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 지독한 무더위를 이겨내는 삼시세끼 식구들의 방법은 간단했다. 특별한 보양식은 아니더라도 함께 먹어서 보약이 되는 뜨거운 부대찌개 한 그릇은 여름을 나는 이열치열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커버린 오리들은 사춘기를 겪고 있고 뜨거움이 더해지는 고창에서 삼시세끼 식구들의 하루하루는 도심과 다른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설비부와 요리부의 부심대결;
김장과 수박지옥, 보다 업그레이드 된 차줌마의 요리와 더 강렬해진 참바다의 노동
고창의 여름 아침은 빗소리와 함께 했다. 처마를 타고 내려오는 빗줄기 소리는 그것만으로도 최고의 운치를 담고 있다. 전날의 고된 노동에 지친 참바다와 달리, 차줌마는 아침부터 김장을 담그기에 여념이 없다. 전날 소금에 절인 배추를 씻고 속 재료들을 만들어 김치를 담그는 차승원의 모습에는 익숙한 장인의 기운이 그대로 전해진다.
번거롭고 어렵게 다가오기만 하는 김장임에도 차승원이 하면 참 쉽다. 수박을 따는 노동을 앞두고 시설부 유해진과 남주혁, 요리부 차승원과 손호준으로 나뉘어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 고창 식구들의 모습은 특별하지 않아서 더 반갑기만 했다. 아침 일찍 오리 걱정에 논에 그들을 풀어주고 흐뭇해하는 유해진의 모습은 자식 바보 아버지와 다름없었다.
논에서 열심히 노는 오리들을 보고 흐뭇해하던 해진은 입술 파래진다며 이제 나오라며 재촉하는 모습은 여느 아버지와 다름없었다. 해진이 오리들과 논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집에선 승원의 김장이 한창이다. 김칫소만 버무리면 김장은 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너무 손쉽게 해서 누구라도 다 할 것 같지만 승원이기 때문에 가능한 익숙함이었다. 수박 작업을 하러가면서 행복한 설비부의 두 남자는 아재 개그로 대동단결을 했다. 우유가 넘어지면 '아야'한다는 주혁의 말에 흐뭇한 해진은 모든 게 즐거웠다. 물론 수박 작업이 지옥으로 변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지만 말이다.
좋은 땅에서 재배된 수박을 따서 옮기는 작업은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한 덩어리에 10kg이 넘는 수박을 일일이 작업해 옮겨 트럭에 실어 나르는 일은 어렵다. 뜨거운 햇살이 내려쬐고 허리 한 번 펴지 못하고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은 지독한 노동으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었으니 말이다.
'수박지옥'을 벗어나 수박 한 덩이와 일당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 주혁은 다시는 수박 작업을 하지 않겠다고 할 정도로 힘겨운 노동의 연속이었다. 설비부가 고된 노동을 한 것과 달리 요리부는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시설부 것들"이라며 티격 대기는 하지만 그들을 위한 음식을 만드는 손길은 분주했다.
자신은 좋아하지 않지만 해진이 좋아하는 가지 요리를 하는 승원의 마음에는 음식 하는 사람의 자세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중국식 가지 요리인 '어향가지볶음'은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정성과 맛으로 만들어낸 가지 요리는 가지를 싫어한다는 호준마저 반하게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전날 작업했던 동죽 역시 요리의 주재료가 되었다. 하루 동안 해감을 한 동죽들은 다시 한 번 씻어 끓였다. 입을 벌린 동죽들을 일부는 조개탕으로 나머지는 동죽 무침으로 만드는 과정도 거침이 없다. 밖에서 열심히 일하는 이들을 생각하며 만드는 요리는 그래서 더욱 큰 의미를 담고 있었다.
시원한 조개탕과 일일이 내장까지 손질하며 얻은 동죽 무침은 정성이 만든 결과였다. 상상이상으로 힘겨웠던 수박 작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설비부 식구들이 환하게 웃을 수 있는 든든한 점심은 그래서 반가웠다. 뭐 대단할 것도 없어 보이지만 "어후"라는 감탄사가 끊임없이 나오는 조개탕에 반하고, 어향가지볶음과 쓴맛을 없앤 동죽무침으로 함께 한 점심은 그 어떤 밥상보다 값진 점심상이었다.
예고 없이 내리는 비를 감상하며 수박 작업을 끝내고 얻은 수박으로 화채를 만들어 먹는 그들의 오후는 그 무엇보다 행복이 가득했다. 그렇게 다시 열흘이 지나고 장마가 지난 고창은 무더위가 가득했다. 그 더위는 자연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고, 다시 찾은 고창에서 식구들을 반기는 것은 너무 커버린 오리들이었다.
한 달 전 귀여운 모습으로 삼시세끼 식구들을 반기던 오리들은 이제는 귀여움은 사라진 큰 오리들로 성장해 있었다. 완전히 다 자란 것은 아니지만 너무 커버린 오리들이 부담스럽게 다가올 정도로 말이다. 항상 함께 다니던 그들은 사춘기를 맞이하며 각자 행동들을 하는 등 많은 변화를 보였다. 다 크면 흰색이 된다는 말에 아재감이 풍만한 해진은 다크(Dark)면 검정이지로 모두를 웃게 만들기도 했다.
오리들에 깜짝 놀랐던 식구들은 개그 연습을 많이 했다는 주혁에게 '해운대 앞바다'의 반대말은 뭐냐고 묻는다. 단순하게 '해운대 뒷바다'라고 했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은 주혁은 "해운대 엄마다"라고 외치며 행복해하는 모습에서 아재개그 꿈나무다운 매력을 선보였다.
뜨거운 여름 뜨거운 부대찌개와 닭곰탕으로 점심과 저녁 메뉴를 정했다.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부대찌개를 무더위에 먹으면 그만이라며 농담을 하는 해진과 승원의 궁합은 최고였다. 한 여름 부대찌개를 끓여 방문을 닫고 패딩 점퍼를 입고 먹으면 그만이라는 그들의 농익은 농담은 시청자들에게는 즐거움이다.
열흘 전 담근 김치는 맛깔스럽게 익었고, 그 익은 김치를 중심으로 간단하지만 모두가 만족할 수밖에 없는 부대찌개는 한 여름 무더위를 단숨에 날려버릴 최고의 이열치열 보양식이었다. 콩밥을 짓고 햄과 소시지, 각종 야채와 고춧가루로 얼큰함을 더한 차줌마의 부대찌개는 대단한 사랑이 담긴 음식이었다.
별것 없어 보이지만 식구를 위한 마음이 가득한 승원의 부대찌개는 뜨거운 여름을 슬기롭게 나게 만드는 멋진 요리였다. 우리의 어머니들이 그러하듯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해주는 요리는 그렇게 마음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기만 했다.
별것 없는 고창에서의 일상이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이유는 그 안의 우리가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별할 것도 없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 안에서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그들의 삶은 우리가 동경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여유란 찾아볼 수도 없는 삭막한 현실 속에서 '빈곤이 주는 풍요로움'을 만끽하게 하는 삼시세끼 식구들의 삶은 그 자체가 행복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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