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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시그널 11화-이제훈과 조진웅 인주 여고생 사건이 마지막인 이유

by 자이미 2016.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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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주시 여고생 사건은 알고 있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이다. 드라마 <시그널>에서 등장한 미제 사건들이 실제라는 점에서 과연 이 사건을 통해 작가는 무슨 이야기를 할지가 궁금하다. 피해자는 현재도 도망자의 삶을 살고 있지만 수많은 가해자들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고 있다.  

 

이재한의 마지막 사건;

시그널이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에 집중하는 이유

 

 

과거의 이재한이 남긴 수첩에서 발견된 사건일지 중 마지막 사건은 1999년 인주시에서 벌어진 여고생 사건이다. 이재한이 수사했던 마지막 사건이라는 것은 이 사건을 끝으로 그가 죽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 사건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인주 여고생 사건은 실제 2004년 경남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 이 사건은 영화 <한공주>를 통해 다시 한 번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가해자들은 여전히 세상을 즐기며 살고 있다. 가해자들이 뻔뻔할 정도로 평범한 삶을 즐기는 것과 달리 피해자는 여전히 세상의 시선을 피해 지옥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경악스럽다.

 

44명의 가해자 중 범죄 흔적이 남은 이는 아무도 없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잔인한 범죄에도 그들이 아무런 죄의 대가를 받지 않은 것은 그들의 부모가 지역에서 힘 좀 쓴다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들을 옹호하던 범죄자들의 여자 친구는 훗날 경찰이 되었다. 범죄자를 옹호하고 현재도 친분관계를 유지하는 이가 경찰이 되는 이 현실은 어떻게 이해해야 좋을지 모를 일이다.

 

수현은 자신이 납치되었던 집을 찾았다. 지우고 싶었던 기억을 힘겹게 다잡은 수현은 그 지옥의 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들어섰다. 세포 하나하나가 과거 자신이 납치되었던 시점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 지독한 기억 속에서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범인이 아니라 박해영이었다.

 

박스와 노끈을 가지고 사라진 범인을 잡기 위해 수색을 하던 수현은 그가 아홉 구의 사체를 묻은 산으로 갔다는 것을 밝혀낸다. 범인은 더는 사람을 죽일 수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나무에 끈을 묶고 죽음을 선택한 범인을 수현은 그대로 죽게 놔둘 수는 없었다. 편하게 자신의 마음대로 죽는 것은 그에 의해 희생된 수많은 희생자들을 위해서도 옳지 않았기 때문이다.

 

"포기하지 않으면 미제 사건은 없다"는 해영의 말은 재한을 포기할 수 없도록 했다. 미래에서는 범인을 잡았지만 그가 누구인지 알려 줄 수 없다는 해영 대신 재한은 다시 범인 잡기에 나섰다. 용기를 내서 다시 경찰서에 출근한 수현을 위해서라도 범인을 잡고 싶었다.

 

범인이 잡힌 후 홍원동 사건은 사라졌다. 뒤늦게 숨졌던 아홉 명은 죽지 않았다. 그들의 삶이 어떻게 변했을지 알 수는 없지만 최소한 살아만 있다면 희망은 있다는 해영의 말 속에 모든 답이 들어있었다. 과거가 바뀌어 의도하지 않았던 상황이 벌어진다고 해도 최소한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 말이다.

 

인주시에는 김범주의 오른팔이 된 안치수가 있었다. 사건을 진두지위하기 위해 국회의원까지 만났던 김범주는 직접 인주시로 내려와 가해자를 엄히 처벌하기 보다는 사건을 세상에 알린 글의 주인공을 찾도록 요구한다. 이 사건을 조작해야만 하는 이유에는 국회의원과 관련이 있음은 당연하게 다가온다.

 

 

 

이재한의 운명을 바꿔놓을 인주시는 결국 해영으로 인해 벌어졌다. 해영이 인주시 여고생 사건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재한은 애써 자신을 제외한 김범주와 함께 그곳으로 갈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거대한 사건 속에 스며든 재한은 엉성하게 짜 맞춰진 사건을 그대로 두고 봤을 리가 없다. 그 사건의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는 이유로 재한은 김범주에 의해 죽는 운명이 되니 말이다.

