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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Netflix Wavve Tiving N OTT

삼체와 닭강정-진지함과 병맛 감성 사이에 외계인이 있다

by 자이미 2024.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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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두 편이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두 작품은 극과 극일 수밖에 없습니다. 제작비 차이도 극과 극이고, 한 작품은 소설로 큰 상을 받기도 한 원작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왕좌의 게임' 제작진이 참여하며 기대치를 극대화했습니다.

 

중국인 류츠신의 SF 소설 '삼체'는 아시아권 최초로 2015년 휴고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그만큼 작품성으로 인정받았다는 반증일 겁니다. 물론 이에 대해 반론을 재기하며, 형편없는 수준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존재합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삼체 중 문화혁명

이것저것 끄집어와 세운 가설도 조합한 수준이고, 결말이 엉성하다는 주장들이 많습니다. 물론 이와 정반대 이야기를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원작이 가지는 한계가 드라마라고 완벽하게 달라질 수는 없을 듯합니다. 더욱 '왕좌의 게임' 제작진이 참여하며 시즌제를 고려한 전개였지만, 과연 이어질지도 의문입니다.

 

'닭강정'은 네이버 웹툰 원작을 이병헌 감독이 연출했습니다. '스물'과 '극한직업', '멜로가 체질'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낸 그는 특유의 유머 코드를 적절하게 녹이며 흥미롭게 풀어냈습니다. 물론 호불호 역시 극단적으로 나뉠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병맛에 빠져들면 헤어 나올 수 없지만, 그렇지 않으면 외면하고 싶은 드라마이니 말입니다.

 

'삼체'가 공개되며 가장 크게 화제를 모은 것은 시작과 함께 등장한 '문화대혁명'이었습니다. 모든 것의 시작점인 예원제(진 쳉)의 아버지가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집단 린치를 당하고 사망하는 끔찍한 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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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강정이 되어버린 딸을 되찾기 위한 부정과 짝사랑하던 닭강정이 된 여인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는 이들의 말도 안 되는 고군분투는 흥미롭게 전개됩니다. 아버지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고 거대한 전파망원경이 있는 곳에 배치되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당시 외계 생명체와 소통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거대한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신호를 보내고, 잡는데 집착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리고 우연하게 예원제는 외계인과 소통이 이뤄졌습니다. 회신하지 말라며, 위치를 알게 되면 점령하겠다 경고합니다. 하지만 예원제는 오히려 자신인 점령을 돕겠다고 제안하죠.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수십년을 흐르며 주무대가 영국으로 변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예원제의 딸인 베라 교수가 갑작스럽게 자살하고, 전 세계에서 유명한 과학자들이 사망하는 일들이 속출합니다. 기묘한 현상 속에서 베라의 제자들 중 오기도 카운트를 보게 됩니다.

닭강정-한순간에 닭강정이 된 딸을 찾아라

오기의 카운트는 다른 사망한 과학자들에게도 죽기 전 보였던 현상이었습니다. 이는 외계집단 침략을 막을 수도 있는 유망한 과학자들을 죽이는 수단이었습니다. 이 카운트를 없애는 방법을 제공한 하스는 CCTV 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하스가 외계인이나 유령은 아니죠. 다만 전 세계를 장악한 삼체인들이 양성자에 세긴 컴퓨터인 지자에 의해 지워진 것일 뿐이었습니다. 그들이 다른 인물들이 아닌 오기를 택한 것은 그가 연구하고 실용화하를 앞둔 기술 때문이었습니다.

 

실제 이 기술은 결국 삼체 추종자들이 탄 배가 사라지게 만드는 이유가 됩니다. 나노 섬유를 통해 예원제의 남편이자 삼체와 소통하던 에반스와 추종자들이 탄 거대한 배를 산산조각 내버립니다. PDC의 파나마 운하 작전으로 학살당합니다.

 

오기가 나노 물질에 탁월한 능력을 보인 과학자이기에 제거하려 했다면, 진청은 오히려 삼체 추종자들이 포섭하고 싶은 인물로 여겨집니다. 베라가 아끼던 오인방 중 하나인 진청은 베라가 사용했다는 게임기를 예원제의 허가하에 빌려오게 되죠.

