재석으로서는 혜영이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고 그와의 사이에서 생긴 아이인 것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사사건건 참견하는 상식의 모습은 생경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단순히 태아에 대한 걱정으로만 치부하는 상식의 태도가 가져오는 오해(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해서 생기는 오해일 수도 있지만)는 혜영으로서도 귀찮은 존재일 뿐입니다. 

우연 같은 필연으로 혜영의 임신 소식을 그 누구보다 먼저 알게 되고, 임신 중절을 시도하는 과정까지 알게 된 상식으로서도 모른 척 할 수 없는 당위성은 가지고 있습니다. 설정 자체가 정이 많은 인물이기에 그의 관심이 타인에게는 도를 넘어서는 집착으로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작가가 어떤 식으로 풀어가기 위함인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분명한 건 상식이 혜영에게 하는 행동들은 이젠 사랑이라는 감정이 덧 씌어졌음은 분명합니다. 그런 상식을 보며 조금씩 마음이 움직이는 혜영의 모습들도 감지되며 그들의 사랑과 임신은 마지막까지 중요한 화두로서 <산부인과>를 이끌 것으로 보여 집니다. 

불륜과 임신, 그리고 아내와 불륜녀 사이에서 모두를 얻고 싶어 하는 기조실장은 <산부인과>에 어떤 의미인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혜영과의 관계를 통해 사랑의 가치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 것인지, 그를 통해 상식과 혜영의 사랑이 돈독해지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 위함인지가 모호합니다. 무의미해 보이는 기조실장은 매 회 등장하며 <산부인과>의 의미만 퇴색시키고 있습니다.

친구와 보호자사이가 아닌 사랑과 불륜사이에서 고민하는 기조실장에 대한 특집이라도 마련해 정리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거슬리는 캐릭터가 아닐 수 없습니다.

2. 장애 태아의 자살과 우리의 현실

불륜임에도 당당한 여성 환자. 철저하게 남편을 속이고 그렇게 속이기 위해 어떤 일이라도 서슴지 않고 행하는 여자 환자에게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레지던트 2년차 안경우와 환자가 최우선이기에 어떤 잘못이더라도 환자의 생명이 우선이라는 재석의 충돌은 의사이기에 가질 수밖에 없는 도덕과 의술의 경계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7회에는 이연경이 카메오로 출연했습니다. 구순열을 가진 아이에 대해 낳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상황에서 아이는 스스로 죽음을 택합니다. 구순열은 우리에게 언청이라고 불리 우는 입술이 갈라진 병입니다. 의술이 발달하면서 간단한 시술만으로도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알려진 이 병에 대해 왜 언급을 했는지 생각해보면 두 가지 정도를 고민한 듯합니다.

우선, 남편이 극중에서 이야기를 하듯 다른 곳도 아닌 얼굴에 장애가 있는데 어떻게 살아갈 거냐는 말 속에 '외모지상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을 하고 싶었던 듯합니다. 내적인 능력보다는 외적인 가치로 평가되는 세상에 구순열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가 짊어지고 가야 할 천형을 걱정하는 부모의 입장이 작가가 던진 첫 번째 고민이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이면서 중요한 의미인 사회 속 장애인에 대한 고찰은 전무했습니다. 단순히 얼굴 기형이 가져올 아이의 삶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지만 공감을 이루기에는 부족하기만 했습니다.

외모지상주의를 맹신하는 남편과 이를 부정하지 않지만, 아이에 대한 애정을 가진 부인과의 고민은 뱃속의 태아에게 그대로 전해져 스스로 탯줄을 꼬고 목에 걸어 자살을 해버립니다. 자신들이 태교가 아이를 자살로 몰아넣었다고 자책하고 오열하는 산모의 모습에서 찡한 감정을 감출 수는 없습니다.

1천 명당 4명꼴로 7개월 정도 된 태아가 심야에 자살을 한다고 합니다. 새벽 2, 3 경 산모가 깊은 잠이 든 상태에서 저혈당 저산소가 태아자살로 이어지는 원인이라고 하니, 현실을 무시한 자극적인 설정이라 몰아붙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회 차에서 극단적인 비교를 위해 마취과 의사를 폄하하는 내용을 담았듯 극단적인 상황을 다른 이유가 아닌 구순열이라는 간단하게 치료가 가능한 안면 장애를 가진 태아로 설정했다는 점은 문제가 될 수 있을 듯합니다.
 
구순열은 다른 질병과는 달리 쉽게 치료가 가능한 질병으로 국내에도 구순열을 가지고 태어난 많은 태아들이 수술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드라마를 위한 설정으로는 적절하지 않아 보였습니다. 외모지상주의 사회에 대한 언급을 필요로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인 문제를 생각했다면 다른 방법들이 많았을 듯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으로 태어나 살아가야 하는 것은 천형과도 같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뼈 속 깊이 박혀 있는 상황에서, 국가적인 책무도 방기하는 사회에서 장애인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묘연합니다. 그렇기에 쉽게 고칠 수 있는 구순열이 아닌, 좀 더 심각한 기형이 주요 화두로 언급되었다면 <산부인과>가 보여줄 수 있는 사회적인 함의는 특별할 수밖에는 없었을 겁니다. 

극적인 효과를 더할 수 있는 태아 설정이 공감하기 힘든 작가의 선택으로 인해, 다양한 의미들과 소통꺼리들을 던져줄 수 있는 중요한 에피소드가 그대로 사장되어버린 듯해서 아쉽습니다. 태교의 중요성과 그로 인해 태아가 스스로 자살할 수도 있다는 정보는 유용했지만 그 대상이 불치병이 아닌 치료가 용이한 질병이었다는 설정은 아쉬움만 던져주었습니다.  

의학 드라마가 담아낼 수 있는 가치들이 무척이나 많습니다. 더욱 그동안 중심에서 다루지 않았던 <산부인과>이기에 다양한 소재를 이용한 사회적인 편견을 해소하는 과정들이 담길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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