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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지붕 뚫고 하이킥 73회, 변진섭이 아닌 지훈의 '정음 희망사항'은 유쾌한 사랑고백이었다

by 자이미 2009.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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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방송된 <지붕 뚫고 하이킥(이하 지붕킥)> 73회에서는 지훈의 마음이 정음에게 전달되는 에피소드였습니다. 시청자들간 세경과 정음을 두고 설왕설래가 심한 상황에서 정음을 극도로 싫어하는 이들과 옹호할 수있는 이들의 입장을 등장인물의 시각에서 적절하게 잘 표현해주었습니다.

맛있는 보면 춤도 추고, 가끔 화장실 문도 열어놓고 볼일 보는 여자

오늘 방송된 73회에서는 정음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시각차가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자옥이 바라보는 정음과 지훈이 바라보는 시각으로 극명하게 달라진 그들의 온도차는 실제 시청자들이 느끼는 감정선과도 맞닿아 있어 많은 것들을 시사해주었습니다.
치료차 지훈이 있는 병원에 들른 순재와 자옥은 우연히 지훈을 보게 됩니다. 그렇게 지훈을 보게된 자옥은 순재에게 아들에 대한 칭찬이 이어집니다. 나아가 중매를 하겠다고 나서는 자옥은 식사중인 식구들에게 지훈이에게 중매를 하려한다는 말을 합니다.

이미 지훈과 정음이 만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는 식구들 앞에서 정음을 깍아내리는 말을 늘어놓는 자옥의 모습은 얄미울 정도였습니다. "키도 크도 훈남이라며" 칭찬이 늘어지는 상황에서 줄리엔은 장난스럽게 "그렇다면 정음이 소개시켜주세요?"라고 합니다.

이말을 듣고 어이없어 웃는 자옥과 당연히 기분 나쁠 수밖에 없는 정음의 감정 싸움을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알고보니 그 멋진 훈남 의사가 지훈이라는 것을 알고 부터 은근히 신경쓰이는 정음은 애써 태연한척 하지만 싱숭생숭한건 어쩔 수없습니다.

첫키스 이후 자주 만나기는 하지만 그게 사랑인지 명확하게 구분짓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자옥때문에 더욱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누구나 알고 있는 문제들로 지훈을 마음에 담고 있으면서도 쉽게 말하지 못하고 있는 그녀에게 자옥의 한마디 한마디는 비수와 다를바 없었지요.

괜히 공부만 하는 남자는 잘못해 여우같은 여자 만난다는 자옥의 말은 전형적인 어른들의 여성에 대한 편견이 낳은 일반화된 시각입니다. 여기에 추임새를 넣어 지훈의 마음을 떠보려는 인나의 말들도 정음에게는 쓰라리게 들릴 뿐입니다. 나이든 어른의 시각에서보면 서운대를 다니며 소비관념이 아직은 희박해 절제하며 계획적인 소비를 하지 못하는 정음이 탐탁해 보일리가 없습니다.

정음으로서는 사회가 부여한 차별적인 성(姓)관계나 사회가 기준으로 삼는 학벌 집안 모든 것을 따져봐도 약자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현재의 모습을 자신의 생각처럼 사귀는 단계라 확신할 수없는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애둘러 의사 선생과 사귀는 사이라고 떠들고 다니는 이들도 있겠지만 의외로 자존감이 높은 정음은 자기 확신이 서지 않는한 그런 무모한 일을 벌이지도 못하지요.

그런 정음을 보는 인나로서는 안타깝기만 하지요. 키스후 둘이 붙어다니면 사귀는거지 뭐냐라는 인나의 말이 요즘의 남녀관계의 모습을 비교해봐도 당연함에도 애써 부정하는 정음의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태연한 척은 하지만 내심 지훈이 거절하기를 바라는 정음앞에 자옥이 내민 사진은 아찔하게 만듭니다. 송혜교의 얼굴에 집안좋고 직업좋은 그녀가 자신의 상대라는 것은 절망스러울 뿐이지요. 그렇다고 나서서 지훈에게 소개팅하지 말라고, 우리 자신과 사귀는것 아니냐고 대들만도 하지만 그마저도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 생각하는 정음으로서는 힘든 상황이 아닐 수없습니다.

자신의 마음은 이미 지훈이 들어와 있는데 그렇다고 지훈에게 들이댈만큼 뻔뻔하지도 못하고, 영악하게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그에게 달라붙지도 못하는 정음은 힘겹기만 합니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정음에게 함께 병원에 가자는 자옥. 물론 정음이 장난처럼 던진 말이 씨가되어 넘어져 발목을 다쳤으니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어쩔 수없이 함께 병원에 들른 정음은 정말 치욕스러운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정음같은 여자가 좋다는 지훈의 친구에게 여자보는 눈이 너무 어리다며 면박을 줍니다. "정음이 같은 얼굴은 이목구비가 커서 화려해 보이지만 금방 질린다"는 말을 하곤 당황해하는 정음에게 "미안 말을 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네"라며 웃는 자옥이 모습은 얄밉기만 합니다.

그래도 화려한 여자가 좋다는 말에 "여자 사치하는거 좋아하면 남자 등꼴 빼먹어, 애만해도 방세도 재때 못내는 주제에 카드 영수증 집으로 날라오는것 보면은..못써 그런 여자애" 이런 말에 화를 내는 정음에게 "예를 들자면 그렇다는 거지"라며 웃는 자옥의 모습은 무섭기까지 합니다.

