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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지붕 뚫고 하이킥 121회-지훈과 세경 반전이 최악인 이유

by 자이미 2010.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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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방송된 <지붕 뚫고 하이킥(이하 지붕킥)> 121회에서는 사랑을 잃고 슬퍼하는 이들의 모습이 조명되었습니다. 예고된 인나와 광수의 현실적인 한계와 지훈과 세경의 문제가 극적으로 전개되며 누군가에게는 한탄이 다른 이들에게는 환호가 교차하는 방송이었습니다. 

사랑을 잃고 사랑을 깨닫는 것은 아픔이다


1. 인나와 광수

텅 빈 집에서 혼자 토스트를 먹는 광수는 심란하기만 합니다. 그런 광수를 보고 슬프다는 줄리엔의 말처럼 광수는 자신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는 슬픈 청춘일 뿐입니다.

인나의 데뷔가 마냥 좋은 광수는 그녀의 첫 무대에 열광적인 응원을 보냅니다. 그녀가 그렇게 멋진 모습을 보일수록 자신과 멀어질 수밖에 없음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광수는 그래서 기쁘면서도 슬프기만 합니다. 너무나 사랑했던 인나가 승승장구하며 무대에선 모습을 보고 환호하며 흘리는 눈물은 광수가 자신은 절망 속에 한 발짝 들어서고 있음이 두렵고 힘겹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 광수의 예고된 행복 뒤 슬픔은 현실이 됩니다. 데뷔를 한 인나는 소속사에서 지정한 숙소로 들어가게 되고 한옥 집 식구들과 이별을 합니다. 그렇게 울며 떠나는 인나를 열심히 응원하는 광수의 뒷모습에는 너무 사랑해 떠나보내야 하는 아픈 남자의 슬픔이 서려있었습니다. 너무 슬퍼 차마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하는 광수는 그래서 더욱 힘겹기만 합니다. 

<파스타>에서도 아버지의 등을 은유적으로 상징하듯 오늘 보여 진 <지붕킥>에서도 유난히 축 쳐진 광수의 뒷모습이 많이 보였습니다. 정면이 포장된 가면이라면 사람의 뒷모습은 숨길 수 없는 본성을 볼 수 있게 합니다. 그렇기에 광수의 뒷모습에 서려있는 슬픔은 인나를 위한 마지막 식사 준비에서도 그녀를 떠나보내는 뒷모습에도 잘 담겨져 있었습니다.

그들의 헤어짐이 마지막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인나가 탄탄대로를 걸을 것이라는 확신을 할 수 없기도 하지만 쉽게 광수를 버리고 인기에 취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남겨진 광수가 자신을 찾고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하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입니다.  

2. 지훈과 세경

이별에 대처하는 방법들은 각자 다를 듯합니다. 사랑을 해본 이들이라면 이별도 함께 따라오듯 달콤함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 슬픔은 극대화 될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만듭니다. 이별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사랑이 간직되어지는 기간과 농도가 정해지기도 합니다. 

정음이 이별에 대처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사랑이 사치가 되어버릴 정도로 힘겨운 상황에서 정신없이 일에 매진하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힘겨움을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간혹 안경 낀 손님에게서 지훈을 떠올리기도 하고, 쇼 윈도우 건너 편에서 서로를 사랑하는 연인들을 보며 힘겨워 하면서도 이별에 당당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정음과는 달리 지훈은 상실감에 술로 현실을 회피하기만 합니다. 과거 나영과의 슬픈 이별처럼 일방적인 통보 식 헤어짐이 반복된 지훈에게 사랑은 고달프고 한없이 힘겨운 일의 반복이기만 합니다. 술에 취해 쓰러진 지훈을 극진하게 간호하는 세경이 그래서 더욱 고마운 지훈입니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밥을 먹는 세경을 바라보며 자신의 슬픔과 동일시하는 지훈은 그동안은 보이지 않았던 세경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사랑에 허전한 그에게 텅 빈 공간에서 외롭게 밥을 먹고 있는 세경은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했습니다.

