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기에 유사한 죽음을 맞이했던 소현세자와 사도세자의 이야기가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송되고 있습니다. 월화 드라마와 일요일 드라마로 직접 경쟁을 하지는 않지만, 두 작품 모두 아버지인 왕에 의해 살해당한 아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왜 유명 여성 작가들은 아비에 의해 거세당한 아들에 집착하게 되었을까요?
절대 권력에 맞선 절대 존재들;
왜 작가들은 사도세자와 소현세자를 드라마로 끄집어내는 것일까?
사도세자와 소현세자는 다른 시대를 살았지만 유사한 죽음을 당한 세자들입니다. 사도세자는 아버지인 영조에 의해 뒤주에 갇힌 채 사망했습니다. 소현세자는 아버지인 인조가 그를 살해했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정황상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세자의 죽음을 평민과 같이 취급할 정도로 인조와는 큰 갈등이 존재했었기 때문입니다. 두 세자의 죽음은 아비였던 절대 존재인 왕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그래서 흥미롭습니다.
드라마는 왜 아비인 왕에 의해 죽임을 당한 세자의 이야기를 선택한 것일까요? 역사에서 드러난 내용을 그대로 담아내지 않고 색다른 방식으로 이들을 재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죽음을 단순히 역사에 기록된 그 이상의 가치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역사상 가장 불운했던 세자들에게 집착할 수밖에는 없었을까요? 아버지인 왕을 이어 차기 왕이 유력한 그들이 왕이 아닌 죽음으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떴다는 점은 흥미로운 공통점으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습니다. 절대 권력을 누리고 있는 왕에 의해 차기 왕이 죽을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은 흥미로운 요소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흥미롭게도 영조와 인조 모두 정통성에서 항상 의심을 받던 왕들입니다. 무수리의 몸에서 태어나 왕이 될 수 없는 조건을 가졌던 영조는 궁에서 쫓겨나 사가에서 생활을 했던 인물입니다. 그런 금은 노론에 의해 왕세제가 되었고 경종의 죽음으로 영조로 즉위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비밀의 방-의궤 살인사건>에 등장하는 영조와 세자의 역사는 그의 아버지인 숙종 시절부터 자주 언급되어 왔습니다. 숙종과 장희빈, 그리고 화경숙빈 최씨에 대한 이야기는 사극으로 많이 재현된 단골 소재이기도 합니다. <동이>는 바로 숙종과 화경숙빈 최씨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무수리에서 숙빈 자리까지 올라 아들마저 왕으로 만든 한 여인의 이야기를 한효주가 연기를 했던 이 드라마는 좋은 참조가 될 수 있을 듯합니다.
역사적으로 가장 냉혹한 여인으로 알려지기도 했던 장희빈이 살던 시대였고, 그녀의 아들인 경빈이 죽은 후 무수리의 아들인 금이 영조가 되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서로 다른 왕을 모셨던 소론과 노론의 대립으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이런 대립관계는 지속될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럽게 장헌세자(후에 사도세자란 시호가 내려진)와 그의 아들인 정조 시대까지 이 지독한 운명은 지속됩니다.
<삼총사>에 등장하는 인조 역시 반정을 통해 왕이 된 인물입니다. 왕족이지만 왕위와 관계가 없던 이종은 왕이 될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극의 단골손님 중 하나인 광해군을 몰아내고 왕에 오른 그는 그 유명한 인조반정의 주인공이었습니다. 서인들에 의해 왕위에 올라선 종은 인조가 되었고, 친명배금정책을 실시하며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며 치욕의 왕위 자리를 이어간 왕이기도 합니다.
절대 권력이어야만 하는 임금이지만 이들은 항상 노론과 서인들에 의해 제대로 자신의 뜻을 펼치기 어려운 임금이기도 했습니다. 후에 임금이 되었던 금과 종은 모두 왕이 될 수 없는 인물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금은 그의 배다른 형인 경종이 항상 병마에 시달려왔고, 죽음 뒤 자연스럽게 왕이 되어 영조가 되었습니다. 종은 부당한 권력을 휘두른 광해군을 몰아내고 새로운 군주가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당연히 권력을 지지하는 세력들이 존재할 수밖에는 없었고, 그들은 왕위에 올라선 후 모든 권력의 중심이 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기본적으로 강렬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영조와 인조가 자신의 왕위를 돈독하게 하기 위해서는 정통성이라는 가치에 집착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항상 자신의 위치를 의심받고 도전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들의 고통은 결과적으로 아들에 대한 반박으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왕이 될 운명이었던 장헌세자와 갑작스럽게 왕위 계승자가 된 소현세자 그들은 힘겹게 권력을 잡는 아버지 세대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현실적이며 합리적인 나라를 만들고 싶다는 이들의 소망은 결국 정쟁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인물들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이 지점에 주목해야만 하는 것은 두 작품 모두 권력의 희생양이 된 세자의 삶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불꽃처럼 살다 잔인하게 죽임을 당해야만 했던 두 세자의 이야기는 다뤄지기 쉽지 않은 소재이기도 했습니다.
