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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스타트업 1회-배수지의 청춘에 마법을 부른 박혜련 작가의 힘

by 자이미 2020.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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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미와 인재의 재회는 이들이 향후 어떤 대립각을 세울 수밖에 없을지 잘 보여주었다. 없으면 안 되는 자매였지만, 부모 이혼 후 서로 갈라진 이들은 그렇게 전혀 다른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사람 좋고 좋은 아이디어까지 가지고 있었던 달미 아버지와 재벌과 재혼에 성공한 인재 어머니의 삶은 그렇게 달라졌다.

 

이야기는 이들 가족이 갈라서기 직전인 15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창업을 하겠다는 아버지와 그렇다면 이혼부터 하자는 어머니는 항상 다퉜다. 그런 부모들을 보며 자매들이 불안해 하는 것은 너무 당연했다. 언니 인재는 항상 인기가 많았다.

할머니 원덕(김해숙)이 운영하는 핫도그 집은 항상 아이들로 북적거렸다. 그곳은 또한 만남의 장소처럼 사용되기도 했었다. 이혼 문제로 혼란한 인재는 아버지가 출근하는 모습을 보고 달미와 함께 추적 아닌 추적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몰래 회사에 들어와 목격한 장면은 충격이었다. 사장이 행패를 부리고, 이를 말리던 아버지 청명(김주헌)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렇게 아버지가 회사에서 맞고 있다며 창업을 지지해주자는 아이들에게 엄마는 단호했다. 매를 맞아도 돈을 벌어와야 한다는 단호함이었다.

 

아이들 앞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아내 아현(송선미)의 발언을 듣게 된 청명은 이혼을 선언했다. 그렇게 이혼하게 된 그들은 아현이 큰 아이인 인재를 데리고 떠났다. 항상 붙어 살았던 인재와 달미는 이혼 후에도 주기적으로 만났다. 

 

핫도그 집 앞에서 있던 아이 지평은 홀로 집을 구하러 나섰지만 좌절만 엿볼 수밖에 없었다. 보육원에서 성인이라며 쫓겨난 그에게 남겨진 것은 200만 원이 전부였다. 그걸로 방 하나 구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그에게 손을 내민 것은 원덕이었다.

 

가게 안 방을 내준 원덕에게 여전히 경계를 하지만, 아침 일찍 찾아온 그의 행동에 오히려 마음을 놓았다. 일을 하며 모은 돈을 은행이 아닌 깡통에 모아 놓았던 원덕은 혹시 돈이 사라진 것은 아닌가 하고 달려왔다. 하지만 이내 자신이 의심했다는 사실을 반성했고, 그들은 더 친해질 수 있었다.

 

지평으로 인해 은행 계좌를 만든 원덕은 그에게 관리 자체를 맡겼다. 지평은 자신이 모의 투자 대회에서 우승한 경험을 내세워 투자를 시작했고, 1년 만에 800만 원을 8천만 원으로 만들어냈다. 투자의 귀재는 그렇게 성장해 SH벤처캐피털 수석팀장이 되었다.

 

완벽한 남남일 수밖에 없는 이들이 인연의 끈으로 엮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원덕의 마음이 씨앗이 되었기 때문이다. 거리로 내던져진 아이 지평을 알아보고 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혼 후 언니와 헤어져 힘겨워하는 달미를 위해 위로 편지를 지평에 부탁했다.

 

그렇게 우연히 뉴스 기사에 난 수학 올림피아드 최연소 금상 수상자인 남도산의 이름을 사용하며 이들의 운명은 시작되었다. 그저 어린 손녀를 위한 할머니의 배려는 결국 평생 인연을 만들었다. 지평은 도산의 이름으로 감정을 키워갔고, 달미는 한 번도 보지 못한 도산을 찾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혼 후 1년 동안 있는 돈 없는 돈을 쓰며 준비했던 청명은 기회를 잡았다. SH투자캐피털의 윤석학 대표가 그의 제안을 받아 투자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배달 웹을 만들었던 청명은 휴대폰의 가능성을 봤고, 그런 아이디어를 확신한 윤 대표는 그를 믿었다.