아직 마무리 못한 수학 공부를 하기 위해 함께 병원으로 향하던 그들은 외국에서 온 세경 아버지의 편지를 받습니다. 신애와 함께 읽기로 했다며 전화로 아빠의 편지를 읽어주던 세경은 잠시 머뭇거립니다. 이민을 가자는 아빠의 편지에 혼란스러운 그녀는 지훈과의 수업에도 집중하기가 힘듭니다. 그런 세경의 모습을 보며 편지를 몰래 읽게 된 지훈의 모습은 혼란스럽기까지 합니다. 

아빠의 편지를 받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 세경은 지훈에게 전하지 못했던 선물을 건넵니다. 지훈과 함께 했던 추억 여행을 상징하던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앨범을 메모와 함께 전해준 세경. 그런 세경을 떠올리며 지훈은 기억의 저편에서 자신이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감정들이 살아나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병원 보관함 속에 간직되었던 세경이 잃어버린 빨간 목도리. 그 목도리를 잃어버리고 한없이 슬퍼하던 세경을 그때는 알지 못했지만 이제는 알 수 있을 듯합니다. '사랑을 잃어보니 사랑이 보인 다'고 지훈은 이별의 아픔을 통해 또 다른 감정에 눈뜨기 시작합니다. 

미쳐 깨닫지 못했던 세경의 마음을 짧은 기간 동안 총정리 하듯 감정을 정리한 지훈은 그녀에게 이민을 가지 말라고 합니다. 그동안 만들어 놓은 지훈의 성격상 타인의 앞날에 간섭 한다는 것은 자신이 그 안으로 들어섰다는 이야기이기에 세경을 책임지겠다는 의미가 강하게 전달됩니다. 

3. 지훈과 세경은 이루어질 수 없다

'그동안 사랑이라 생각하지 못했지만 떠난다고 생각하니 그것이 사랑인줄 알았네'란 식의 신파로 흐르는 감정 선들이라면 아쉽기만 합니다. 그런 극적인 상황을 만들기 위해 정음을 이용하고 세경을 선택하는 방식이라면 80년대의 세경을 현대로 불러내서 이야기하고자 했던 가치와는 상관없이 제작진들 스스로 80년대 신파극의 주인공에 경도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지훈의 마지막 한 마디로 인해 캐릭터는 흔들릴 수밖에는 없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남은 5회 동안 그들이 가야할 길이 많기 때문입니다. 가령 지훈이 세경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껴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해도 넘어야 할 산은 너무나 많습니다.

우선 준혁의 대응은 보지 않아도 뻔합니다. 자신의 사랑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준혁이 세경을 사랑한다는 지훈에게 어떤 행동을 보일지는 반복된 행동으로 충분히 예측 가능합니다.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가정 파탄까지 이끌 수 있을 정도로 준혁의 세경에 대한 사랑은 대단합니다.

세경의 사랑을 존중해 지훈과 행복하기를 바라는 준혁을 그린다면 정말 80년대 신파를 넘어서는 극단의 극치일 수밖에는 없겠지요. 그렇기에 준혁에게 남겨진 것은 둘 중 하나의 선택 외에는 없습니다.

현경을 비롯한 가족들의 시선도 문제입니다. 이미 지훈과 정음이 이별을 하는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에 현경과 보석에게 지훈이 세경을 좋아한다는 선언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됩니다. 지훈이라는 캐릭터가 원래 그랬다면 모를까 갑작스럽게 변하는 지훈에게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모르는 가족들의 문제는 해결할 수 없는 선택일 뿐입니다. 정음도 탐탁지 않은데 가사 도우미로 일하던 세경을 만족해할 현경이나 가족들이 아니지요.

