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인 이야기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20%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기묘한 <용팔이>는 참 미스터리하다. 이렇게 막 써도 좋은가 싶을 정도로 엉망인 이야기에 20%의 고정 시청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신기하기까지 하다. 그 시청률에 대한 해법은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아닌 배우들에 대한 팬 심이 만든 결과라는 결론 외에는 존재하지 않아 보인다.
주원도 사라진 용팔이;
무엇을 어떻게 풀어내야 하는지 방향을 잃어버린 작가의 한계
<용팔이>는 과연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는 기묘하게 이어질 뿐이다. 감동도 없고 재미도 없는 이 드라마는 마치 좀비처럼 거리를 휘청거리며 거닐고 있지만 20%의 시청자들이 보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참 기묘함으로 다가올 뿐이다.
뜬금없이 등장한 대정그룹이 등장해 분위기를 만들었지만 딱 그 정도였다. 그 어떤 가치도 만들지 못하고 그저 시간을 끌기 위한 하나의 꼬리를 끄집어 낸 것이 전부인 한심한 전개였다. 물론 이런 전개를 통해 자연스럽게 악당이었던 도준을 죽이는 이유가 되기는 했지만 과연 이런 죽음이 무엇을 위한 일인지 의아하기만 하다.
갑을을 앞세우고 이들의 사랑을 이야기하기는 하지만 그 모든 것이 허울 좋은 포장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노동자들의 삶을 이야기하지만 노동자들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진중한 갑을 관찰하지도 않고 을의 아픔을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그저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이야기를 그저 꼬리잡기하듯 이야기하는 것이 전부인 드라마는 참 보기 어려운 경험이기도 하다.
초반의 격정적인 흐름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말 그대로 용두사미의 전형이 되어버린 <용팔이>는 더는 보여줄 수 있는 가치도 상실했다. 주원과 김태희를 위한 드라마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둘을 효과적으로 품거나 풀어내지도 못했다는 점에서 한심함이 더해질 뿐이다.
동생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던 용팔이는 어느새 세상 모든 것을 관조한 성자가 되어 있다. 모든 것은 다 내 탓이나 성자처럼 세상을 살라고 설파하는 일이 전부다. 복수도 하지 말고 모든 것에는 원인과 이유가 있었으니 이 모든 것을 여진인 너가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힘 있는 자만이 용서도 할 수 있다는 말을 끼워 맞추기 하는 이야기는 그래서 허탈함으로 다가온다. 3년 동안 아무런 잘못도 없이 강제로 잠들어 있어야만 했던 여진은 복수도 해서는 안 된다. 자신을 마지막까지 죽이려 안달을 했던 도준을 무조건 용서해주는 것이 정답이라고도 한다. 그런 도준을 살리기 위해 태현은 자신의 모든 걸기도 한다.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성자처럼 모든 이들을 구원하는 일이라도 되는 듯 말이다.
싸움까지 잘 하던 주원이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유명무실해진다. 도준을 살리기 위해 가는 도중 차 안에서 잠에서 깬 도준에게 맞아 기절하고 만다. 참 아이러니하다. 그렇게 기절한 사이 도준은 자신의 부인인 채영의 눈앞에서 잔인하게 살해당한다. 대정그룹 최 회장이 보낸 살인자들에게 노상에서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며 끝이 났다.
수없이 많은 이들이 죽어가지만 그곳에는 공권력이라는 것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재벌들이 벌이는 죽음의 파티에는 그저 약한 자는 처절하게 죽는 것만 존재할 뿐 그 책임이라는 것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드라마라는 특성이 만든 집중과 선택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그럴듯하게 포장하지 못하는 것은 작가 능력의 문제이고 완성도의 차이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대정그룹을 흔들기 위해 그들이 노리고 있는 회사를 매수하는 과정과 이를 통해 그들을 흔드는 여진의 모습에 환호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이 한없이 한심함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개연성이 떨어지는 이야기의 연속이 가져온 폐해일 것이다.
주원을 이용해 도준을 죽이게 만든 여진. 그런 모든 것을 털어놓는 여진과 이제는 자신의 길을 가겠다고 떠나는 태현의 모습은 극적이어야 하는데 그렇지도 못하다. 그럴 만한 그럴 듯한 이유가 시청자들에게 전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들의 남은 2개의 이야기가 특별한 그 무엇을 가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우매한 짓이 될 듯하다.
죽을 사람은 죽고 죽이고 싶은 사람은 언제든 죽이는 하지만 그 어떤 처벌도 받지 않는 갑들의 향연은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을 자신들이 가졌다고 확신하는 자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생각을 확신으로 바꿔주려 노력하는 정치꾼들까지 가세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영원한 재벌 공화국으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용팔이>는 명확하게 주원과 김태희 팬들이 대단하다는 사실만 확인시켜주었다. 내용이 산으로 가고 이렇게 못 만드는 드라마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엉망이지만 높은 시청률을 올릴 수 있었던 단 하나의 이유는 두 배우들 외에는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참 대단하다. 이 정도의 내용이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또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은 미스터리에 가깝다.
아무리 퇴보 중인 대한민국의 드라마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무참하고 무너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을 고려한 드라마이고 이런 중국 시장을 위해 주원과 김태희를 활용하기는 했지만 최소한 납득이 가는 드라마를 만들지 못한다면 한류 드라마의 운명은 어느 순간 사라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시청자들이 욕을 하면서도 보는 이유는 어쩌면 이 미스터리한 상황들이 어떤 식으로 정리될지 궁금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Drama 드라마이야기 > Korea Drama 한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용팔이 17회-시청자들마저 능욕하는 작가의 한심한 능력, 이게 최선인가? (0) | 2015.10.01 |
---|---|
디데이 3회-서울은 무너지고 인간군상은 시작되었다 (0) | 2015.09.26 |
용팔이 15회-표독스러운 김태희 변신은 반갑고 형편없는 이야기는 실망스럽다 (0) | 2015.09.24 |
김혜수 첫 비지상파 드라마 시그널이 주목받는 이유 (0) | 2015.09.22 |
디데이 1회-거대 도시 서울이 무너진다, 왜 우리는 주목해야 하나? (0) | 2015.09.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