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자신이 남긴 글을 읽게 된 은수가 자신이 살던 현재가 아닌 고려의 왕이 있는 궁으로 돌아가는 상황은 극적이었습니다. 공민왕은 왕의 지위를 빼앗길 위험에 처했고, 왕비인 노국공주는 갑자기 사라지며 혼란에 빠져들고 말았으니 말입니다.
우달치가 된 은수, 사랑은 깊어지지만 슬픔은 더욱 커진다
덕흥군의 계략으로 사라진 노국공주. 왕비를 찾기 위해 정신이 없는 공민왕의 모습은 혼을 빼앗긴 듯합니다. 애써 외면해왔던 원 나라의 공주. 하지만 자신을 위해 자신의 아버지와 나라마저 버린 노국공주. 그런 그녀의 진심을 알고 진정 사랑하게 된 왕비. 자신의 아이까지 잉태한 그녀가 갑자기 사라져 버린 현실은 공민왕에게는 그 무엇보다 힘든 현실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라진 왕비의 침소에서 발견한 편지는 모두 당사관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당사관의 도장이 찍힌 그 편지에서는 어머니가 급하게 만나고 싶다는 글이 적혀있었고, 어머니가 그리울 수밖에 없는 노국공주가 은밀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은 당연했습니다.
원의 지배를 받는 고려가 원의 사신이 묵도 있는 영빈관에 군사를 보내고 당사관을 데려오는 행위는 위급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현재로 치자면 미 대사관에 대통령 경호대원들이 들어가 미 대사를 청와대로 데려가는 것과 같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덕흥군이 만들어낸 상황이었습니다. 당사관의 도장을 이용하고 이를 통해 노국공주를 납치한 것은 바로 덕흥군의 짓이었으니 말입니다.
모든 증거와 혐의가 덕흥군을 가리키고 있지만 그를 어찌할 수 없는 공민왕의 시름은 깊어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죽이면 노국공주마저 영영 찾지 못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덕흥군이 원하는 고려를 주겠다는 공민왕의 마음은 그만큼 왕비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했습니다. 원의 부속 성이 아닌 한 나라인 고려를 지키는 것보다는 그저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덕흥군의 모습을 보면서도 어찌할 수가 없는 공민왕은 간절하게 최영만 기다리게 합니다.
100년 전 자신이 현재의 자신에게 보낸 편지. 그 안에 담긴 사연을 읽으며 은수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이 그대로 떠나게 된다면 최영이 죽고, 노국공주도 죽게 되고, 공민왕마저 몰락하게 되는 상황에서 은수의 선택은 단순해집니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하늘 문을 찾아 떠나기보다 자신이 사랑하는 최영을 위해 이곳에 남기로 했으니 말입니다.
최영은 안전하게 은수를 자신이 살던 곳으로 보내주는 것이 사랑이라 생각합니다. 너무나 사랑하지만 그녀를 붙잡을 수 없는 것이 최영의 사랑이었습니다. 이와 달리 은수의 사랑은 그렇게 안전하게 떠나는 것이 아니라 최영이 안전하게 오래도록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안위보다는 평생인연이라 생각할 수 있는 최영에 대한 사랑만 가득한 그들의 모습은 애절하기만 합니다.
원이 은수를 데려가려는 것이 아니라, 참수를 시키려는 것이라는 말을 듣고도 궁으로 돌아가겠다는 은수에게는 이제 죽음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죽음보다 소중한 가치가 이곳 고려에 남아 있었으니 말입니다. 최악의 상황에 처한 공민왕 앞에 나타는 최영과 은수는 천군만마보다 중요한 존재였습니다.
회임을 한 왕비가 조심해야 하는데 납치를 당한 상황은 상상할 수도 없는 최악의 순간이니 말입니다. 관군들을 모두 풀어도 찾지 못하던 왕비를 최영은 찾아냅니다. 장터의 소식통을 통해 덕흥군의 뒤를 쫓고 그 틈 사이에서 왕비를 향해가는 존재를 찾아내 극적인 순간 왕비를 구해냈습니다.
