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오와 아랑의 키스는 아름답기보다는 슬프기만 했습니다. 숨겨져 왔던 진실들이 하나 둘 밝혀지면서 <아랑사또전>은 마무리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은오의 어머니와 무영의 동생, 그 간극을 채워주는 아랑의 존재가 어떤 식으로 매력적인 결말을 만들어낼지 흥미롭기만 합니다.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닌, 사랑이라는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다
은오와 아랑, 그리고 홍련이 함께 하는 장면은 극적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아랑사또전>의 모든 것이 한 자리에 모였으니 말입니다. 은오와 은오의 어머니 서씨, 그리고 아랑과 무연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를 견제하는 과정은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홍련을 보자 잃었던 과거의 기억을 되찾은 아랑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자신을 죽인 자가 누구인지 알아내고, 그자를 없애야지만 자신이 천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그녀의 복잡한 심정은 힘겹게 다가섭니다. 아랑을 복잡하게 만든 것은 바로 은오에 대한 감정이 사랑이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어머니가 자신을 죽인 범인이라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습니다. 요괴가 자신의 원수라면 복수에 대한 열망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겠지만,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칼로 찌른 것은 분명한 은오의 어머니였으니 말입니다.
은오의 입장에서 당혹스러운 대면은 힘겹기만 합니다. 아랑과 어머니를 사랑하는 그에게 어머니의 몸을 쓰고 있는 무연과의 대결은 어렵기만 합니다. 상제가 준 부채를 통해 어머니를 구하려는 은오의 행동은 무기력하게 끝나고 맙니다. 그걸로는 무연을 상대할 수는 없었으니 말입니다. 위기에서 벗어나자 무연의 공격이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아랑은 다시 한 번 상처를 입습니다. 생전 이서림이던 시절 주왈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그녀는 아랑이 되어 은오를 살리기 위해 다시 한 번 자신을 던졌습니다.
과거의 기억은 과거에 남기고 현재의 기억 속에서 진정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아랑사또전>에서는 아랑의 이 행동은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희생을 통해 진정한 사랑을 이야기한다는 대목은 이 드라마 전체의 주제의식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수백 년 동안 무고한 생명을 앗아가며 자신의 탐욕만을 채우기 위해 살아왔던 무연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많은 이들의 희생과 힘이 모아져야만 한다는 점에서 아랑의 희생은 중요한 복선으로 다가오니 말입니다. 과거 주왈을 위해 죽었던 아랑이 구천을 헤매듯, 은오를 위해 희생을 한 아랑은 천상에 갈 수 있을지도 궁금해집니다.
무연에게 찔려 상처를 입은 아랑을 관아로 데려온 은오는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됩니다. 과거 아랑을 죽였던 이는 다름 아닌 은오의 어머니였다는 사실은 그를 힘겹게 만들 수밖에는 없었으니 말입니다. 자신이 그토록 찾아 헤매고 만나고 싶었던 어머니가 왜 무슨 이유로 이서림을 죽여야만 했는지 믿을 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은오가 아랑의 기억을 통해 고통과 슬픔에 싸여있듯, 주왈 역시 되살아난 기억으로 힘겨워합니다. 자신이 과거에 저질렀던 수많은 살인들이 또렷하게 기억나기 시작한다는 사실은 결코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이니 말입니다. 자신의 욕심을 위해 무연이 시키는 대로 살인을 하기는 했지만, 차마 마음속에 담아둘 수 없어 기억을 지웠는데 다시 되살아나기 시작했다는 점은 주왈에게는 힘겨울 수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주왈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는 무연의 지시에 따라야만 합니다. 그런 무연이 내린 지시는 은오를 죽이라는 것이었고, 그런 주왈에게 남겨진 것은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 입니다. 자신의 기억을 지우기 위해 또 다른 악행을 저질러야 하는 주왈. 모든 것을 마무리하고 무연을 죽이겠다는 주왈에게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은 방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입니다.
무연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살인을 했다고는 하지만, 거리를 떠돌던 주왈은 무연과 서로 합의하에 살인을 했습니다. 그런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합리화하기 위해 기억을 지웠고, 그런 반복적인 행동이 현재의 주왈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는 여전히 이기적입니다. 자신의 기억을 지운다고 영원히 지워질 수 없음은 이번에 잘 드러났으니 말입니다. 그 기억을 조금이나마 지우는 방법은 자신의 살인을 합리화하는 것이 아니라, 반성과 함께 결자해지를 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일 겁니다. 결과적으로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해 다시 살인을 꿈꾸는 주왈은 죽음 외에는 그에게 남겨진 것은 없게 되었습니다.
무연과 무영의 사연은 의외였습니다. 남매로만 알았던 그들이 사실은 연인사이였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시대를 관통하며, 연인에서 오누이가 되었던 그들은 천상에서는 선녀와 저승사자의 연으로 계속 살아왔다는 사실은 운명과도 같은 인연이란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니 말입니다.
무영과 무연의 사연까지 등장하며 <아랑사또전>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명확해졌습니다.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던진 이 드라마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역시 사랑이지요. 처음부터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그 사랑이라는 것이 어떤 형태를 취하고 있느냐가 중요하게 다가오기도 했지만, 결국 그들이 이야기하는 사랑은 남녀 간의 사랑만은 아니었습니다. 사랑이라는 가치가 가지고 있는 본질과 가치가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랑사또전>은 다른 사랑이야기와는 조금은 다른 드라마입니다.
천상으로 올라가면 자신의 모든 기억들을 버려야 한다는 말에도 아랑의 은오에 대한 사랑은 변하지 않습니다. 비록 지워질 기억이라 해도 자신이 현재 사랑하는 은오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아랑의 모습은 대단함으로 다가옵니다. 은오 어머니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사건을 풀어낼 수 있는 중요한 단서라는 사실을 알고, 직접 무연을 찾아간 아랑에게는 은오에 대한 대단한 사랑만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아랑의 사랑 고백에 돌아서는 아랑을 붙잡고 키스를 하는 은오의 모습에서 짜릿한 감동보다는 슬픔이 먼저인 것은, 그들의 이 입맞춤은 아쉬운 이별을 예감하는 것으로 다가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무것도 남겨지는 것 없는 사랑이라 해도 버릴 수 없는 이 지독한 사랑을 위해 달려가기 시작한 이들이 과연 어떤 결과에 도달할지 기대됩니다.
인간의 탐욕과 간절함. 그 사이를 채워내는 사랑과 증오를 이야기하고 있는 <아랑사또전>은 이제 결전을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최대감에 의해 투옥된 은오와 무연을 만나고 온 아랑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힘겨운 문제들을 풀어낼지 궁금해집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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