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혜가 떠나는 순간 옥순봉 세 남자의 표정은 어쩌면 시청자들과 동일했을 듯하다. 시즌2를 열었던 박신혜는 마지막을 함께 했다. 박신혜가 왜 그렇게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선 보이는 모든 것이 대답을 해준 듯하다. 옥순봉의 가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박신혜는 곧 <삼시세끼 정선 시즌2>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신혜의 바지런함;
아름다운 옥순봉과 이별하는 자세, 신혜철의 일상으로의 초대
옥순봉에서 1년을 보낸 <삼시세끼>가 4계절을 보내며 막을 내렸다. 이제는 방송을 통해 더는 볼 수 없는 옥순봉은 그래서 더욱 애절함으로 다가온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 세끼를 직접 키운 작물들을 이용해 해결하는 이 평범한 예능은 모두를 사로잡았다.
평범함을 버리기 위해 무리수를 쓰는 세상에 단순함을 내세운 <삼시세끼>는 기본에 충실했다. 무엇이든 기본에 충실해야만 성공할 수 있음을 <삼시세끼>는 잘 보여주었다. 기본보다 새로움만 추구하는 다른 예능과 정반대의 길을 걸어 지친 시청자들에게 행복을 전한 이 선택은 결국 제작진들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 그대로의 삶에 대한 동경을 풀어낸 <삼시세끼 정선>의 시즌2는 박신혜를 빼놓고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시즌1이 <꽃보다 시리즈>와 최지우를 기억하게 만들었던 것과 달리, 시즌2는 처음과 끝을 박신혜와 함께 했다. 그녀가 출연하기 전과 후가 명확하게 갈릴 정도로 박신혜의 존재감은 강렬했다.
등장부터 비범했던 박신혜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아이스박스까지 가지고 옥순봉을 찾았다. 대창집을 하는 자신의 집 음식을 옥순봉 사람들에게 대접하고 싶어 한 그녀는 그렇게 첫 등장부터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그저 자신이 가져온 재료로 음식을 해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녀는 옥순봉에 처음부터 함께 했던 것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했다.
이서준은 '서지니빵'이라는 별명을 얻게 해주었던 화덕 역시 박신혜가 아니면 힘들었을 것이다. 여기에 텃밭에 가득했던 식재료와 옥수수 역시 박신혜에게는 특별한 것이었다. 여기에 할아버지가 양봉을 한다며 가져온 꿀은 옥순봉에서도 양봉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다가왔다.
옥순봉에서 두 번째 이야기는 박신혜로 시작했다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그녀가 뿌린 씨앗과 만든 화덕은 옥순봉을 다양하고 풍성하게 만들었다. 자연이 주는 선물이 어떻게 우리에게 다가오는지 그 모든 것을 보여준 옥순봉의 시작은 곧 박신혜였다.
3개월 동안 봄과 여름을 보낸 <삼시세끼 정선 시즌2>는 마지막을 박신혜와 함께 했다. 자신의 땀이 모두 담겨져 있는 옥순봉에 애정을 담은 박신혜는 풍성하게 자란 그곳에서 행복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얻어먹고 가겠다고 밝혔지만 그곳에서 박신혜는 손님이 아니었다. 친동생에게 하듯 아무렇지도 않게 일을 시키는 그들에게는 그 어떤 경계도 없었으니 말이다.
택연이 신혜에 대한 감정에 심하게 들떠 있기는 했지만, 옥순봉에서 그녀는 그저 가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뜨거운 여름 시원한 소나기는 오락가락하며 그들에게 편안한 휴식을 안겼다. 물론 박신혜의 옥수수를 따기 위해 비까지 맞으며 일을 한 택연은 달랐지만 말이다. 박신혜로 들떴던 택연의 에너지는 결국 감기를 안겨주었다.
비오는 날 한가롭게 집안에 모여 토마토를 설탕에 뿌려 먹거나, 부침개로 무료함을 행복으로 바꾸기도 하는 그들의 삶은 정신없이 바쁜 현실 속에서 그리움과 동급으로 다가온다.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것도 이제는 용기가 필요한 세상이 되었으니 옥순봉의 그들 삶은 시청자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아버지 세대와 달리 고향이라는 문화가 사라져버린 현실 속에서 <삼시세끼 정선 시즌2>는 시청자들의 상징적인 고향 역할을 해줬다. 그리고 박신혜는 그런 고향 집을 찾은 정겨운 여동생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런 여동생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잘 만들어진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흥미롭고 즐겁기만 했다.
