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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시그널 5화-성수대교로 녹여낸 그들의 여정 이후가 기대되는 이유

by 자이미 2016.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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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는 재앙이 지배했던 대한민국. 상상도 할 수 없는 성수대교가 무너지는 날. 그곳을 지나던 버스에 탄 많은 이들이 왜 자신들이 죽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숨져야만 했다. 삼풍백화점도 무너지던 그 시절, 그렇게 우리는 사회가 만든 재앙 속에서 서럽게 죽어가야만 했다. 

 

대도사건과 무너진 대교;

굵직한 사건들과 사회적 문제를 효과적으로 섞어낸 작가의 능력이 반갑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후 재한은 그 지독한 고통을 이겨내고 다시 경찰로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갔다. 여전히 잊지 못하는 그녀를 위해 기일이면 무덤에 꽃을 전하던 재한. 그런 재한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2000년 문제의 납치 사건과 관련된 이재한은 왜 누구에 의해 사라지게 된 것일까?

 

 

13번 국도 야산에서 발견된 백골 사체. 180cm가 넘는 건장한 체격의 그 사체를 확인하기 위해 부검실로 온 수현은 어깨에 철심이 없음을 확인하고 돌아선다. 수현은 꼭 찾아야만 하는 사람이 있다.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재한을 어떤 식으로든 찾고 싶다. 2000년 자신의 고백에 대한 답을 주겠다며 나섰던 재한은 그렇게 영원히 사라지고 말았다.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알 수 없는 재한을 수현은 잊을 수가 없다.

 

차수현은 1995년 강력계에 부임한 첫 여성 경찰이었다. 국가 정책으로 만들어진 수현의 강력반 부임은 그래서 힘들었다. 말 그대로 남자들의 세계에 어린 여경의 등장은 모두를 당혹스럽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여자 숙소가 어디냐는 말 한 마디에 형사들이 잠자는 휴게실마저 빼앗기게 된 상황에 분노한 재한. 그렇게 수현과 재한은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었다.

 

대도 사건으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겨우 돌아와 잠을 청하던 재한으로서는 여경 하나로 모든 것이 뒤틀리는 것이 보기 싫었다. 남자 여자를 다지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재한은 다시는 여자 짓 하지 말라는 말로 정리해버렸다. 분홍 이불을 곱게 정리하던 수현은 재한에 의해 방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고, 그렇게 수현의 강력반 생활은 시작되었다.

 

오직 열정과 패기로 수사를 하던 시절, 그저 잠복하고 뛰면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그들의 모든 것이든 시절이었다. 재벌가와 정치인들의 집을 털면서 큰 사회적 문제를 만들고 있는 대도를 잡기 위해 수십 명의 형사들이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잠복을 벌이고 있는 상황은 지독함으로 다가왔다.

 

 

재한을 단박에 형사로 만들어준 대도 오경태와의 만남은 불안의 시작이었다. 그를 잡아 특진을 했지만 여린 재한은 오경태의 딸을 수감 생활 동안 보살폈다. 은지는 이제 중학생이 되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영특한 아이로 성장했다. 경태 역시 중고 트럭을 장만해 새롭게 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 대도 사건은 모든 것을 뒤틀리게 만들었다.

 

경찰 전체를 흔든 대도 사건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상황에서 무전은 다시 시작되었다. 과거의 재한은 6년 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현재의 해영에게는 일주일이 지난 뒤였다. 대도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 궁금했던 재한은 범인을 잡고 싶었다. 하지만 4번째 사건 뒤 범죄는 멈췄고 여전히 범인이 잡히지 않은 미제 사건이었다.

 

조금만 잘못하면 현재가 변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운 해영이었지만, 과거의 재한은 이를 알 수 없었다.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증거로 인해 오경태는 재한에게 체포되어 이송되고 있었다. 문제는 그 시간 버스로 귀가를 하고 있던 은지. 재한이 검거해서 이송하는 차를 앞질러 가던 버스는 말도 안 되는 대교 붕괴로 인해 그 자리에서 숨지고 만다.

 

오경태가 수감되어 있던 4년 동안 키웠던 은지. 그래서 자신을 진짜 삼촌이라고 생각한다는 그 은지가 자신의 눈앞에서 말도 안 되는 사고로 숨져야 했다. 바라보면서도 지킬 수 없었던 재한은 미친 듯이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은지가 아빠와 함께 삼촌 것도 녹음했다면 건넸던 음악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울 수밖에 없는 재한은 자신이 잘못해서 모든 것이 벌어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무전만 없었다면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이나 소중한 친 조카 같은 아이까지 잃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과거가 변하면 현재가 변한다"

 

현실 속 해영은 재한과의 무전이 성사되며 반갑기도 했지만 불안하기도 했다. 이 무전으로 죽지 말아야 할 사람까지 죽게 되었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경기남부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잡기는 했지만, 그 일로 인해 목격자가 현실에서 죽었다. 사건을 해결하기는 했지만 다른 이의 죽음이 희생자로 자리할 수밖에 없었다.

 

 

 

재한과 무전이 된 후 다시 사건의 결과가 바뀌었음을 재한은 알게 된다. 미제 사건이었던 대도가 붙잡혔다는 기사를 접하고 그는 불안했다. 그 불안은 어김없이 현실이 되었다. 범인으로 체포되었던 오경태가 출감하며 건설사 회장 딸을 납치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의도적으로 증거까지 남긴 오경태를 찾기 위해 모든 경찰이 다시 이 사건에 집중하게 되면서 재한의 혼란은 더욱 가중된다. 오경태는 결코 납치를 할 인물은 아니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한은 안치수 계장에게 폭행까지 당하게 된다.