왕비는 안전하게 구해냈지만 덕흥군이 사용한 독으로 인해 배속의 아이를 잃어버린 왕비는 서럽기만 합니다. 그런 왕비를 뒤에서 따뜻하게 감싸며 굵은 눈물을 흘리는 공민왕의 모습은 세상 그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부군의 모습이었습니다. 공노커플이 왜 많은 이들에게 지지받고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지는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충분할 정도였습니다.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다시 돌아온 은수를 위해 공민왕은 그녀가 하늘에서 온 여인이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모두 자신이 지어낸 이야기라는 말로 참수를 당해야하는 은수를 구한 공민왕. 이로 인해 기철은 이 모두를 제거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자신을 능욕한 은수와 공민왕 모두를 살려둘 수 없다는 마음이 간절해진 기철이 위기의 덕흥군과 손을 잡게 되는 상황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이어집니다.
원과 대립각을 세우고 고려를 진정한 국가로 만들기로 작정한 공민왕.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공민왕의 강한 발언으로 인해 원과 고려는 정쟁을 준비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기철과 덕흥군은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공민왕을 상대로 반란을 꿈꾸는 모습은 허탈하게 다가옵니다.
국운과 상관없이 오직 자신들의 탐욕만 채우기에 급급한 기철과 덕흥군. 그들의 이런 못난 행동은 곧 처절한 응징과 죽음으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게 합니다. 기철과 덕흥군이 힘을 모아 반란을 꿈꾸는 순간 그들의 최후는 이미 결정이 났으니 말입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최영은 안전하게 은수를 하늘 세상으로 보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그런 최영과 달리, 은수는 자신을 가장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는 곳을 찾겠다며 공민왕에 부탁해 우달치 대원이 됩니다. 우달치 옷을 입고 최영의 방에서 기다리는 은수의 모습은 말 그대로 천상에서 내려선 천사의 모습이었습니다.
우달치가 된 은수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요? 남은 4회 동안 최영과의 짜릿하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펼쳐지기는 하겠지만 그녀의 운명은 아쉽게도 죽음에 더욱 가까워졌습니다. 100년 전 자신은 이런 위급한 상황을 멀리하고 다시 하늘 문으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그녀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다시 돌아온 것은 과거의 잘못된 판단에 대한 아쉬움일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신의>는 철저하게 은수의 시각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100년 전 자신이 다녀갔던 그곳. 기억에서 지워져있었던 과거의 상황들이 데칼코마니처럼 그대로 재현되는 그곳에서 그녀가 과거와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은 바로 하늘 문으로 향하던 그녀가 궁으로 돌아오는 상황이었습니다. 100년 전 자신이 그랬듯 그녀는 현실에서의 안정된 삶을 살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과거의 자신이 현재의 자신에게 남긴 문구처럼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것이 너의 마지막 날이 되더라도"
라는 100년 전 자신이 현재의 자신에게 남긴 메시지를 실천하듯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는 최영을 위해 모든 것을 걸려합니다. 현실에서 그녀가 남자 복이 없고 인연도 만날 수 없었던 것은 바로, 100년 전 자신이 운명적 사랑이라 여겼던 최영이 그곳에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그녀가 최영에 이끌려 고려로 타임슬립을 한 이유도 운명적인 사랑이 2012년 현재가 아닌 고려시대에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현재로서는 은수가 2012년으로 가기보다는 고려에 남아 최후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마지막이 행복하게 사는 것인지 죽음인지 알 수는 없지만 운명과도 같은 사랑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은수의 모습은 매력적입니다. 남은 4회 동안 어떤 이야기로 최영과 은수,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사랑을 담아낼지 알 수는 없지만 기대감이 커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승자의 시각으로 쓴 역사와 다른 <신의>가 과연 어떤 이야기로 마무리될지 궁금해집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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