 

'삼체'에서 그나마 재미있고 화려하게 다가오는 부분은 게임기에서 구현되는 삼체 이해하기입니다. 이 게임을 통해 삼체란 무엇인지를 이해하게 되죠.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볼거리는 그나마 이 드라마를 본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사실 '삼체'와 유사한 이야기는 너무 많습니다. '삼체'라는 용어를 직접적으로 언급했을 뿐이지, 기존에 만들어졌던 수많은 이야기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1977년 만든 그 유명한 '미지와의 조우'도 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다만 접근 방식과 직접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외계인과의 차별성만 존재합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삼체의 주요 등장인물들

이와 더 직접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것은 1997년 로버트 저메키스가 만들고 조디 포스터가 열연한 '콘텍트'는 더욱 직접적입니다. 전파 망원경을 통해 외계 생명체와 접촉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말이죠. 여기에 2017년 드뇌브 감독의 '컨텍트'는 에이미 아담스의 매력적인 연기를 바탕으로 외계 생명체와의 접촉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두 작품 모두 동일한 제목으로 유사한 주제를 담았지만, 서로 다른 재미를 선사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철학적 메시지를 잘 담아 많은 이들의 극찬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에 비하면 2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제작비를 들인 '삼체'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 했는지 모호합니다.

 

과학자들이나 이런 과학적 서사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는 소설이나 드라마에 등장한 설정의 과학적 접근을 통해 재미를 찾아내고는 합니다. 어떤 작품이든 호불호는 존재할 수밖에 없고, 취향도 존재합니다. 그런 점에서 '삼체'를 최고로 생각하는 이들도 많을 겁니다.

 

이야기로서 재미를 생각해보면 '삼체'는 대중적이란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더욱 천문학적 제작비를 들여 이 정도 작품을 만들 정도라면 '왕좌의 게임' 제작진도 이제 끝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만큼 특별하지 않은 외계 생명체에 대한 서사는 아쉬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수많은 이야기들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삼체'가 과연 시즌 2를 만들 수는 있을까요? 현재로서는 거의 불가능해 보입니다. 투자대비 효과가 미미하다면 굳이 이야기를 더 풀어갈 이유가 없으니 말입니다. 열린 결말로 남겨뒀지만, 200년 후에 올 외계 생명체를 기다리는 이야기를 할 것인지 아니면 훌쩍 뛰어넘어 외계 생명체와 만나는 주제를 보일지도 모호해 보입니다.

 

원작이 중국을 배경으로 하다보니 이야기 중심을 중국이 아닌 영국으로 옮기며 많은 것들이 바뀔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원제 이야기가 보다 더 나오지 못한 것 역시 배경이 바뀐 탓이기도 합니다. 예원제 서사가 원작과 달리, 사라지며 드라마 '삼체'는 베라 교수의 제자 5인방 이야기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닭강정 스틸컷
삼체 스틸컷

'닭강정'은 심오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아니 심오하지만 그렇게 풀어내지 않았다는 말이 더 어울릴 듯합니다. '삼체'와 달리, 전형적인 외계 생명체 이야기와 유사하게 오래전부터 지구에 살고 있던 외계인과 접촉하는 과정을 병맛 이야기로 풀어냈다는 점이 오히려 재미있었습니다.

 

보다 철학적인 생각을 하게 한 것은 '닭강정'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딸이 닭강정이 되어버린 황당한 상황에, 되돌리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류승룡과 안재홍의 연기는 경악할 정도였습니다. 닭강정을 바라보며 혼신의 연기를 펼치는 이들 모습은 극단의 이질적인 느낌이 극을 더욱 효과적으로 만들었습니다.

 

당대 최고의 연기자라 불리는 류승룡과 안재홍이 닭강정 하나를 두고 혼신의 연기를 한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병맛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이들의 진지한 연기는 이질감을 극대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동화되어 닭강정을 되돌리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기도 합니다. 

 

외계인들이 자신들의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군무를 추는 장면에서는 병맛의 끝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현실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을 통해 나름 가치를 부여하는 과정도 나쁘지 않았죠. 그리고 끝내 닭강정에서 돌아오지 못한 김유정에 대한 두 인물의 훗날의 이야기도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두 작품 모두 외계 생명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를 풀어내는 방식은 제각각일 수밖에 없습니다. 삼체는 원작의 3부작 중 1, 2부를 다뤘습니다. 세 번째 몸은 외계 생명체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해설하는 행위를 즐긴다면 이런 학문적 접근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삼체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닭강정 포스터

하지만 단순화시켜 이런 주제를 풀어낸 '닭강정'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합니다. 외계 생명체가 등장하는 수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삼체'와 '닭강정'은 어떤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요?

 

장르가 다르지만 '기생수-더 그레이'는 '삼체'의 제작비 2000억 원의 10%인 200억의 제작비를 들이고, 전 세계 시청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외계 생명체가 무차별적으로 침공하고 인간의 뇌를 먹고 지배하는 방식은 다른 작품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외계 생명체를 어떻게 상정하고 그들이 행동하느냐가 달라질 뿐이니 말이죠. 그들 사이에는 아직 증명되지 않은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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