가장 중요한건 세경입니다. 자신의 꿈을 위해 한발씩 나아가고 있는 세경이 정음과 사랑하는 사이임을 알고 있는 지훈에게 갑자기 안기며 사랑을 갈구할 수도 없습니다. 그동안 보여주었던 세경이라는 캐릭터가 이를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보다 중요한 건 순재네 집에 영원히 갇혀 자신의 꿈과 이상과는 상관없이 지훈의 사랑에 목을 멜 정도의 세경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제작진이 꺼내든 이민은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선택일 것입니다. 도저히 돌파구를 찾을 수 없는 현실에서 세경과 신애가 극적인 반전을 할 수 있는 것은 전혀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결코 쉬운 일도 아니며 그것만이 답은 아니겠지만 현실의 두터운 벽을 실감하는 세경에게 이민은 새로운 시작이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자유롭게 일하고 공부하고 자신의 꿈을 실현해나가는 과정이 그동안 <지붕킥>이 이야기해왔던 가치와도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순재네 집에서 지훈과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결혼을 하고 대학도 가고 하는 삶이 해피엔딩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자신의 삶을 개척하기 보다는 안정된 남자에게 편승해 살아가는 삶이 세경이 원하는 삶일지는 모르겠지만 시청자들이 원하는 결과는 아닐 것입니다.

4. 마지막 반전을 위한 선택이 아쉽다

결국 지훈의 마지막 한마디는 준혁이 정음의 상황을 모두 이야기해주는 계기가 될 듯합니다. 이를 통해 정음에게 다가가는 지훈의 모습이 그들의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습니다. 지훈과 세경이 그렇게 잘 먹고 잘살았다는 형식은 손발이 오그라드는 설정이 아닐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열심히 설정해왔던 캐릭터들이 모두 사라져버리고 현실을 망각한 결론으로 치닫는다면, 그동안 <지붕킥>은  파도치는 바닷가에서 모래성을 짓고 있었던 것과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예상 가능한 결과를 위한 설정으로 주말 동안 시청자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선사하는 제작진들은 마지막까지 <지붕킥>에 대한 시청을 강요하기 위한 고육지책일지는 모르겠지만 최악의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어떤 결론으로 이르든 이런 식의 설정은 그동안 만들어왔던 완성도와는 상관없이 마지막까지 채널만을 유지시키기 위한 어설픈 편집의 결과일 수밖에는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정음의 이별 이유를 끝까지 감쳐둘 가능성은 없습니다. 세경을 사랑하는 준혁이 알고 있는 정음의 상황은 세경에게 다가가는 지훈으로 인해 밝혀질 수밖에는 없고, 다시 정음에게 달려가는 지훈의 모습을 그린다면 뻔한 과정의 답습이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마지막까지 <지붕킥>에 대한 관심을 이끌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완성도를 떨어트리고 있는 극의 흐름과 편집 기교의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에피소드였습니다.


<지붕킥>이 인기가 많은 만큼 사랑도 넘치는 듯합니다. 각자의 주관적인 생각들이 있고 마무리에 대한 기대도 다를 수밖에는 없다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와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설득력있는 완성도를 갖추느냐가 중요하겠지요.

어제 방송된 121회는 다양한 가능성을 남겨 둔 다음 주 마지막 5회를 위한 낚시에 불과했습니다. 의도적으로 마지막 5회의 시청률을 위한 그들의 기교가 개인적으로는 아쉽게 다가왔습니다. 성장에는 고통이 따를 수밖에는 없는 것이고, 그런 아픔들을 이겨내고서야 비로소 성장하는게 인간이지요. 그런 측면에서 그동안 그들이 설정해둔 사랑이라는 틀들은 많은 은유들을 담고 있었기에 어떤 결론으로 맺음을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도를 가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극단적인 댓글들이 많아 일일이 답하지는 못할 듯합니다. 각자의 의견들이 자연스럽게 나뉘며 소통이 가능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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