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 끝난 후에도 여전히 덕선이 남편이 누구일까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그만큼 <응답하라 1988>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시청률 20%에 육박하며 지상파 프리미엄을 무색하게 하는 tvN의 <응답하라 1988>은 하나의 현상에서 이제는 방송 지형도를 바꾸게 만드는 이유가 되고 있다.
tvN10년을 자축하는 응팔;
덕선 남편 후보를 마지막까지 줄 세우는 이유는 그녀의 주도적 결정을 요구하기 때문
이제 2회만 남은 상황에서 아직도 덕선의 남편이 누구인지 드러나지 않았다. 선우로 시작해 정환과 택이로 이어지던 덕선이의 남편 후보는 일찌감치 선우가 빠지며 단순해지는 듯했다. 하지만 택이가 급부상하며 다시 정환은 주춤하고 말았다. 제대로 고백조차 하지 못한 채 머뭇거리는 사이 택이가 승부를 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인생은 아이러니'라는 부제를 달고 두 번의 이야기를 하면서 작가는 주변 정리들을 해가기 시작했다. 중년의 사랑을 담은 무성과 선영은 결혼해 가족이 되었다. 함께 식사를 하다 무심하게 "추워지는데 같이 살자"는 무성의 고백에 말없이 웃는 선영의 모습은 흐뭇함으로 다가왔다.
세월이 흘러도 성균과 미란의 부부애는 더욱 깊어지기만 한다. 아이들이 모두 성장한 후 그들은 뒤늦게 배운 자전거 타기에 바쁜 미란과 그런 부인을 보며 한없이 '아내 바보'의 진수를 보여주는 성균의 모습은 대단하다. 사랑의 유효기간이 그들에게는 전혀 무의미하게 다가오니 말이다. 달력이 뒤늦게 미란에게 딸을 선물해주는 결과로 이어질지 알 수는 없지만 부부애가 특별한 이들에게 늦둥이는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은행일도 늦은 저녁에도 휴일에도 나서는 동일은 여전히 힘들다. 딸들이 모두 성장해 돈을 벌어 이제는 곧 반지하를 탈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정년퇴임을 몇 년 앞둔 동일은 요즘 명퇴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조흥은행이 위기에 처하기 시작하고 점점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동일의 고민은 씁쓸함으로 다가온다. 그만큼 아버지의 무게는 힘겹기 때문이다. 출가하지 않은 딸들을 위해 무조건 직장에 다녀야 한다는 부인의 말에 실없이 웃으며 직장에 나서는 동일의 어깨는 무겁다.
어쩔 수 없이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들은 첫사랑은 끝내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했다. 1%의 기적을 믿으며 첫 소개팅에 나선 보라는 그녀의 바람처럼 그곳에서 선우와 재회했다. 화내는 선우에게 1% 기적을 이야기하며 다시 시작하자는 보라는 간절했다.
언제나 시대의 중심에 있던 정봉은 채팅에서 미옥을 만나게 되었다. 상대가 누구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둘만이 알고 있는 공통분모를 통해 그들은 서로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처음 만났던 그 장소에서 그들은 다시 재회했다. 교정기도 빼버린 이제는 너무 예쁜 숙녀가 된 미옥과 처음 선물해준 분홍색 셔츠를 다시 입고 나온 정봉은 그렇게 다시 시작했다.
이제 남은 것은 덕선이다. 덕선이를 둘러싼 정환이와 택이의 관계는 더욱 복잡해졌다. 덤덤하기만 하던 택이가 승부사다운 승부를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승환 콘서트를 앞두고 벌인 정환이와 택이의 질주는 흥미로웠다. 평생 바둑 외에는 그 어느 것도 생각하지 않았던 택이는 대국마저 포기하고 덕선이를 선택했다.
