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불륜을 저지른 여자와 동거를 시작한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이렇게 극적이며 재미있게 펼칠 수 있다는 것은 놀랍습니다. 박 정부가 말장난하듯 던지는 '창조경제'를 떠 올리게 하는 창조적 변신은 출연진 개인들의 코믹한 캐릭터가 만드는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흥미롭고 재미있게 이끄는 작가와 탁월한 능력을 가진 배우들의 힘입니다.
김혜자와 장미희 경이롭다;
통속을 통속적이지 않게 만드는 드라마의 힘, 나말련의 몰락은 이제 시작되었다
마리를 사이에 둔 삼각관계는 탄력을 받기 시작했고, 죽었다고 믿었던 철희는 기억을 더듬으며 순옥의 집 근처를 배회하기 시작합니다. 잘 나가단 아나운서 현정은 밀리는 현실에 점점 힘겨워지기만 합니다. 현숙을 대학 보내려는 구민은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고 있고, 안종미는 함께 간 이문학에 한 눈에 반하며 뜻하지 않은 또 다른 삼각관계를 만들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검도 사범인 이루오는 명상 음악을 틀며 마리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고 있었지만, 결과는 엉뚱한 상황으로 이어지게 만들었습니다. 마리가 상담을 하는 음성 파일이 만천하에 공개되었고, 재미있게도 이루오는 그 대상이 자신이 아니라 녹음 중 나온 남자라고 착각하고 맙니다.
좋아하는 마음이 앞서 마리가 상담하려 녹음한 파일의 주인공이 자신일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하는 이루오는 보다 적극적으로 마리의 마음을 빼앗기 위해 노력합니다. 골목길에서 루오의 넥타이를 메주는 장면은 로맨틱함을 제대로 살린 장면이었습니다. 매너 다리를 하다, 그것도 모자라 마리를 번쩍 안아 앉히는 루오의 이 작은 행동은 다시 한 번 마리의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이 설렘 가득한 장면에 "생각해봤는데 말이죠"라는 말에 "생각해봤는데 마리요?"라는 대사는 마리가 현재 어떤 마음을 담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사의 힘이었습니다. 문제는 루오가 착각하고 충고한답시고 한 발언은 스스로 마리에게 자신에게 멀어지라고 경고한 것과 다름없었습니다. 이 안타까운 상황은 마리를 둘러싼 삼각관계가 앞으로도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를 예고한다는 점에서 반갑기만 했습니다.
한때는 잘 나가던 아나운서였지만 이제는 세월에 밀려 뒷방 늙은이 같은 존재로 전락해버린 현정은 이문학 대표의 제안이 자꾸 떠오르기만 합니다. 1년 휴직을 하고 자신과 일해보자는 제안은 솔깃해질 수밖에 없는 방송국에서의 현실은 너무 초라하기 때문입니다.
배당된 방송도 없고, 신입 아나운서나 하는 예고편 방송 더빙을 하는 신세가 되어버린 현정은 모든 것이 답답하고 힘겹기만 합니다. 당연하게도 이런 상황은 다른 돌파구를 생각하게 하고 그 대상은 솔깃한 제안을 해준 이문학이었습니다. 이문한과 만난 현숙이 털어놓은 언니 현정과의 에피소드는 이문학이 그녀를 더욱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다가옵니다.
고교시절 폐품을 가져오라는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레이프 가렛이 표지모델로 나온 음악 잡지와 일기장 중 하나를 버리라 강요하는 나말련으로 인해 하염없이 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울고 있는 동생을 보며 언니인 현정이 선택한 것은 일기장을 찾아주는 것이었습니다.
폐지가 가득한 학교에 찾아가 동생을 위해 일기장을 찾아주는 언니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비록 따뜻한 말을 건네고 품어주는 언니는 아니었지만 진정으로 마음 속 깊은 곳에 사랑이라는 감정이 가득한 인물이었습니다. 티격태격하다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도 언니가 그토록 동생의 일기장을 찾아준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공부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던 동생이 좋아하는 것이라고는 라디오 듣기와 일기 쓰는 것이 유이한 낙이었습니다. 그런 동생이 이마저도 못하게 된다면 더욱 큰 상실감에 망가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현숙을 통해 현정이 어떤 인물인지를 알게 된 이문학이 그녀에 대한 사랑을 더욱 키우게 되는 것은 당연할 듯합니다.
