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멸렬하는 <이태원 클라쓰>가 이제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 박서준이라는 절대 강자가 시청률을 이끌었지만, 사실 내용은 아쉬움이 크다. 큰 재미가 존재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나마 12회 '나는 다이아'를 앞세워 감성적 호소는 성공했지만 말이다.
단밤은 '최강포차'에서 최종 우승을 했다. 그리고 예정된 투자도 받았다. 100억 투자를 받고 프랜차이즈 사업도 번창하며 승승장구하게 되었다. 결정적 역할을 한 이서는 현이의 자존감을 극대화해서 우승까지 시켰다. 단밤은 결국 이서가 아니면 불가능한 성장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장 회장은 자신과 비슷한 측면에서 근수를 평가했다. 현이의 약점을 공략해서 심리전을 펼친 행위를 높이 평가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약점을 공략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장 회장은 그런 행동에서 근수를 다시 봤다.
악랄하게 자신의 이익만 취하는 근수가 후계자로서 적합하다는 판단이었다. 장남인 근원은 악랄하기는 하지만 실속이 없다. 제대로 된 사업수단도 없고, 능력도 갖추지 못한 근원에게 장가를 맡길 수는 없었다. 그렇게 장 회장은 차분하면서도 악랄한 근수를 선택했다.
이서를 얻기 위해 장가의 주인이 되겠다고 다짐한 근수였지만, 그가 현이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며 모든 것은 무의미해졌다. 이런 근수에게 마음을 빼앗길 이서는 아니기 때문이다. 제주에서 올라오자마자 근수를 찾은 이서가 뺨을 때린 것도 그 이유에서였다.
장가를 누른 단밤은 투자도 받았고, 그렇게 커가기 시작했다. 단순히 국내만이 아니라 중국 시장 진출을 통해 가능성을 확장하겠다는 새로이의 포부는 현실이 되었다. 여전히 국내 최고인 장가를 넘어서지 못했지만, 무일푼으로 시작한 새로이는 당당한 회사의 오너가 되어 있었다.
4년이 흐르며 많은 것들은 변하기 시작했다. 단밤은 여전히 안정적으로 운영이 되며 편안한 일상을 영위하고 있었다. 언제나 바쁜 새로이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다. 단밤 초기 멤버들이 이제는 즐겨도 된다는 생각과 달리, 새로이의 목표는 여전히 높이 있었기 때문이다.
새로이의 꿈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이서는 옆에서 최선을 다해 그를 보필하고 있다. 여전히 탁월한 능력으로 회사의 진로를 정하고 이끄는 역할을 하는 이서는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새로이에 대한 생각 역시 변함이 없는 이서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하는 새로이의 감정 선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아무렇지도 않게 이서 머리를 쓰다듬던 새로이는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는 그저 꼬맹이로만 봤던 이서가 여자로 다가왔다는 의미다. 그렇게 4년이 흘러도 여전히 자신의 곁에 있는 이서. 더욱 중요한 것은 이서의 새로이에 대한 마음은 전혀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서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현이는 옆에서 핵심을 짚어주고 있다. 이서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만년필은 잘 사용하는 새로이에게 이서 생일 선물을 해준 적이 있냐는 말은 중요하게 다가왔다. 일방적 관심이 서로 소통하는 관계로 변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되니 말이다.
미국으로 갔던 근수가 돌아오며 내놓은 사업 아이디어라는 것은 부동산 투기였다. 낡은 동네 건물들을 통으로 사서 장가 관련 업체들을 입주시킨 후 땅값이 오르면 팔겠다는 것이다. 젠틀리피케이션을 악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대중들에게는 장가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근수의 방식은 악랄하다.
오직 돈을 위해서는 뭐든 한다는 방식에 사로잡혀 있으니 말이다. 그런 그는 자신의 아버지를 능가하는 괴물로 성장중이다. 자신이 세운 사업을 위해서는 췌장암에 걸려 쓰러진 아버지까지 일으켜 세우려는 이가 바로 근수이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근원이 출소했다. 그가 교도소에서 만난 범죄자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다양한 형태의 변수를 만드는 존재라는 점은 명확하다. 아버지를 위해 장가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는 근원이 마지막까지 새로이에게 해를 끼치는 존재가 될지 형제의 난처럼 근수와 대립각을 세우며 자멸의 길을 선택할지는 알 수 없다.
여전히 새로이 근처를 서성이는 수아에게 이서는 한방 날렸다. 경계를 하는 수아가 4년 전과 달리, 많이 불안해 하는 것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새로이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자랑하는 수아에게 이서는 뼈를 때리는 말을 한다.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새로이에게 이것저것 해달라고만 하는 행태에 대한 비판이었다. 조롱에 가까운 비난을 받은 수아. 그도 변할까? 이서의 촌철살인 같은 지적에 반박할 그 무엇도 찾을 수 없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새로이의 마음의 균형추 역시 이서로 기운 지 오래되었다.
장 회장이 말기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새로이는 죽지 말라며 자신이 복수할 때까지 살아있으라고 했다. 후계자로 삼았던 근수는 자신의 모든 것을 빼먹을 생각만 하고, 자신이 버린 근원은 그저 그렇게 떠나버린 자식일 뿐이다. 자신에게 살라고 이야기하는 이는 공교롭게도 새로이다.
6개월 시한부인 장 회장. 그 기간 안에 단밤과 장가의 싸움을 승패가 갈린다. 이야기는 그 시점에 맞춰 정리될 것이라는 의미다. 회를 거듭할수록 재미가 떨어지는 <이태원 클라쓰>의 뒷심이 어떻게 발휘될지는 모르지만 박서준과 김다미가 아니면 보기 어려운 드라마로 전락하고 있다.
답답한 새로이라는 캐릭터와 달리, 보다 진보적이고 강렬한 이서로 인해 보던 이들도 뜬금없이 쓰러지며 신파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인 예고편이 뜨악하기만 하다. 어떻게 결말이 날지 모르겠지만 용두사미가 되어가는 <이태원 클라쓰>는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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