동룡이와 영화를 보다 더는 참을 수 없었던 정환도 미친 듯 덕선이를 향해 달려갔지만 한 발 늦었다. 언제나 그렇듯 정환은 이번에도 뒤쳐졌다. 선우를 오해했을 때도 그랬고 이제는 자신의 여자가 될 거라 확신했을 때 친구들에게 공개적으로 마음을 털어놓은 택이에게서도 정환은 좌절을 느꼈다.
어렵게 용기를 내서 미친 듯 달려갔지만 그곳에는 이미 택이가 먼저 와 있었다. 바둑이 전부인 택이가 평생 처음 대국을 포기하고 덕선이를 찾은 것이다. 이 정도가 되니 정환도 포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다시 부대가 있는 지방으로 내려가야 하는 정환.
부대로 돌아가는 정환을 위해 모인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자꾸 문쪽을 주시하는 덕선. 그녀가 택이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정환은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환은 뜬금없어 보이는 고백을 한다. 오래 전부터 덕선이를 좋아했다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고백을 하는 정환의 모습은 대단했다.
공사 졸업 반지를 프러포즈를 위해 활용하고 솔직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지만 정환에게 이 행위는 말 그대로 자신의 바보 같은 '짝사랑'을 마무리하는 한풀이였다. 동룡이 핑계를 대기는 했지만 이렇게라도 풀어내지 못하면 미칠 것 같은 정환이의 마음은 그렇게 표현될 수밖에 없었다.
택이와 정환의 이런 행동에 대해 말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이 정도면 택이가 덕선의 남편이라는 이야기가 힘이 실리기도 한다. 정환이의 장난스러운 고백을 탓하며 이젠 끝이라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 선택은 신의 한 수이자 작가의 의도와 의지가 명확하게 드러난 대목이다.
누군가에 의해 선택되는 운명이 아니라 자기 주도적인 사랑을 이제는 하게 된 덕선을 위한 배려라는 말이다. 덕선은 그 동안 단 한 번도 자신이 좋아서 연애를 해본 적이 없다. 첫사랑이었던 선우마저도 친구의 부추김이 만든 행동이었고, 불발탄이 되었던 정환도 마찬가지였다.
택이 마저도 친구의 이야기들이 뒤섞이며 복잡해지기만 했다. 이런 상황에서 덕선이는 단 한 번도 자신이 선택한 사랑을 해보지 못했다. 소개팅을 받은 남자와 밥을 먹고 영화를 보는 것은 그저 자연스러운 행위 그 이상의 감정으로 생각하지도 않았다. 이승환 콘서트에 함께 하지 못한다는 말에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는 덕선에게 소개팅 남자는 그저 어쩔 수 없는 주변의 요구가 만든 선택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마지막까지 정환과 택이를 극한까지 밀어붙였다. 택이로서는 가장 소중한 바둑을 포기하게 만들었고, 답답하기만 했던 정환은 장난처럼 고백을 하는 상황을 만들어 놨다. 모든 것을 다 드러낸 이 상황에서 이제 모든 것은 덕선의 몫이다. 그녀의 선택이 곧 결정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누군가에 의해 휩쓸리는 사랑이 아닌 덕선이 심사숙고해서 선택한 사람과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는 점에서 작가의 의도와 목적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누가 될지 모른다. 전체적인 흐름으로 정환 일수밖에 없는 징후들이 농후하지만 누구이든 큰 의미가 없는 것은 모든 결정권은 덕선이의 몫이 되었기 때문이다.
성장과 사랑, 우정 등이 흥미롭게 버무려진 <응답하라 1988>은 매력적인 드라마다. 단 2회를 남긴 상황까지도 그들은 가족의 정과 이웃들 간의 사랑, 그리고 첫사랑의 아픔을 이겨내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 쌍문동 아이들의 이야기까지 촘촘하며 흥미롭게 담아내고 있다. 이제 덕선이의 선택만 남겨둔 <응답하라 1988>은 남은 두 번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지 기대된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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