 

문제는 사고를 인해 더는 그 기회를 연장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청명은 착하다. 하지만 미래를 보는 눈이 있었다. 지금은 생소하지만 휴대폰의 활용도가 높아지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창업 아이템을 발전시키고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어머니가 돈을 건네던 그날 그는 투자자의 전화를 받고 급하게 이동하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당연히 병원부터 찾아야 했지만, 오랜 시간 기다린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성공해 아내와 딸을 데려와 다시 함께 행복한 삶을 살고 싶은 청명은 그렇게 차에 치인 후 바로 투자사로 갔다.

 

투자에는 성공했지만 코에서 흐르는 피를 감당하지는 못했다. 그저 들뜬 기분에 그 코피가 어떤 징후인지 청명은 알지 못했다. 그렇게 윤 대표와 함께 한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누던 이야기 속 모래 놀이터 즉 '샌드박스'의 의미가 전해졌다.

 

윤 대표는 청명이 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창업 인재들에게 투자를 해주는 '샌드박스'를 만들었다. 그 모든 것의 시작은 청명이었다. 하지만 청명은 투자를 받고 행복해 달미가 사달라는 통닭을 사서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그렇게 영원히 잠이 들었다.

 

초인 같은 의지로 교통사고 후에도 투자사로 향했지만, 긴장이 풀리며 그 후유증은 급격하게 찾아왔다. 그렇게 어눌해진 말과 몸은 버스에서 일어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합격한 지평은 오피스텔까지 얻어 새로운 삶을 기약했다.

 

자신이 투자해 번 돈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계좌가 사라졌다. 급하게 할머니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길 건너에서 비닐봉지에 담긴 돈을 아들에게 건네는 장면을 본 지평은 분노했다. 자신이 번 돈을 아들에게 줬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아들에게 준 돈은 말 그대로 할머니의 돈이었다. 그리고 지평이 번 돈을 가지고 나온 할머니의 모습을 본 그는 자신이 초라해질 수밖에 없었다. 평생 받아본 적 없었던 사랑을 전해준 할머니에 대한 불신이 부끄럽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서울로 떠나는 자신에게 신발을 건네던 할머니. 성공하면 절대 자신을 찾지 말라고 한다. 결혼하게 되어도 자신에게 연락조차 하지 말라고 했다. 대신, 힘들고 어디 갈 곳이 없어지만 다시 오라고 했다. 언제나처럼 새집에 열쇠를 놔두겠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보육원에서 자랐고, 버려지듯 세상에 나왔던 지평은 날카로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 자신을 '순둥이'라고 부르며 친손자처럼 대해줬던 할머니 원덕. 그런 원덕에게 소원이 뭐냐며 울며 안는 지평은 처음으로 가족이라는 단어를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런 지평은 아무런 말도 없이 품어주는 원덕. 그런 원덕을 14년 만에 다시 만났다. 샌드박스 행사에 참석해 친언니인 인재에게 공격적으로 질문하던 달미의 이름을 보는 순간 지평은 놀랐다. 그 아이가 이렇게 성장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달미의 뒤를 쫓던 지평은 한강에서 핫도그를 파는 원덕을 보게 되었다. 여전히 변함없는 할머니의 모습을 본 지평은 만감이 교차했다. 그렇게 다음 날 할머니를 찾은 지평과 그런 지평을 보자마자 "순둥이냐?"라며 얼굴을 감싸고 어디 아프냐고 묻는 원덕은 변한 것이 없었다.

 

남도산이라는 이름으로 엮인 이들의 운명을 능숙하게 만들어낸 박혜련 작가의 필력은 여전히 대단한다. 평범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이렇게 매력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곧 작가의 능력이다. 뻔해 보이는 설정들마저 몰입하게 만드는 <스타트업>은 오래간만에 찾아온 명품이다.

 

큰 격차가 벌어진 달미와 인재의 삶이 과연 어떻게 변할까? 잘 나가는 언니에게 한 허세로 인해 힘겨운 달미를 위해 진짜 남도산을 만나 제안을 하는 지평. 달미를 좋아하면서도 그의 평생 연인이 될 수도 있는 도산을 만나게 해주는 지평의 모습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첫 회 보여준 농익은 이야기는 그렇게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만들었다. 그저 언니와 헤어져 힘겨워하는 손녀를 위한 할머니의 제안은 15년이 흘러 운명으로 다가오게 만들었다. 청춘의 시작과 도전, 그리고 성공과 사랑을 담는 <스타트업>은 매력적인 첫 방송을 이제 막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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