옥수수 따기에도 열심이고 요리에도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박신혜는 마지막 날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내보였다. 떠나는 순간까지도 옥순봉에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행복한 밥상을 함께 나눈 박신혜는 <삼시세끼 정선 시즌2>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어머니 가게의 주방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돼지갈비를 더욱 맛깔스럽게 먹게 해줄 양파절임 소스까지 만드는 박신혜는 그런 존재였다. 감자 고로케로 시작된 박신혜의 옥순봉 마지막 하루는 오락가락하는 비와 함께였지만 그녀의 매력을 무한발산하게 만든 과정이기도 했다.
옥수수를 따다 비로 인해 멈춘 일손. 처마 밑에서 눈처럼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이서진과 김광규, 박신혜로 이어지는 세 사람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게 다가올 정도였다. 뒤늦은 점심은 제작진의 배려로 라면이 주어졌지만 읍네 마니아 서진이 감기 기운이 있는 택연을 이용해 외식을 하려 하는 상황에서 말 안 듣는 택연을 향해 "말 더럽게 안 듣네"라는 읍소는 모두를 웃게 만들었다.
라면과 우연하게 먹어봤다는 토마토 김치를 그 자리에서 뚝딱 만들어내는 박신혜는 정말 대단했다. 양념갈비 역시 먹어보고 맛있어서 그대로 따라한 솜씨였다. 그녀의 이런 농익은 요리 솜씨를 보고 이서진이 "홍석천하고 겨뤄도 되겠어"라는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옥순봉의 마지막 저녁이라며 고추장찌개에 비트를 넣어 '피범벅 찌개'로 만든 요리 테러리스트 택연의 지위 권을 빼앗고 죽어가는 음식을 살리는 신혜의 모습도 정겹게 다가왔다. 지옥의 선물을 그나마 먹을 수 있게 만든 그녀와의 이별은 <삼시세끼 정선 시즌2>에서 가장 애절한 장면이었다. 어떤 초대 손님이 와도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들이 얼마나 박신혜를 좋아했는지 알 수 있었다.
말 주변 없는 이서진이 다정하게 밖에서 밥 한 번 먹자는 말로 그녀에 대한 애정을 보이고, 차마 가는 모습을 보기가 힘든 택연의 표정은 적나라함으로 다가왔다. 마지막까지 떠나는 박신혜를 위해 뭐든지 해주고 싶어하는 그들의 행동들 속에서 정이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박신혜는 마지막 인터뷰를 하면서 제작진들이 왜 옥순봉에 다시 찾아왔느냐는 질문에 단백하게 한 마디 했다. "사람이죠"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기 때문에 행복했고, 그래서 다시 찾았다는 그녀의 말 속에 모든 것이 존재했다. <삼시세끼 정선 시즌2>의 핵심은 바로 사람과 사람의 관계였다. 하루 세끼를 챙겨먹는 행위가 아니라 누구와 어떻게 식사를 함께 하느냐가 곧 제작진들이 전하고 싶은 가치였다는 점에서 박신혜의 이 말은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지난 해 첫 시작을 무밥과 된장찌개로 했던 그들은 마지막 아침 역시 처음과 같았다. 물론 무밥이 뭔지도 몰랐던 그들이 알아서 만들어내고 맛있게 식사를 하는 과정에서 확연하게 달라진 그들을 볼 수 있었다. 회자정리를 하는 그들의 방식은 처음 시작과 현재를 단순하게 비교해 어떤 성장을 했는지 보여주는 방식으로 정리했다.
마지막 아침을 맞이한 그들의 분주한 모습 속에 이제는 고인이 된 신해철의 '일상으로의 초대'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매력적으로 어울렸다. "산책을 하고 차를 마시고 책을 보고 생각에 잠길 때 요즘엔 뭔가 텅 빈 것 같아. 지금의 난 누군가 필요한 것 같아.....서로에 대한 거의 모든 걸 지켜보며 알게 된다는 게 말처럼 그리 쉽지는 않겠지.....내게로 와 줘 내 생활 속으로" 가사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애절함이 담겨져 있지만 폭넓게 해석하면 <삼시세끼 정선 시즌2>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이보다 더한 노래는 없을 정도로 절묘했다.
박신혜와 신해철. 서로 관계없는 둘이 하나가 되어 정선의 마지막은 더욱 큰 의미로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다. <삼시세끼>가 비록 정선을 떠나기는 하지만 새로운 장소에서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일상으로 초대하는 그들의 소박하고 단순한 삶. 그 안에서 느껴지는 인간에 대한 사랑과 따뜻함이 가득한 시선은 여전히 우리에게 강렬함으로 다가온다. 비록 정선과는 이별이지만 어딘지 아직 알 수 없는 그 어느 곳에서 다시 그들은 '삼시세끼'를 우리에게 권할 것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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