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반전은 항상 등장하지만 매번 흥미롭기만 합니다. 정대만이라고 불리던 윤진이의 남편이 공개되면서 나정이의 남편 찾기는 좀 더 좁혀지게 되었습니다. 해태가 유력한 후보였지만, 그 모든 것이 반전을 위한 방패막이었다는 점에서 나정이 남편 역시 의외의 인물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삼천포의 진가를 알게 된 윤진의 천생연분;
순간의 선택이 난무했던 8회, 나정이의 남편은 의외의 인물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응칠이가 그랬듯, 응사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하숙집 딸인 나정이의 남편이 누구냐는 것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과거를 회상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큰 재미로 다가오지만, 분명한 것은 남편이 누구인지 추리해가는 과정은 최고의 재미로 다가옵니다. 다섯 명의 남자들 중 삼천포가 윤진이의 남편으로 드러나면서 그 후보는 4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김일성이 사망했던 1994년은 80여 년 만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해이기도 했습니다. 성수대교가 무너지는 등 악재들도 쏟아 졌던 그 해는 그래서 수많은 변수들이 난무했던 해이기도 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의외성 역시 이런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혼란이 만든 결과이거나, 그런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함께 술을 마시다 설정극에 들어간 그들은 지구상에 나정이와 윤정이만 남은 상황에서 누구를 택할 것이냐는 질문들에 답을 하기 시작합니다. 이런 질문에 삼천포와 빙그레의 나정이 선택에 이어 분위기는 나정이로 이어지는 듯했지만, 의외의 상황들은 쓰레기가 만들었습니다. 나정이가 아닌 윤정이를 선택하면서 했던 말이 나정이의 마음을 아프게 했기 때문입니다. 나정이는 가족이라는 말은 그를 짝사랑하는 나정이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전화를 하러간 쓰레기를 뒤쫓아 다시 한 번 질문을 하는 나정이에게 자신은 나정이 밖에 없다는 고백을 듣게 됩니다. 하지만 그저 장난스럽게 어린 여동생을 귀여워하는 쓰레기의 행동에 화가 난 나정이는 답답하기만 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한 쓰레기에 대한 사랑을 정작 본인만 모르고 있는 듯했기 때문입니다. 열병처럼 찾아온 사랑에 어쩌지 못하고 있는 나정이를 단박에 알아차린 것은 바로 윤정이었습니다.
눈빛만 봐도 좋아하는지 아닌지 알 수 있다는 여자들 특유의 촉이 가동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이야기들처럼 그 촉은 윤진이의 짝이 누구인지를 맞추는 신통방통으로 이어졌습니다. 해태와 윤진이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며 연인이 될 가능성을 이야기하던 이들과 달리,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눈이 결코 아니라면서 해태와는 인연이 없다는 나정이의 발언은 정확했습니다. 윤진이가 나정이의 태도와 눈빛만으로 이미 오래 전부터 쓰레기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8회에서 크게 움직였던 러브라인은 세 가지였습니다. 기본적으로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이어질 나정이의 남편 찾기는 큰 줄기로 이어지는 과정이었고, 윤진이의 남편이 공개된 것이 두 번째였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빙그레의 러브라인이었습니다.
빙그레의 경우 확실하게 성적인 정체성을 커밍아웃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막연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쓰레기에 대한 빙그레의 행동은 단순히 존경하는 선배나 좋아하는 형을 대하는 태도는 아니었습니다. 그가 보이는 행동은 동성애에 좀 더 가까운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목욕탕에서 같은 동성 친구들과 목욕을 하는 것도 꺼려하는 그가 쓰레기 앞에서 옷을 벗은 후 보다 가까워진 듯한 행동을 하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쓰레기가 입고 다니는 옷을 자신도 사서 커플티로 만들어낸 당돌한 용기도 흥미롭습니다. 그런 그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장소마다 쓰레기와 마주치는 것을 하나의 큰 인연으로 생각하게 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편의점에 이어 커피숍 아르바이트까지 가는 곳마다 마주치는 쓰레기와 빙그레가 과연 동성 커플로 발전할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관계의 서막을 알리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변수로 다가옵니다.
응칠에서도 이루지 못한 사랑을 그 보다 앞선 응사에서 과연 보여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빙그레가 쓰레기를 특별한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휴학을 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뭐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솔직한 고백을 들어준 쓰레기에게 감사하는 마음 역시 대단합니다. 이런 고백을 통해 둘 만의 비밀을 만들었다는 것은 보다 강력한 친밀도를 높이는 행위로 발전하게 된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도와줄 일 없냐는 말에 대뜸 매일 밥 한 번씩 사달라는 빙그레에게 남자와는 밥 같이 안 먹는다는 쓰레기가 일주일에 한 번씩 함께 식사하기로 약속하는 장면은 상징적이었습니다. 쓰레기가 남자와는 밥도 같이 안 먹는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그가 여자에게 관심이 없다는 사실은 이미 지난 여친들에게서 다 드러났습니다. 그 제외된 이유가 나정이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빙그레의 행동과 하나가 되면서 사실은 쓰레기가 동성애자 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으로 확대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하나의 가설일 수밖에 없지만, 현재까지 보여준 쓰레기의 행동이 나정이를 위한 행동이 아니었다면 이는 곧 동성애로 읽힐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성인이 된 나정이를 안고 잠이 들어도 그 이상 아무런 관계의 발전도 이루지 못하는 것은 그저 쓰레기가 굳은 의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리고 나정이를 생각해서 여친과 헤어진 것도 아니고, 고향 선배에게 나정이 삐삐 번호를 알려주지 않은 것 역시 자신이 좋아해서가 아니라는 점은 빙그레와의 접점으로 인해 하나의 그럴 듯한 가설로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나정이의 남편 후보로 강력하게 떠오르는 칠봉이의 경우도 점점 위태로워지는 이유는 너무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열병처럼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칠봉이의 사랑은 뜨거운 만큼 차가운 공기도 함께 머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분명 칠봉이는 나정이를 좋아하고 그녀와 사귀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그런 감정을 숨기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나정이가 쓰레기에게 사랑 고백을 하려 고민하듯, 칠봉이 역시 훈련을 가서도 나정이에게 사랑 고백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서 강렬한 사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해태와 윤진이는 연인이 될 수 없다는 이유로 눈빛을 꼽았던 나정이는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눈빛은 다르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 말 이후 쓰레기에게 보내는 나정이의 눈빛이 바로 사랑이라는 글씨로 세겨진 강렬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칠봉이는 답답한 마음만 가득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지만 고백도 하지 못한 채 사랑하는 여인이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하는 사실은 힘들기만 합니다. 정전으로 라디오를 들으며 누워있던 그들은 디제이의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말과 함께 이어진 행동에서도 그들의 관계를 명확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나정이를 중심으로 칠봉이와 쓰레기가 함께 누워있었지만, 그 시선의 향방은 전혀 다른 모습들이었습니다.
