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이라고 지독한 무더위를 피해갈 수는 없다. 연일 34도를 넘나드는 더위 속에서 그들이 고창에서 여름을 나는 방법은 특별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여유를 가지고 농담을 주고받고 평상을 탁구대로 개조해 이열치열을 즐기는 그들의 삶은 단순함이 최선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다.
무더위 이기는 이열치열의 힘;
탁구로 일심동체 된 삼시세끼, 해질설록과 닭곰탕이 만들어낸 행복한 여름
무더운 여름에는 부대찌개라는 말도 안 되는 말이, 말이 되는 이 신기한 공간이 바로 삼시세끼다. 지독한 무더위를 이기는 방법으로 택한 차승원의 부대찌개는 식구들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부대찌개로 배를 채운 그들은 선풍기로 겨우 더위를 식힐 수 있는 그곳에서 새로운 재미를 찾았다.
탁구를 좋아하는 차승원을 위해 평상 위에 합판을 깔고 시작된 설비부와 요리부의 탁구 대결은 그 자체로 큰 재미였다. 급조된 탁구대이지만 해진의 말처럼 국제 규격에 맞춰줬다는 그곳에서 고창의 삶은 새로운 재미로 재탄생되었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땡볕에서 즐기는 탁구는 그들에게는 새로운 재미였다.
더위에 지쳐 쓰러져도 이상할 것이 없는 그곳에서 탁구로 대동단결한 삼시세끼 식구들은 무더위도 잊을 만큼 행복했다. 그저 설거지를 누가할 것인가? 에 대한 승부보다는 그 행위 자체가 행복한 그들에게 탁구는 고창에서 찾은 색다르고 즐거운 놀이였다. 시도 때도 없이 탁구에 매진하는 그들에 나 피디가 화를 낼 정도로 고창은 뜨거웠다.
"우리 조상님들은, 옛 선조들은"으로 이어지는 차승원과 유해진의 유머 감각은 고창의 삶을 행복하게 해주었다. 농익은 유머 감각이 가득한 해진은 '해진어록'으로 이 모든 것들을 정의하기도 했다. 한 여름 방안에서 문 닫고 겨울 점퍼를 입고 부대찌개를 먹고 탁구를 치는 우리 조상님들의 지혜라는 말도 안 되는 말로 재미를 선사하는 해진은 대단하다.
날씨가 34도만 넘으면 부대찌개를 해먹고 탁구를 치기에 여념이 없었다는 '해진설록'이 사실일리는 없지만 주어진 현실에 최대한 만족하며 그 안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삶의 지혜는 그래서 더 특별하다. 안주가 아닌 환경에 대한 핑계도 없는 그들의 삶은 중요하다.
논에서 열일 한 오리들을 퇴근 시키고 해진은 자신이 만든 오리들을 위한 공간을 새롭게 개조하기 시작한다. 항상 오리들을 잡아서 태우고 내려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해진의 아이디어와 결과물은 언제나 대단함으로 다가온다. 트럭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면 즉석에서 만들어낸 '오리밴'은 모두를 놀라 게 만들었다.
인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오리들 스스로 오르고 내릴 수 있는 해진의 '오리밴'은 해진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만재도에서도 그랬지만 해진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발명품들은 아이디어가 반짝거리는 특별함 그 자체였다. 무더위에 지친 가족들을 위해 낮에 산 냉동 닭을 해동시키고 얼큰한 '닭곰탕'을 끓이는 차승원의 요리 솜씨는 참 대단하다.
해동된 닭을 깨끗하게 씻어 껍질을 분리하고 끓인 물에 닭과 양파, 통마늘을 넣고 끓여서 만드는 닭곰탕은 최고였다. 탁구에 미쳐 정신없이 탁구 대결을 하는 과정에서도 "장작 더 가져와"에 모두가 웃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탁구에 미쳐있으면서도 할 일은 하는 프로의식 때문일 것이다.
푹 삶아진 닭만 건져내 일일이 손으로 찢어 살을 발라내고 남은 뼈 등은 다시 탕 속에 넣고 푹 끓여 육수를 완성시킨다. 잘 발라진 닭고기 위해 고추 가루를 듬뿍 뿌리고 간마늘과 후추, 매운 고추와 파까지 썰어 넣어 버무리면 모든 것은 완료된다. 차승원 요리의 핵심 양념들인 고추 가루와 마늘, 후추와 고추, 파까지 특별할 것도 없는 그것이 모여 최고의 맛을 완성하는 것을 보면 요리란 단순하면서도 오묘하다.
닭 껍질이 없어 맑은 국물에 양념으로 버물린 닭 고명을 넣어 먹으면 모두가 찬사를 쏟아낼 수밖에 없는 '닭곰탕'이 완성된다. 식구들 모두 자신이 먹어본 음식 중 최고라는 말을 할 정도로 푹 끓인 닭 육수에 칼칼한 양념이 베인 닭이 함께한 '닭곰탕'은 무더위를 날려버릴 최고의 만찬이었다.
이북식 닭곰탕에 흠뻑 빠진 삼시세끼 식구들을 기다리고 있는 고구마 밭은 노동이란 무엇인지를 새삼스럽게 깨닫게 해준 공간이기도 하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온 가족이 모두 고구마를 캐기 위해 나선 그들은 가는 길에 빵과 우유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3만 평이라는 거대한 고구마 밭에 압도당한 채 일을 시작했다.
그날 그들이 할 분량은 3만 평 중 작은 부분이기는 하지만 지독할 정도로 더운 날씨 속에서도 서로를 위해 농담을 주고받으며 일을 끝마치는 그들에게는 행복만 존재할 뿐이었다. 고된 노동 후 특별한 것 없이 끓인 라면에 차승원이 직접 담근 김치에 곁들에 먹는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만찬이었다.
탁구로 여름을 난 삼시세끼 식구들은 여름 나들이를 떠났다. 선운산 계곡에 위치한 작지만 맑은 계곡은 환상적이었다. 선운사가 있는 그곳에 울창한 숲과 맑은 계곡은 말 그대로 천국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마치 가족이 나들이를 나온 것 같은 그들의 선운사 계곡 나들이는 보는 이들마저 행복하게 해줄 정도였다.
특별할 것 없이 계곡 한 쪽에 돗자리를 펴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를 들으며 책을 잃거나 시원한 계곡물에 몸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여름 더위는 사라진다. 유명 계곡에 음식점의 평상이 지배하는 한심한 현실 속에서 선운산 계곡은 소수의 이익을 위한 공간이 아닌 모두를 위한 자연 그대로였다는 점에서 반가웠다.
연일 34도를 넘나드는 무더위 속에서 삼시세끼 식구들이 여름을 나는 방법은 특별하지 않다. 그 흔한 에어컨 하나 없어도 그들은 더위에 짜증을 내기 보다는 그 더위를 즐기는 모습에서 삶의 지혜를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언제나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어주는 해진의 아재개그의 힘과 차승원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요리만으로도 무더운 여름도 행복한 삼시세끼였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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