 

16년이나 지난 재한을 찾고 다니는 것으로도 불안했던 안 계장은 김범주 수사국장의 지시로 해영을 감시하게 된다. 이 상황에서 터진 납치 사건에서 해영의 행동은 불안했던 안 계장을 더욱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목적이 없다면 이런 의도적인 증거를 만들며 납치를 할 이유가 없다고 확신하는 해영과 달리, 현장의 형사들은 그의 말에 주목하지 않았다.

 

이런 현실에 분노를 표출하며 경찰 조직의 한심함을 토로하기에 여념이 없는 해영에게 수현은 설득시키지 못한 그에게 잘못이 있다고 질책한다. 범인을 못 잡는 고통에 대해 한 번이라고 고민하지 않았다면 함부로 경찰을 욕하지 말라는 수현은 해영의 이런 행동이 답답했다.

 

 

해영으로 인해 사건을 해결한 것은 고맙지만 이상했다. 그가 어떤 방법으로 사건을 해결했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틀렸다면 설득시켜야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죽어나가면 그건 모두 너의 잘못이라는 수현의 이 발언은 무전을 통해 사건 해결 과정에서 나오는 희생자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중요하게 다가온다.

 

항 우울제를 먹는 납치된 피해자. 30대 중반의 지방대 교수인 그녀는 과거 대교 붕괴 사건 현장에 있었던 생존자다. 당시 오경태의 딸이 탔던 그 버스에서 생존했던 인물인 그녀는 평생을 그 날의 고통에 시달리며 살아야 했다. 그런 그녀를 오경태가 납치한 것은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

 

살릴 수도 있었던 딸이었지만 죽음에도 우선순위가 있다는 윗사람들의 판단으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다. 구할 수도 있었던 은지는 범인의 딸이라는 이유로 버스에 방치되었고, 그렇게 구해진 건설사 회장 딸은 살아났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오경태가 출감하자마자 의도적으로 증거를 남기고 그녀를 납치한 것은 이 문제 때문이었다.

 

과거에 숨진 은지를 살릴 수는 없다. 하지만 진범을 찾게 된다면 현실에서 죽을 수밖에 없는 신여진은 살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보면 과거 오경태와 딸 은지가 추리를 했던 인물이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 아마추어이면서도 대범하게 범행을 한 것을 보면 경찰이 범인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진범을 잡으면 현실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해영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은 진범 찾기에 나서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유명한 대도 사건의 진범과 한영대교 붕괴와 관련한 진실 역시 다시 밝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빨리 빨리' 문화가 만든 성수대교 붕괴 사건은 여전히 끔찍한 충격이다. 삼풍백화점 붕괴와 함께 이는 대표적인 탐욕이 만든 인재였기 때문이다.

 

 

이를 담은 영화나 드라마는 많았다. 단편영화 <기념촬영>은 감각적으로 성수대교 희생자들을 기렸고, <응답하라 시리즈>에서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이 사건들을 언급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너무나 명확하다.

 

돈을 벌기 위해 무리한 공사를 하고,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주무부처 역시 부패하면서 억울한 희생자들을 낳은 이 말도 안 되는 사건들은 결국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그 사건이 벌어지고 시간이 흐르며 여전히 그 지독한 탐욕은 다시 재앙을 만들고 있지만 말이다. 이명박의 4대강 사건은 희대의 자연 파괴이자 토건재벌들과 몇몇 위정자들을 위한 국민 혈세 수탈 사건이다. 이 범죄를 제대로 파헤치지도 못하는 현실이 황당하게 다가올 뿐이다.

 

무전을 통해 언급되는 사건들은 모두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중요 사건들이다. 그리고 그 사건들과 당시 사회적 문제를 함께 결합해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시그널>은 대단하다. 그리고 이후 어떤 사건들이 전면에 등장할지는 그래서 큰 기대를 하게 한다. 대도사건은 사회 지도층이라 불리는 자들의 폐부를 세상에 들춰낸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끄집어 낸 것은 위정자들의 부도덕함에 대한 질타라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거대한 중심 사건과 나무와 가지처럼 다양한 사건들이 펼쳐지고 해결되는 과정을 통해 그 핵심에 다가서게 하는 방식은 전통적이면서도 가장 완성도를 높이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들은 왜 이재한의 실종 사건에 함구하고 조작까지 하며 숨기려 하는 것일까? 재한은 무엇을 알았기에 그들에 의해 사라지는 존재가 되어야만 했을까?

 

운명처럼 이어진 무전은 그 모든 사건의 진실을 알려주기 위한 수단이었다. 재한의 모든 증거가 폐기되는 날 폐기 차량에서 해영이 배터리가 없는 무전기로 소통하는 순간 사라진 사건은 다시 그렇게 부활했다. 많은 이들의 간절함은 그렇게 하나의 무전기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있었던 것이다.

 

드라마의 재미도 놓치지 않으면서 사회적 문제를 심도 있게 그려내는 김은희 작가의 힘은 점점 강렬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촘촘하게 엮인 이야기들 속에 작가가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은 핵심은 재한은 찾고 있는 "왜?"에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다. 현실에서 사라져버린 재한과 왜 무전기로 소통이 가능하게 되었는지 그래서 <시그널>은 더욱 간절하게 보고 싶어지는 드라마가 되고 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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