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미 아담스 주연의 영화 <우먼 인 윈도>가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었다. 극장 개봉이 힘겨워진 팬데믹 시대에 넷플릭스 개봉 영화들이 늘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 에이미 아담스, 게리 올드만, 줄리안 무어라는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하는 미스터리 영화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소아 정신과 의사인 애나 폭스(에이미 아담스)는 집에 거주 중이다. 광장 공포증으로 인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중이니 말이다. 애나는 지하실에 입주한 남자 데이비드(와이어트 러셀)와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정신과 의사가 그가 만나는 유일한 존재들이다.
항상 집에서 지내는 애나에게 고양이 폭스는 소중한 존재다. 그리고 별거 중인 남편 에드(안소니 마키)와 어린 딸과는 가끔 통화를 하는 사이다. 그런 애나에게 변화는 길 건너에 새로운 가족이 이사 온 것이다.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애나에게 창밖의 풍경은 유일한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술을 마시고 영화를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인 애나에게 길 건너에 이사 온 이들은 호기심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 어느 날 그집에 사는 아들 이선(프레드 헤킨저)가 방문한다. 청소년인 그는 어머니가 이사 선물을 전하라고 해서 왔다고 밝혔다.
타인을 거부하는 애나이지만 아들 같은 아이의 방문까지 막을 이유는 없었다. 그렇게 이선과 대화를 시작한 애나는 친구가 되어갔다. 소아 정신과 의사라는 점도 이선의 방문과 대화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유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아주 우연하게 연결된 이사 온 앞집과의 관계는 이선의 어머니인 제인 러셀(줄리안 무어/제니퍼 제이슨 리)의 등장으로 파국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화려한 제인이 애나의 집을 찾았고, 그렇게 함께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던 이들은 쉽게 가까워졌다.
경계심이 많았던 애나는 이선과 제인을 받아들이며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더욱 이선이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망설이는 부분은 정신과 의사로서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렇게 앞집을 훔쳐보기 시작한 애나는 봐서는 안 되는 장면을 보고 말았다.
자신의 집을 찾았던 제인이 칼에 맞는 상황을 목격하고 말았다. 절대 봐서도 안 되는 이 살인 사건 목격은 애나를 궁지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사망한 제인이 존재하지 않았다. 제인의 남편인 엘리스테어 러셀(게리 올드만)은 자신의 부인이라며 데려온 이는 애나가 아는 제인이 아니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제인은 집에서 칼에 맞고 사망했다. 누가 칼로 찔렀는지 알 수는 없지만 칼에 찔려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목격한 애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자신과 함께 시간을 보낸 제인이 사실은 제인이 아니라는 점도 황당하기만 했다.
출동한 경찰들이 오히려 자신을 의심하는 듯한 상황까지 이르게 되자 애나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보고 경험했던 모든 것들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착각을 하는 단계까지 이르게 되었으니 말이다. 지하층에 살며 집안일을 도와주기도 하던 데이비드 역시 엘리스테어가 밝힌 아내 제인이 맞다고 이야기를 하는 상황이다.
엘리스테어 집 일도 도와줬다는 데이비드의 이 발언은 결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살인사건을 목격한 후 오히려 궁지에 몰린 애나의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모든 것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철저하게 숨겨져 있던 진실들이 그 목격 이후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믿어왔던 그 모든 것들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음이 조금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애나를 제외한 모든 이들은 그가 주장하는 진실은 진실이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술과 약으로 지탱하던 애나로서는 반격할 무기가 없다.
집 밖으로는 나올 수도 없는 광장 공포증에 시달리는 애나로서는 칼에 맞은 제인을 구할 수도 없었다. 우산을 쓰고 집 밖으로 나서기는 했지만, 바로 앞 집인 그곳까지 이르지도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경찰들마저 자신의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문제의 사건이 터졌다.
알 수 없는 누군가가 자신에게 사진을 보냈다. 술을 마시다 잠든 자신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다. 누군가 자신의 집에 들어왔고, 그렇게 잠든 자신의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협박하듯 자신에게 사진을 보냈지만, 다시 출동한 경찰은 자신이 찍어 보낸 자작극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보낼 정도다.
여기에 믿었던 밑에 층에 거주하던 데이비드가 사실은 폭력 사건으로 수감되었던 전력이 있던 존재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믿고 자신의 집을 맡겼던 자가 알고 봤더니 전과자라는 사실도 애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했다.
모든 것들이 애나의 착각과 망상으로 몰아가는 상황에서 결정적인 증거를 찾게 되었다. 제인이 그려준 그림 역시 애나가 그렸다고 이야기하는 상황에서 제인의 존재는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는 없었다. 실제 제인은 엘리스테어가 데려온 그가 맞았기 때문이다.
애나가 모든 것을 포기한 순간 결정적 증거를 찾게 되었다. 그건 바로 술잔에 비친 제인의 얼굴이었다. 그 사진을 보는 순간 애나는 자신이 망상에 빠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애나는 보다 적극적으로 앞집을 감시하고 추적하기 시작한다.
<우먼 인 윈도>는 흥미롭다. 물론 아쉬워하는 이들도 존재할 수 있겠지만 충분히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미스터리 영화였다. 차분하게 요일별로 나눠서 애나의 변화를 관찰하는 방식도 재미있게 다가왔다. 요일별 차이를 통해 그의 변화를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었으니 말이다.
이 작품은 알프레드 히치콕의 <이창>을 떠올리게 한다. <우먼 인 윈도>가 A.J 핀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는 점에서 소설가가 히치콕 작품에 영감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상황 설정과 전개 과정이 무척이나 유사하기 때문이다.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주인공이 어쩔 수 없이 창을 이용해 사물을 바라보게 되고, 이런 와중에 앞집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목격하게 된다는 설정이 너무 유사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우먼 인 윈도>는 <이창>의 여성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이었다.
에이미 아담스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솔솔 하다. 심리 묘사를 얼마나 잘 해내느냐가 관건이 영화라는 점에서 에이미 아담수를 선택한 것은 이 작품의 최대 성과다.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타인을 바라보고 그렇게 사건에 말려들며 벌어지는 관계를 흥미롭게 다뤘다는 점에서 <우먼 인 윈도>는 흥미로웠다.
조금은 밋밋해 보일 수도 있는 전개이기는 하지만 히치콕의 명작을 새롭게 해석한 듯한 이 영화가 주는 재미도 나쁘지 않았다. 한정된 공간에서 주인공의 감정 변화를 통해 사건을 흥미롭게 끌어간다는 설정 자체가 주는 재미가 상당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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