현숙을 도와주려 면담을 하던 이문학과 이두진은 분노하게 만드는 그 여교사가 바로 나현애라는 사실은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처음부터 나현애를 달갑지 않게 여겼던 이문학은 당연하게 받아들였고, 비록 새엄마이기는 하지만 어머니인 그녀가 증오스러운 교사였다는 사실이 충격이었습니다. 현숙이 "나현애로 개명한 본명 나말련 선생님이십니다"라는 말과 함께 미묘하게 변하는 문학과 두진의 표정 변화는 왜 이드라마가 잘 될 수밖에 없는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미묘한 감정 변화를 능숙하게 해주는 배우들의 힘이 이 드라마에는 존재했습니다.
마리의 스펙에 반해 안국동 강 선생의 클래스에 들어간 나현애는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그곳이 바로 자신이 증오하던 현숙의 집이고, 마리가 바로 그녀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그녀가 돌변하는 모습은 안 봐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 물욕만 가득한 그녀를 압박하는 이문학과 그저 착한 아들로 남고 싶었던 두진마저 변하기 시작하면서 나현애의 위기는 보다 구체적으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게 될 것이니 말입니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최고 케미는 마리나 현숙, 현정이 아닌 순옥과 모란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시청자는 없을 듯합니다. 김철희의 아내와 그가 사랑하는 여자 모란. 결코 함께 할 수없는 이들이 한 집에서 살아가는 과정은 그 자체가 하나의 난센스입니다. 김철희가 살아있기는 하지만 그들에게 그는 이미 숨진 사람이라는 점에서 더욱 이 상황은 기묘하게 다가올 뿐입니다.
반지 사건 이후 노골적으로 순옥에게 공격을 감행하던 모란은 해서는 안 되는 도발을 하게 됩니다. 모두가 함께 했던 식사 자리에서 모란은 순옥이 이제는 재혼을 하라는 말을 건넵니다. 물론 의도적인 공격이기도 하지만 모란의 마음에는 진심도 존재했습니다. 평생을 외롭게 살아왔던 그녀는 안국동에서 순옥과 함께 생활하며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인지를 배우고 있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모란의 발언은 순옥에게는 치욕과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아침 산책길에 순옥은 모란에게 거칠게 그 문제에 대해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이 사랑했던 남편이었고, 그런 남편이 바람이 나서 다른 여자에게 간 상황에서도 민망할까봐 찾는 것을 서두르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사망하며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지만 여전히 남편을 사랑하는 자신에게 재혼을 하라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고 따지는 순옥은 무서울 정도였습니다.
진지한 대화의 끝에 갑작스럽게 침대 이야기를 꺼내며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꾸짖자, 모란은 설움이 복받치듯 올라왔습니다. 후처였던 어머니와 함께 살아야 했던 어린 시절 모란은 힘겹기만 했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가정교육이라는 단어는 큰 상처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다른 발언들에는 그저 시무룩할 뿐 격한 감정을 보이지 않던 모란이 자신의 과거에 대해 눈물까지 흘리는 모습은 순옥을 오히려 미안하게 만들었습니다.
친 언니 같아서 좋기만 했다며, 공원 입구에서 셀카봉까지 사가져 왔다며 우는 모란은 미워할 수 없는 존재였습니다. 그런 모란의 마음을 챙기며 함께 사진을 찍자는 순옥 역시 세상에 그런 여자는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착하기만 했습니다. 방금 전까지 설전을 벌이던 두 여자가 함께 웃으며 셀카봉으로 사진을 찍는 이 장면은 <착하지 않은 여자들>을 완벽하게 설명해주는 특별한 장면이었습니다.
모란이 우연하게 본 철희에게 이름을 묻는 장면에서 이들의 조우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예고합니다. 새롭게 시작될 수밖에 없는 이들의 운명적 재회에 다시 한 번 울 수밖에 없는 순옥과 철없는 철희의 방종이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도 궁금해집니다. 드라마 사상 최강의 여여 커플이 될 김혜자와 장미희의 내공이 가득 실린 연기 궁합은 역시 최고였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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