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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Netflix Wavve Tiving N OTT

승리호-한국형 SF 충분한 가능성 보여주었다

by 자이미 2021.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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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가 이제는 SF물도 제대로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극장 개봉을 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 아쉬울 정도로 <승리호>의 결과물은 좋았다. 만약 커다란 스크린으로 완벽하게 구현된 사운드로 감상했다면 감동은 더욱 컸을 것으로 보인다.

 

2월 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승리호>는 흥미로웠다. 2092년을 배경으로 한 SF물을 과연 어떻게 만들지 궁금한 것도 사실이었다. CG 기술이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점에서 기대도 했지만, 아직 개척되지 않은 분야가 어떻게 구현될지 의아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우주 쓰레기를 청소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세계관은 흥미로웠다. 지구는 환경오염이 심각해지며 더는 사람이 살기 어려운 행성이 되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화성은 새로운 지구로 건설되었고, 위성처럼 지구 위에서 다양한 쓰레기를 처리하는 우주 청소부들의 이야기는 흥미롭게 다가왔다.

 

태호(송중기), 장 선장(김태리), 타이거 박(진선규), 업동이(유해진)은 함께 우주 쓰레기를 수거하는 팀원이다. 태호는 가끔 지구까지 내려가 누군가를 찾는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주며 찾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딸이다.

 

UTS는 새로운 세계다. 거대한 부를 가진 설리반이 이끄는 이 세계는 구원자들을 위한 공간이다. 우주에 지구를 그대로 옮겨온 세상을 만들고, 그곳에는 선택된 이들만 거주한다. 마스크 없이는 숨도 쉴 수 없는 지구와 달리, UTS는 모든 것이 완벽하게 구현된 꿈의 공간이다.

 

'검은 여우'는 UTS가 경계하는 테러리스트 집단이다. 지구가 몰락하고, 화성 이주와 함께 우주 공간에 떠 있는 거대한 세계는 이제 UTS로 통일되어 있다. 그리고 그들이 지정한 테러리스트는 모두의 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도로시(박예린)라는 인간의 모습을 한 기계에 대한 경계가 이어지고 있다.

 

어린아이의 모습을 한 도로시는 수소폭탄이 내장되어 있어 언제든 터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우주 쓰레기를 수거해 살아가는 그들은 우연히 폐기 처분된 우주선 안에서 도로시를 발견했다. 이들 마저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으로 인해 경계한다.

 

도로시를 찾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이들은 거래를 하기로 한다. 200만이라는 엄청난 금액을 현금으로 주겠다는 제안에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인간도 아닌 기계를 엄청난 돈을 주겠다는데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태호로서는 우주 쓰레기가 떨어져 사망한 딸 순이를 찾기 위해서라도 돈이 필요했다. 하지만 상황은 복잡하게 얽히기 시작했다. 기계라던 도로시는 기계가 아닌 인간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꽃님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한국 이름이 꽃님이라는 도로시는 과연 소형 수소 폭탄일까?

 

<승리호>가 택한 세계관은 새롭지 않다. 환경 오염으로 인해 파괴되어가는 지구. 더는 인간이 살 수 없는 공간이라는 표현은 SF물의 단골 소재다. 그리고 많은 영웅들이 등장해 지구를 파괴하려는 절대적인 악당과 맞서 싸운다는 설정 역시 새롭지 않다.

 

식상해 보일 수 있는 설정에서 우리만의 특성이 드러난다. 소시민이 힘을 모아 거대한 권력을 가진 독재자를 처단한다는 설정은 한국이 아니라면 만들어낼 수 없는 감성이자 가치라는 점에서 특별할 수밖에 없다. 수많은 SF물과 다를 수밖에 없는 경계이기도 하다.

 

 

우주에서 쓰레기를 수거하는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설정도 흥미롭다. 현재도 그렇지만 미래에도 쓰레기를 수거하는 것은 계층도에서 가장 낮은 지점에 위치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런 쓰레기를 청소하는 이들이 거대한 권력과 맞서는 장면은 그래서 더욱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전한다.

 

설리반이 경고한 테러리스트는 알고 봤더니 환경보호를 외치는 집단이었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나선 그들은 설리반에 반할 수밖에 없다. 지구를 완전히 파괴하려는 설리반에게 이들은 분명 테러리스트이니 말이다.

 

<승리호>에는 대단한 영웅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마블 시리즈처럼 초능력을 가진 인물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단 하나의 존재만이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건 파괴가 아닌 보호를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서구 사회의 영웅놀이와는 많은 차별성을 가진다. 

 

환경 보호와 함께 각자도생이 아니라 함께라는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구의 일방성과 개인주의를 넘어선 가치관을 담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더욱 팬데믹 시대가 되며 한국적 가치가 세계인들에게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한국적 가치를 내세운 <승리호>는 성공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영화를 보다보면 제작진들이 <스타워즈> 광팬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스탠리 큐브릭의 세계관에 집착하기보다, 철학적 사고에 조지 루카스의 재미적 요소를 충분히 소화해 재현했다는 점이 <승리호>에서는 잘 드러나 있으니 말이다.

 

우주선들이 추격을 하는 과정들은 <스타워즈>의 명장면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연출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 정도 기술이 재현 가능하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흐뭇함을 느끼며 바라보게 한다.

 

2시간이 넘는 런닝타임을 가지고 있지만 지루하지 않다. 그만큼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는 의미다. 자칫 지루하거나 아쉬운 상황들이 등장할 수밖에 없지만, 그런 요소들을 최소화하고 다양한 재미로 2시간이 넘는 시간을 완벽하게 채워 넣은 <승리호>는 한국영화의 지평을 새롭게 열었다.

 

다만, 넷플릭스로 제공되며 사운드가 문제로 지적될 수밖에 없다. 효과음등 주변음들은 큰데 대화가 작아 볼륨을 수시로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극장에서 커다란 화면으로 완벽하게 구현된 사운드라면 모를까 TV로 이식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났다는 점은 아쉬웠다.

 

그동안 우린 <달려라 승리호>라는 이름만 한국인 일본 애니만 기억하고 살았다. 하지만 <승리호>가 나오면 이젠 당당한 우리만의 가치를 담은 작품을 기억하며 살 수 있게 되었다. 아쉬움이 아주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첫 SF물이라는 점에서 향후 수많은 작품들이 경쟁적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승리호>는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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