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다룬 드라마들이 앞다퉈 나오고 있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먼 미래가 아닌 한 달 앞선 남자와 현재를 사는 여성의 사건 공조를 다룬 <카이로스>가 첫 방송되었다. 성공 여부는 판단이 쉽지 않다. 대중들이 선호할 수 있는 라인업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결국 이야기가 승부수가 될 수밖에 없다.
건설회사 최연소 이사가 된 김서진(신성록)은 자신의 모든 것을 회사에 받쳤다. 악랄한 방식으로 이사 자리에 올라선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모두를 투자해 얻은 결과물이었다. 일에만 몰두하느라 가족과는 멀어졌고, 항상 두통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바이올리니스트인 아내 강현채(남규리)와 딸을 둔 서진의 삶은 성공적이다. 여전히 아름다운 아내 현채는 회사 행사마다 직접 연주를 하며 남편을 외조한다. 그렇게 서진 앞에 거칠 것은 없어 보였다. 회장 역시 특별하게 서진을 챙기는 상황에서 그의 승승장구는 당연해 보였다.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는 한애리(이세영)은 착실하다. 악착같기도 하지만 선하다. 친한 친구들도 곁에 있는 애리의 유일한 고민은 엄마다. 아버지를 먼저 잃고 힘든 상황에서 어머니마저 심장이 문제다. 심장 이식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은 불안의 연속이다.
애리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악착같이 돈을 벌어 엄마 수술비를 마련하고 대기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엄마에게 심장을 이식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이제 모든 고통은 사라질 것이라 확신했다. 엄청난 수술비와 생활비가 걱정이기는 하지만, 어머니만 살아날 수 있다면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심장 이식수술이 결정되었지만, 갑작스럽게 패닉에 빠진 어머니는 생과 사를 오갈 수밖에 없었다. 힘겹게 살아나기는 했지만, 이 상황으로 인해 심장 이식 수술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다시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는 시간이 찾아왔다.
모든 것이 완벽했던 서진을 한순간에 뒤흔든 것은 딸 다빈의 실종이었다. 장관까지 참석한 중요한 파티에서 아내는 바이올린 연주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완벽해 보였던 그 행사가 잘 마무리되자 의외의 상황이 만들어지고 말았다.
갑작스럽게 딸 다빈이 사라졌다. 다빈의 베이비시터가 곁에 있었지만, 화장실을 가겠다고 나선 후 아이는 사라졌다. 경찰이 나서 수사를 해보지만 다빈이의 실체가 보이지 않는다. 다양한 CCTV가 존재하는 건물 안에서 아이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말았다.
가장 높은 곳을 향해나아가던 서진의 시간은 그렇게 급격하게 멈췄다. 경찰서에서 아이의 행방을 기다리고 있지만, 만족스러운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게 화도 내 보고 과장 도균(안보현)이 돈까지 줘보려 하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경찰만 믿고 있을 수 없었던 서진은 전단지를 만들어 아이를 찾아나서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아이를 찾아야 한다. 성공을 위해 가족을 등한시했던 그 시간들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서진은 아이를 찾아야만 했다. 하지만 감쪽같이 사라진 아이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엄마가 깨어나 행복하기는 하지만 감쪽같이 휴대폰이 사라졌다. 산지 얼마되지 않은 폰이다. 그것보다 아버지 번호라는 점에서 더 귀한 폰이다. 친구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애리는 자신의 폰에 전화를 했다. 그리고 낯선 남자가 받았다. 그렇게 폰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기괴하게도 그 폰의 주인은 다른 누구도 아닌 서진이었다. 애리가 잃어버린 폰이 어떻게 서진의 번호가 되어 있다는 말인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잃어버린 폰을 돌려달라는 애리의 요구에 서진은 황당하기만 하다. 자기 아이를 잃어 정신없는데 폰을 돌려달라니 황당할 뿐이다.
아이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기괴하게도 애리가 일하는 편의점에 다빈이가 등장했다. 아이스크림을 찾던 아이를 따라 나가보니, 이미 아이는 길 건너 누군가를 향해 손을 흔들며 걷고 있다. 누군가 친한 사람을 따라가고 있는 모습이다.
서진에게 범인이 전화를 했다. 아이를 데리고 있다는 그는 다음날 자정이 되면 돌려보낸다는 말도 했다. 돈을 요구하지 않는 범인의 이 전화는 그래서 더 불안하다. 범인에게 전화가 오며 서진의 주변 사람들은 모두 용의 선상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가장 가까운 비서부터 시작해 원한 관계가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빚이 많았던 베이비시터도 다시 불러 이야기를 해보지만 뚜렷한 뭔가가 없다. 마지막으로 다빈이를 봤다는 점에서도 유력한 용의자일 수밖에 없지만 말이다.
젊은 나이에 이사까지 된 서진에게 정적들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아이를 납치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할 정도로 원한을 사지도 않았다. 그리고 범인이 예고한 그 시간에 상자 하나가 배달되었다. 그리고 그 안에 든 손가락은 아이의 것이었다.
충격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그리고 국과수 검사 결과 다빈이와 DNA가 일치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아이가 죽은 후에 손가락이 절단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다빈이가 이미 사망했다는 의미다.
이 사실에 충격을 받아 쓰러진 현채는 남편에게 책임을 돌리고, 그렇게 다툴 수밖에 없었다. 지독한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히려 일을 선택한 서진에게는 다시 최악의 상황이 찾아왔다. 아내가 음성 메시지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시체를 찾지는 못했지만, 극단적 선택을 한 아내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자신 역시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순간 애리에게서 문자가 왔다. 10시 33분 보내진 문자에는 서진의 모든 것을 멈추게 만들었다. 자신의 아이를 봤다는 문자였기 때문이다.
그 순간 서진의 뒤에는 법무부 차량이 움직이고 있었다. 수의를 입은 애리가 그곳에 있다. 과연 이건 뭘까? 그들은 만나기로 했지만, 만나지 못했다. 이들은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한달의 차이를 두고 존재한다. 말도 안 되지만 현실이다.
왜 애리는 범죄자가 되어야 했을까? 사라진 다빈이는 누가 데려간 것일까? 이 상황에서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것은 서진과 애리다. 오직 10시 33분이 되면 1분 동안 통화가 가능한 이들은 공조를 하지 않으면 서로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이야기는 흥미롭게 흘러갔다. 시간을 이용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달이라는 시간차를 두고 벌어지는 사건은 그래서 흥미롭다. 과연 이들 사이에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추리극의 형식을 취한 <카이로스>는 첫 회부터 호기심을 자극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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