극도로 민감한 상황에서 지훈은 정말 그러냐고 묻고 화가난 정음은 그렇다고 댓구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렇게 생긴 애들이 성질도 까칠하다"며 기름을 붓습니다. 더이상 듣지 못하고 밖으로 나가는 정음의 뒤에서 "저봐 엄청 까칠하잖아"라는 자옥의 모습은 자기 자식과는 달리 남의 자식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전형적인 동네 아주머니의 모습이었습니다.

오늘 보여진 자옥의 전형적인 모습은 이미 어제 방송된 보석의 이미지와도 비슷한 측면들이 있습니다. 착하지만 선한 행동이 부르는 악행은 민폐의 극치일 수밖에 없듯, 선한 웃음으로 대놓고 타인을 흉보는 자옥의 모습은 그 어떤 이들보다도 지독한 모습이 아닐 수없었습니다.

만약 엄마의 마음이었다면 정음에게 직접 타이르거나 바뀔 수있는 행동들을 강제했어야 하지만 타인의 입장에서 관조만 하는 그녀는 이런식으로 정음을 폄하함으로서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옹졸함을 보였습니다.

밖으로 나온 정음은 자옥에게 이야기합니다. "자신에게 악감정이 있느냐며 왜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그렇게 이야기하냐"는 말에 "말을 하다보니 그랬지..기분 상했니?"라고 묻는 자옥은 정음을 골탕먹이기 위해 작정한 사람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틀린말은 안했다는 자옥의 말에 화가나 먼저 집으로 간 정음은 잠든 자옥에게 복수의 화폭을 그려넣습니다.

완전범죄를 꿈꾼 정음이지만 잠에서 깬 자옥에 의해 바로 응징을 당한 정음은 도저히 분이 풀리지 않습니다. 혼란스런 상황에서 아버지의 심부름을 온 지훈은 자옥에게 자신의 이상형을 이야기합니다.

"일단 눈썹은 찐했으면 좋겠구요. 얼굴에는 주근깨가 많았으면 좋겠고, 맛있는거 앞에서는 춤도 막추고, 화장실 문열어놓고 가끔 볼일도 보고, 술은 약한데 술먹는걸 좋아해서 한번 먹으면 떡실신은 기본이고. 열받으면 남의 차 막차고...아 그래도 책임감은 있는 그런 여자였으면 좋겠는데요"는 지훈의 말에 "세상에 그런여자가 어디에 있어"라며 놀라는 자옥. "없나요. 있으면 난 그런여자에게 끌릴것 같은데"라며 마무리합니다.

지훈의 '지붕킥' 최고의 로맨틱 대사는 마치 80년대 말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변진섭의 '희망사항'을 듣는 듯 했습니다.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자. 밥을 많이 먹어도 배 안나오는 여자. 내 애기가 재미없어도 웃어주는 여자 난 그러여자가 좋더라. 머리에 무스를 바르지 않아도 윤기가 흐르는 여자 내 고요한 눈빛을 보면서 시력을 맞추는 여자..."

라는 가사의 이 노래는 당시 젊은이들이 바라보는 여성상을 대변하며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곡이었지요. 마치 변진섭의 노래를 '이지훈의 희망사항'으로 개사한 듯한 이 멋진 사랑 고백은 달콤함을 넘어서는 정음에게 딱맞는 4차원적인 사랑고백이 아닐 수없었습니다.

참 멋진 비유와 의미있는 고백들은 '지붕킥'을 더욱 값지게 만드는 요소들이 아닐 수없지요. 사랑이란 어쩌면 제 3자가 보면 절대 이해할 수없는 것일 듯 합니다. 어른들의 눈에 가장 최악의 조건을 가진 정음이 당사자인 지훈에게는 최고의 조건이라는 것. 바로 이런게 사랑의 본질이기도 하지요.

중간 중간 보였던 정음과 지훈의 감정싸움 장면에서 보여준 짧지만 정교하고 세심한 감정처리는 극을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습니다. 병원에서 소개팅이야기에 끼어들어 "시간없는데 소개팅이 가능하겠냐"며 애둘러 방어진을 치는 정음에게, 웃으며 골탕먹이듯 "맘에 드니 한번 생각해봐야겠다"며 웃는 지훈의 모습들은 그들의 현재의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준 장면들이었습니다.

정음은 사랑앞에서 스스로 자신감을 잃은채 수동적으로 변해버린 상황이고, 그런 정음의 모습마저도 사랑스러운 지훈은 어찌보면 연애에 대해서도 고단자임이 분명합니다. 끌고 당기는게 능한 지훈의 모습에 정음은 그저 어린아이에 불과해지니 말이지요.

통상 어른들은 젊은이들이 어떤 삶을 살고 무엇을 우선 순위에 두고 살아가는지에는 관심이 없어보입니다. 다만 외형적으로 보여지는 지표들을 가치의 기준으로 삼아 그 사람을 판단하는게 바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른말씀이 틀린말 없다"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의 진정성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때론 경험이 진보를 막는 경우들도 있음을 우린 알고 있지요. 모든 가치를 일반론화시켜 작위적이며 자신에게 편리한 논리로 바꿔 말하는 어른의 시각이 오늘 고스란히 자옥의 입을 통해 전달되었습니다.

이제 지훈과 정음의 본격적인 사랑이 시작되겠지요. 만남이 잦아지며 더욱 불안하기만 했던 정음이 지훈의 멋진 사랑고백으로 편안하면서도 이쁜 사랑을 만들어 나갈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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