 

확증 없이 목격자 진술만으로 사건이 종결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재한이 포기할 인물은 아니었다. 더욱 재한이 묵고 있는 여관에 해영의 친형인 선우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는 사진을 남겨두었다. 인주 고등학교 학생회 간부 수련회 사진이 그것이었다. 일곱 명의 인간이라는 최초 공개 글 속의 의미는 바로 인주 고 학생회 간부라는 메시지였다.

 

이 사건의 핵심은 바로 그 간부 학생 일곱 명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의미였다. 그 일곱 명을 잡아내지 못하면 사건의 진실은 밝혀낼 수 없다. 사건은 철저하게 준비된 방식으로 이끌렸다. 피해자 아버지는 가해자 부모에게 술값을 받고 합의를 했고, 그렇게 방치된 피해자는 지독한 고통 속에서 버텨야만 했다.

 

사건 진실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은 채 해결 방안은 시내에서 말썽만 부리던 인물들로 모아지고 있었다. 간부 학생들을 감싸기 위해 조작된 사건. 그 사건을 현장에서 조작한 인물이 바로 김범주와 안치수였다. 안치수는 아픈 딸을 치료할 수 있는 돈을 받는 조건으로 악마와 손을 잡았다.

 

 

 

딸이 더는 살 가망성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치수는 뒤늦게라도 진실을 밝히고 싶었다. 억울하게 죽은 형 사건을 파헤치는 해영에게 진실을 알고도 감당할 수 있다면 당장 인주시로 내려오라 한다. 하지만 사표를 쓰고 내려간 치수를 그냥 둘 김범주가 아니었다. 재한이 도착한 그곳에는 이미 깊은 상처를 받고 쓰러져가는 치수만 있을 뿐이었다.  

다음 이야기는 더욱 흥미롭게 이어지기 시작했다. 재한이 어린 해영과 만났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현실 속에서 해영은 누명을 쓴 채 도망자 신세가 되었다. 불량했던 재한은 경찰대를 꿈꾸었고, 그 계기와 결심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도 알 수 있게 해줄 듯하다.

 

인주시 여고생 사건은 우리 사회의 모든 악이 결합된 것이다. 거대한 권력을 가진 자들은 자신들의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억울한 피해자를 잔인한 방식으로 공격했다. 가진 게 많은 것은 대한민국 사회에 초법적 지위를 부여했고, 그들은 그렇게 사건은 은폐하고 축소할 수 있었다.

 

신도시 개발 사건에 깊이 연루된 국회의원. 그의 개가 되어 출세를 하려했던 김범주. 그리고 김범주의 제안에 넘어가 사건을 조작하고, 이재한에게 총까지 쏜 한치수.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잔인한 범죄자가 되어야 했던 해영의 형 선우. 그 억울함을 풀어내지 못하고 홀로 죽음을 선택해야만 했던 형을 바라봐야만 했던 어린 해영. 그 모든 것이 인주 여고생 사건에 집중되어 있다. 이 사건을 마지막으로 선택한 이유 역시 그 진실이 곧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도 동일하다. 가해자들은 어느 누구도 제대로 된 죗값을 받은 자가 없다. 지역 유지 아들들이라는 이유로 법망을 피해간 그들. 가해자이면서도 오히려 큰소리를 내고, 도망쳐 새로운 삶을 살려 노력한 피해자를 찾아가 공개적으로 합의를 종용해 학교생활도 이어가지 못하게 한 그 악마들은 여전히 잘살고 있다.

 

힘있는 이들이 가장 힘없는 이를 잔인한 폭력으로 지배하려 했다. 그 잔혹함이 치를 떨게 할 정도였지만 그들은 힘이 있기 때문에 벌을 받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아무런 반성도 없이 여전히 대학생으로 사회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 말도 안 되는 현실이 먼 과거가 아닌 현재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유사한 사건이 미국에서도 벌어졌지만 그들은 종신형까지 받는 등 모든 범죄자들이 처벌을 받았지만, 우리 현실은 '유전무죄 무전유죄'일 뿐이다.

 

부패한 권력과 결탁한 잔인한 악마들의 이야기는 어쩌면 <시그널>이 담고 싶은 가장 중요한 가치일 것이다.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과연 사회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반문한다는 점에서 이 사건을 마지막으로 선택한 작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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