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있지만 정말 사랑한다면 그 결과는 행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유한과 무한의 차이는 그 이후의 문제이겠지만 그 간절했던 사랑의 가치는 그렇게 조금씩 서로의 마음을 하나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니 말이다. 상남자인 화신이 우직한 나리에게 진심을 전하는 방식은 투박하지만 떨린다. 그게 화신이니 말이다.
라면 먹고 갈래;
웃는 나리에 싸우자는 화신, 솔직한 감정을 사랑의 기준이라는 질투의 화신
사랑은 어느 순간 라면과 한 몸이 되었다. 영화 <봄날은 간다>로 인해 만들어진 감성이다. 허진호 감독의 감각이 강렬하게 뭉쳐진 이 영화 속 은수와 상우의 사랑은 '사랑'이란 가치를 곱씹어 보게 한다. 그 과정에서 "라면 먹고 갈래"는 이제는 하나의 유행어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질투의 화신>의 정점일 수밖에 없는 화신과 나리의 사랑이 완성되어가는 과정에서도 라면이 등장했다. 떨어지고 싶지 않은 화신은 나리에게 밤새 놀자고 보채고, 그런 그녀를 위해 닫힌 식당에서 라면을 끓여준다. 처음이냐는 말과 자주 끓여봤다는 말 사이. 그럼에도 누군가를 위한 라면은 나리가 처음이라는 화신의 발언은 '꾼' 수준의 달달함이다.
라면 하나를 나눠 먹는 행위가 이렇게 달달함과 그 이후의 특별함까지 담을 수 있었던 것은 역시나 <봄날은 간다>의 잔상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 던 상우와 사랑은 움직인다는 은수(영화 속에서 유사한 대화가 나왔던)처럼 여전히 그 잔상 속 파장은 사랑이라는 가치를 증명해주고는 한다.
서울시장 선거 방송을 하게 된 나리는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눈을 감고도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할 수 있도록 연습도 열심히 했다. 다행스럽게도 나리의 이런 노력을 자영은 보고 있었다. 일반인들의 노력은 누군가 특히 그의 앞날을 책임질 수 있는 상사가 보기 어려운데 우리 주인공들은 이런 호사도 누린다.
완벽한 준비를 하고 방송을 시작하지만 나리는 위기에 처한다. 부조정실에서 CG 작업 오류가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보여 지는 자료를 가지고 진행을 해야 하는 아나운서들로서는 참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노련함의 차이로 화신은 바로 문제를 확인하고 수정하지만 나리에게는 아직 어려운 일이다.
시스템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지 못하는 나리로서는 우왕좌왕 할 수밖에는 없으니 말이다. 나리의 문제가 아닌 부조정실의 실수였지만 최종적으로 시청자가 바라보는 시선에서는 모든 것이 엉성한 나리의 잘못으로 치부될 수밖에 없다. 그게 아나운서의 운명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사장까지 직접 전화를 걸어 분노하고 자칫 아침 방송 자리까지 빼앗길 수도 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화신은 나리를 구하기 위해 결정을 했다. 이 상황에서 나리가 최악의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2부는 혜원과 함께 진행하는 것으로 말이다. 왜 화신이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를 하면서도 서운한 것은 사실이다. 자신이 2부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시 선택은 다시 화신의 처신으로 비하된다. 과거 형을 궁지로 몰아넣었던 보도에 이어 자신의 여자 친구마저 실수했다고 빼버리는 화신의 냉정함에 비난이 가해졌기 때문이다. 화신의 행동은 모두 사랑이라는 기본 가치가 작동해서 벌어진 결정이었다. 하지만 타인이 보기에는 그 차가움이 문제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다.
자신의 행동에 분노하지 않고 웃기만 하는 나리에게 "싸우자"라고 제안하는 화신. 그런 이 남자의 진심을 나리도 알고 있지만 자신이 잘 할 것이라는 믿음은 왜 가지지 못했냐는 의문이 든다. 그저 나리를 과보호하는 것이 사랑이라 생각하는 정원에게는 화신의 이런 행동이 이해할 수는 없다.
화신을 너무 잘 아는 나리는 웃었다. 화를 내면 그게 트집이 되고 싸우는 이유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나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사랑을 지키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 만의 방법으로 사랑을 지키려는 나리와 화신은 다르다. 그래서 둘은 더 뜨거울 수밖에 없다. 그게 사랑이니 말이다.
라면을 먹으며 프러포즈를 하는 화신과 이 뜬금없는 제안에 당황하는 나리의 모습 속에서 극적인 사랑은 완성형으로 향해가기 시작했다. 이 제멋대로인 듯한 이들의 사랑은 라면을 앞에 두고 진지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특별한 형식의 프러포즈는 아니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가슴 뛰게 만드는 것이 또 사랑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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