뚜렷한 족적을 남길 수 있는 처지가 아닌 그들에게 역사는 그렇게 호락호락할 수는 없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후에 사도세자로 명명된 그는 광인으로 기록되어 있고, 그나마 소현세자는 광인까지는 아니었지만 서양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시도를 했던 인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두 세자 모두 영특한 인물들이었고, 잘못을 바로잡는 일에 누구보다 앞장섰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극중에 등장했지만 장헌세자는 영조에게 '균均'을 통치이념으로 삼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왕이 지배하는 사회에 서열이 분명한 조선시대에서 '균'을 통치이념으로 삼겠다는 장헌세자는 어쩌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이 될 수도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물론 그런 평등한 세상을 꿈꿨기 때문에 죽을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권력을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인조와 소현세자의 갈등 역시 명과 금에 대한 갈등. 그리고 정책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차가 결국 슬픈 결론으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아버지인 인조를 위해 스스로 청나라로 향했던 소현세자. 삼전도의 굴욕 속에서 아버지를 위해 청의 볼모가 되어 9년이라는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한 나라의 세자가 침략국의 볼모가 되어 살아야 했던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문제는 그런 청에서 우수한 서양 문물들을 경험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조선에 적응하려 한 소현세자와 인조의 갈등은 깊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오랑캐에 침략에 굴욕적인 조아림까지 해야만 했던 인조에게 그들과 그들의 문물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존재였습니다. 세자가 귀국한지 2달 만에 원인 모를 병으로 급사하고 인조가 서둘러 입관을 지시한 사안들을 봐도 인조가 자신의 아들 죽음에 깊이 관여되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절대 권력을 가진 임금의 맏아들인 세자. 왕의 길을 걷던 그들이 왕에 의해 죽어야만 했다는 사실은 당연하게도 흥미롭습니다. 왜 그들은 열린 길 위에서 처참한 죽음을 감당해야만 했는지 의아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바로 권력이라는 거대한 힘이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권력에 취한 존재들은 자신의 권력을 침범당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어 합니다. 영조가 자신의 과거를 담은 책들을 보며 이와 관련된 모든 자들을 죽여버리라고 분노하는 장면에서도 알 수 있는 정통성이 부족한 왕조에게 이런 외부적인 대항은 권력 저항으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 등은 시대를 대변합니다. 시대를 거스른다는 것은 곧 대중성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들은 언제나 시대와 함께 행보를 할 수밖에 없는 존재들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들이 비슷한 시기에 두 세자의 죽음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습니다.
정통성이 없는 자들의 권력 지배와 그에 맞서는 세자. 그리고 세자를 죽이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아비의 권력 욕심 등은 자연스럽게 흥미롭게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역사적인 사실을 두고 서로 다른 시각이 존재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역사는 승자의 몫이라고도 하지만, 조선시대의 역사 기록은 그 어느 나라보다 객관적으로 이어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후에 사도세자로 명해진 장헌세자와 소현세자의 이야기는 추리 형식과 활극의 형태로 서로 다르지만 이 두 작품은 권력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집착하고 있습니다. 최고 권력자와 그 권력을 만든 자들의 대립과 갈등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벌어질 수밖에 없는 권력 다툼들이 흥미롭게 담겨져 있다는 점입니다.
두 여성 작가가 서로 다른 하지만 유사한 의미를 가진 두 세자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은 현실정치에 대한 고민이 그 작품들 속에 녹아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정통성을 의심받는 왕. 그런 왕은 자신의 정통성을 지키기 위해 세자마저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그렇게 인정하지 않는 권력에 대해 자신의 아들까지 죽일 정도로 강력한 힘으로 봉인하는 것은 현재나 과거나 유사함으로 다가옵니다. 서로 다른 상황 시대를 살고 있음에도 상당부분 같은 괘를 걷고 있다는 점에서 이 두 드라마의 재미는 더욱 풍성해집니다.
<비밀의 문-의궤 살인사건>과 <삼총사>에 등장하는 두 세자가 우연처럼 마주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추리와 활극이라는 서로 다른 옷을 입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게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중심에는 당대의 권력이 존재했고, 그 권력이라는 습성은 시간이 지난다 해도 변할 수 없다는 사실만은 역설적으로 드라마는 잘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양날의 검이 될 수밖에 없는 권력을 그들의 한 쪽 날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지 그게 궁금해집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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