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작이다. 시작은 결국 새로운 도전과 위기와 함께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성공을 위한 도전. 그를 위해서는 '샌드박스'에 입주해야만 한다. 하지만 전국에서 몰려온 실력자들 사이에서 오직 다섯 팀만이 입주가 가능하다.
실존하는 인물이지만 가상의 존재나 다름없었던 도산과 실제 마주했다. 달미가 실망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던 지평은 의도하지 않은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 이들의 오작교 노릇에 앞장섰다. 처음에는 한 번의 만남으로 손절하기를 원했지만, 사람의 일이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는 한다.
달미를 본 후 그에게 흠뻑 빠진 도산은 이제 달미를 위해 뭐든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삶의 원천이자 가치를 달미에게서 찾기 시작한 도산은 사랑 중이다. 도산만이 아니라 지평 역시 달미를 마음에 품고 있다. 애써 내색하지 못할 뿐.
달미에게는 아버지의 창업 본능을 닮았다. 고졸 출신으로 더는 성장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의 선택은 창업이었다. 아버지처럼 탁월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달미와 그런 손녀딸을 애처롭게 바라보는 할머니의 마음은 다르다. 아들을 허망하게 떠나보낸 어머니로서 그 손녀마저 아버지의 길을 따르려는 모습이 반가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CODA 1위를 하자 그들에게 투자를 하겠다고 줄을 선 모습은 삼선텍에게는 호재로 다가왔다. 이제 곧 엄청난 성공을 할 것이라는 착각 말이다. 하지만 개발만 하던 그들에게 이런 상황들이 익숙하지 않다. 같은 개발자들에게 자신들이 개발한 노하우 모두를 빼앗기려는 찰나 그들을 구해준 것은 지평이었다.
기술 개발에만 집중했던 그들을 노리는 하이에나들은 너무 많다. 물정 없이 움직이다 호구될 수밖에 없는 이들의 모습에 지평은 답답하기만 하다. 기술력이 인정된 만큼 지평에게도 삼선텍은 좋은 자원이 되었다. 여기에 달미가 연결되어 있어 더욱 중요한 존재들이기도 하다.
지평의 생일을 도산의 생일로 알고 있던 달미는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지평도 도산도 알지 못하는 그 소원의 정체는 화투였다. 달미의 등장에도 미처 깨닫지 못하던 지평은 할머니가 싸준 음식을 보고 깨달았다. 왜 자신이 화투를 치고 싶었는지 말이다.
가족을 가져보지 못했던 지평은 다른 이들에게는 너무 평범한 일상을 가지고 싶었다. 명절이 되면 가족들이 모여 윷놀이나 화투도 치면서 명절 음식을 함께 나누는 그 평범함을 누리고 싶었다. 그래서 썼던 화투에 대한 추억은 그렇게 달미로 인해 완성되었다.
실제 가족은 아니지만 지평은 삼선텍과 달미와 함께 왁자지껄하게 즐긴 그 생일은 평생 잊을 수 없는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그렇게 날카롭기만 했던 지평은 조금씩 사람들과 섞여 살아가는 방법과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달미와 함께 하면 할수록 깊숙하게 빠져드는 도산과 지평의 사랑은 그렇게 깊어지고 있다. 행복한 지평의 생일을 함께 한 도산은 달미를 집에 데려다주며 현실 자각을 했다. 자신을 왜 좋아하냐는 말에 내 첫사랑이고, 편지가 위로가 되었다고 했다.
자신을 만난 후 경험치의 결과는 손이 커서 멋있다는 것 외에는 없었다. 그저 과거의 경험치가 현재의 자신을 좋아하는 이유라는 사실에 도산은 불안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달미가 사랑하는 것은 자신이 아닌 지평이 만든 허상이기 때문이다.
그런 달미를 위해서도 성공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도산에게 지평은 대표로서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대표로서 자질이 없는 도산이라는 말에 그가 좌절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삼산텍의 대표인 자신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 투자자의 지적에 현실 자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샌드박스'에 셋은 모두 1차 합격했다. 400명 중 그들에게 주어진 자리는 5개 팀 25명이 전부다. 400명 중 시험을 거친 40명이 CEO가 되어 자신의 팀을 만들어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최종 다섯 팀이 '샌드박스' 12기에 합격하게 된다.
기본적인 상식과 감각을 묻는 스피드 퀴즈에서 선택된 것은 달미와 인재를 포함한 40인이었다. 그중 도산은 없었다. 흐름을 읽고 사업적인 마인드까지 갖춘 대표로서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직접 증명당했다. 이 상황에서 더 당황스러운 것은 달미에게 모든 것이 드러났다는 사실이다.
성공한 CEO로 위장되었던 자신이 그저 달미와 크게 다를 바 없는 투자도 받아보지 못한 도전자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미 이 사실을 안 인재는 의붓아버지와 의절까지는 아니지만, 힘겹게 키운 자신의 회사를 빼앗긴 후 새로운 창업에 나섰다.
인재를 믿고 사표를 쓰고 나온 4명과 어머니가 거주하는 호텔에서 준비를 한 인재는 그렇게 '샌드박스'의 문을 두드렸다. 자신의 노력은 뒤로 감춰지고, 그저 재벌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손쉽게 성공했다는 편견을 인재는 깨고 싶었다.
그렇게 결전의 날이 밝아왔는데 엔지니어 둘이 빠지고 말았다.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그들로서는 더는 모험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인재의 팀에도 삼선텍과 같은 인재들이 필요하다는 의미가 된다. 그렇게 도산 앞에 손을 내민 자매인 달미와 인재 중 그는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인재는 누구나 아는 성공한 회사를 창업한 인재다. 달미는 아무런 경험이 없는 존재다. 물론 '샌드박스'의 CEO 찾는 과정에서 선택되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 인재를 넘어서기는 어려운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도산의 마음은 일편단심이었다.
실리를 선택하자는 동료들을 선택시킨 한 마디는 '을'이 아닌 '갑'이라는 단어였다. 인재는 개발자들이 없으니 자신에게 오라고 요구했다. 달미는 삼선텍에게 자신을 영입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절대적으로 다른 입장이다.
기술을 가진 삼선텍이 CEO를 영입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곳에 들어갈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자리다. 이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렇게 도산은 달미의 손을 잡았다. 생초보인 달미를 CEO로 영입한 삼선텍. 그리고 그런 그들을 보며 당황해하는 인재. 그들의 대립 구도는 이제 시작이다.
서점에서 달미에게 당하고 삼선텍에게 속인 변호사이자 디자이너인 정사하의 등장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달미에게 당하며 '양아치'라고 외쳤던 그가 달미의 팀에 합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환장의 조합이 가능해지니 말이다.
<스타트업>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을 알렸다. 미국에서 전무 투자자인 알렉스가 국내로 입국하며 지평과의 대립각도 커지게 되었다. 천사인지 악마인지 명확하지 않은 알렉스는 삼선텍을 점찍었다. 꽃길은 존재하지 않지만 그들이 과연 꽃길을 만들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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