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에도 강포수와 천둥은 존재하는 것일까?
김대감은 천둥이 자신의 친자식임을 알게 되면서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차라리 알지 않았다면 좋았을 비밀은 그를 힘겹게 만들 뿐이지요. 이미 알게 된 사실을 숨길 수도 없는 법 그는 귀동에게 상황을 듣고는 천둥에게는 사실을 알리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귀동은 나의 귀한 자식이라며 그를 품습니다.
되돌리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린 상황에서 천둥과 귀동의 삶을 다시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다 한들 달라질 것은 전혀 없습니다. 가장 현명한 방법을 택한 김대감으로서는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은 상황이 황당하고 답답하기만 합니다. 귀동이 비록 자신의 친자식은 아니지만 키운 정을 무시할 수도 없습니다.
외면하고 싶지만 보면 볼수록 자신을 닮은 듯한 천둥 역시 모른 척 하고 살 수 없는 천륜입니다. 그의 이 혼란과 고통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깊어질 수밖에는 없고 그런 힘겨움은 천둥이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극적인 변화를 가지게 되겠지요.
천둥에게 사실을 말할 수는 없지만 자신이 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들은 모두 해주고 싶은 김대감은 천둥과 동녀가 부부의 연을 맺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천출의 자식에서 이제는 양반의 피를 이어받았음을 알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동녀의 마음이 바뀌기는 쉽지 않습니다.
오랜 세월 구걸하며 살아왔던 천둥보다는 양반가의 자식으로 잘 자란 귀동에게 마음이 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니 말이지요. 철저한 현실주의자이면서 자신의 안위에만 민감한 동녀가 과연 천둥과 어떤 식의 인연으로 연인이 된다는 이야기인지 알 수 없지만 현재까지 보여준 그녀의 모습은 결코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힘든 모습일 뿐이네요.
아래적에 대한 포청의 수사는 가속화되고 그들에게 돈을 받은 이들을 무조건 잡아들여 아래적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아래적이 노출되기 시작합니다. 위기 상황은 좀 더 신중해야 할 순간 조급한 선택을 하게하고 강포수는 은밀하게 진행되는 뇌물을 강탈하는 작전을 수행하게 됩니다.
모든 일이 완수되었다고 생각되는 순간 강포수는 부패 할대로 부패한 공포교의 총에 의해 부상을 입게 됩니다. <추노>에서는 의로운 총을 쏘던 공포교가 <짝패>에서는 부패의 총을 쏘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 시청자 입장에서는 아이러니한 재미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강포수의 부상은 자연스럽게 천둥의 운명을 바꿔 놓게 되고 <짝패>역시 긴 시간동안 공들인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이자 <짝패>가 시청자들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의 시작은 21회 부터라고 봐도 좋을 듯합니다.
갖바치 노인과 천둥의 대화를 보면 과거나 현재나 비슷한 상황에 유사한 선택을 하는 이들은 언제나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합니다. 관료들의 부패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심지어 그러기 위해서 공부해 높은 자리에 앉는 것은 아니냐는 갖바치 노인의 말은 익숙하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잘못을 당연시하고 이런 삶에 순응하고 길들여지는 것이 올바른 행동이라 여기는 이들은 자신이 권력을 쥐는 순간 그 모든 악행을 당연하게 여기게 됩니다. 그렇기에 강포수가 천둥에게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나왔듯 관료들 뿐 아니라 위아래 할 것 없이 모두 사리사욕에 빠져 살 수밖에는 없을 겁니다.
평생을 구걸만 하고 남의 물건을 훔치고 살았던 장꼭지가 처음으로 나눔거사를 마치고 느꼈던 소회를 천둥에게 해주는 대목에서 조금은 작위적인 감동이기는 하지만 감동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실제 나눔을 실천해보면 그 나눔이란 게 얼마나 값지고 행복한 것인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큰게 아니더라도 자신이 가진 것을 힘든 이에게 나눠주는 행위만큼 값진 일이 없다는 것. 그것을 깨닫고 아래적이 된 자신을 뿌듯하게 생각하는 장꼭지의 모습은 천둥에게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20회 가장 중요한 화두는 천둥이 제기한 미쳐버린 사회에 잘못을 지적하는 일에 강포수가 나서야 하느냐는 질문이었을 듯합니다. 여전히 아래적이 되어 민심을 흉흉하게 하는 강포수나 달이를 이해하기 힘들어 하는 천둥이 강포수를 찾아 나누던 대화 속에 <짝패>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이 모두 담겨 있었습니다.
"섶을 지고 불로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불을 메고 망루에 오르려는 일이다"
강포수와 천둥의 대화는 2011년을 사는 우리 역시 동일한 반문을 하게 합니다. 관료들의 부정부패만이 아니라 서민들마저 저마다 사리사욕에 빠져 있는 세상은 과거나 지금이나 다른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마치 과거를 통해 현재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듯 너무나 닮아 있는 문제들은 권력을 가진 이들의 습성이 그러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기도 합니다.
모두들 서로의 눈치를 보고 잘못된 세상에 불만을 가지고 있지만 서슬 퍼런 그들에게 맞서 싸울 수 있는 용기는 쉽지 않습니다. 누군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망루에 올라 많은 이들에게 잘못을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바꿀 수 있도록 요구하는 이들은 분명 필요합니다.
그런 행동들이 영웅을 꿈꾸는 모습으로 보여 질지는 모르지만 누군가는 그 망루에 올라가 죽음을 불사하고 많은 이들에게 깨달음을 전달해야만 한다는 것은 진리입니다. 그 누군가는 부패한 권력에 맞서 싸우자고 외쳐야 하고 같은 뜻을 가진 이들을 규합하고 그들에게 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존재는 필요한 법입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프로메테우스처럼 인간에게 불을 전해주고 신의 노여움을 받아 독수리에게 간을 뜯기는 형벌을 받더라도 권력을 가진 소수에게 집중된 힘을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중요합니다. 프로메테우스의 부인이 된 판도라. 그녀가 가져온 상자를 열어 세상의 모든 혼란이 일어났지만 가장 마지막에 희망이 존재하고 있었듯, 강포수의 선택은 판도라 상자를 열어 숨죽이고 있던 세상을 요동치게 만들었습니다. 그 혼란의 끝에는 남겨진 희망이 있음을 믿고 있는 그의 모습은 우리 시대에도 간절하게 바라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세상을 이롭게 만들어야만 하는 정치인들마저 한통속이 되어 썩어 버린 세상에 강력한 매스를 들고 환부를 도려낼 용기 있는 이는 과연 존재할까요? 조선 말기 어지러운 세상에 불을 메고 망루에 오르고자 했던 강포수처럼 부패가 만연하고 빈부의 격차가 극대화되는 세상에 망루에 올라서 대중들에게 희망을 전해줄 영웅은 과연 존재하는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짝패>는 최악의 상황에서 천둥이 스스로의 깨달음으로 강포수의 뒤를 이어 아래적의 새로운 두령이 되면서부터 본격적인 활력을 찾을 것으로 보입니다. 부패가 만연하고 일상이 되어버린 세상에 천둥이 들고 온 햇불은 과연 민중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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