디제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쓰레기를 바라보는 나정이는 결코 칠봉이를 쳐다보지 않았습니다. 최소한 그 시점까지 나정이는 칠봉이를 그저 친한 친구 정도로만 인식할 뿐 사랑하는 사이로 인식하지는 않았습니다. 나정이가 좋아하는 존재는 쓰레기가 유일하다는 사실을 그 상황이 전부 말해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끝내 고백하지 못한 나정이를 위해 술에 취한 윤진이는 그녀의 술버릇으로 털어놓습니다. 나정이가 술에 취하면 눈이 풀리고 뭐든지 무는 괴기한 술버릇을 가지고 있다면, 윤진이는 평소에 말을 잘 하지 않아서인지 취하기만 하면 비밀을 모두 털어놓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술의 힘을 빌어 털어놓는 윤진이로 인해 모든 사람들은 나정이가 쓰레기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당연히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을 윤진이의 입을 통해 듣게 된 칠봉이나 당사자인 쓰레기 역시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노골적으로 공개된 나정이의 속마음은 이후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 수밖에는 없게 되었습니다.
삼천포가 윤진이의 어머니를 위해 자신이 한 약속을 생애 처음으로 어기는 상황은 선택으로 이어졌습니다. 말을 하지 못하는 어머니를 숨겨왔던 윤진이는 약속보다 먼저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엄마가 걱정되어 정신없이 터미널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는 무전여행을 떠나기로 했던 삼천포가 있었고, 며칠 동안 얼려 놓았던 차가운 커피까지 나눠주는 자상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칠봉이가 달라고 해도 주지 않았던 커피를 아무렇지 않게 어머니에게 건네는 삼천포는 자신을 대신해 아들 노릇을 하고 있었습니다. 말을 하지 못하는 친구의 어머니를 위해 필답을 주고받으며 친구 역할을 해준 삼천포의 행동은 결국 윤진이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들은 부부가 되었습니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소제목이 삼천포와 윤진이의 결혼으로 증명되었지만, 다양한 복선들을 깔아놓은 나정이의 남편에게도 적용이 될 것입니다. 현재까지 이어진 상황들을 생각해보면 누구라도 남편이 될 수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에피소드 하나로 삼천포가 윤진이의 남편으로 결정되었듯, 극 후반 중요한 에피소드 하나만 추가하면 남편은 그 누구라도 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나정이 남편 찾기는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변수를 가지고 있는 해태가 나정이 남편일 수도 있다는 의견은 그래서 설득력을 얻게 됩니다.
칠봉이의 뜨거운 사랑은 말 그대로 1994년 유례없었던 더위와 함께 사라지고, 쓰레기의 마음은 빙그레와 통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현재를 보여주는 장면에서도 둘이 함께 담배를 핀다든지 소소한 내용을 통해 변수들을 위한 복선을 깔고 있다는 점에서 그 어떤 선택이라도 이상할 것은 없어 보입니다. 반전을 위한 재미라면 쓰레기가 나정이의 남편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칠봉이로 결정되어서도 안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극적인 재미는 바로 해태라는 점에서 나정이의 남편은 해태가 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져 가고 있습니다.
회를 거듭할수록 재미 단단해지는 <응답하라 1994>는 탁월한 연기력을 가진 이들로 인해 더욱 풍성해지고 있습니다. 정우가 초반부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확실한 스타탄생을 알렸습니다. 이후 유연석 급부상하면서 매력을 풍기더니, 8회에서는 김성균의 생활 연기가 폭발했습니다.
생긴 것과 다른 소심하고 착한 성격을 표현하는 김성균은 정전으로 어두워진 화장실에서 보여준 너무나 그럴 듯한 연기로 인해 모두를 웃게 만들었습니다. 상황이 주는 재미가 반 이상을 차지할 수도 있었겠지만, 김성균의 농익은 연기가 아니었다면 이상한 상황극으로 그쳤을 그 장면이 이렇게 대단한 상황이 되었던 것은 그의 연기가 그만큼 탁월했다는 의미 일 것입니다. 흥미로운 전개와 탄탄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의 연기가 하나가 된 <응답하라 1994>는 이미 전작인 응칠이를 넘어섰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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