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름의 고민 없이 살아가는 이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가 각자의 고민과 감당할 수준의 고통과 함께 동거할 뿐이다. 벨 에포크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고, 까칠하기만 했던 조은이 아이돌에 열광적인 모습을 보이는 또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적당한 거리 두기;
갈등과 이해 그렇게 관계는 형성된다, 상처란 주는 사람은 없고 받은 사람만 있다
말 없던 조은이 달라졌다. 벨 에포크에 살면서 조금씩 사람들과 친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조은의 마음을 완전히 무너트린 것은 엔터 회사에 다니기 시작한 진명 때문이기도 했다. 아이돌 좋아하는 대학생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가 있는 회사를 다니는 진명은 꿈의 직장인이니 말이다.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 조은은 새로운 갈등 앞에 서야 했다. 절친과의 관계가 급격하게 틀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언뜻 보면 남자 같은 조은을 동성임에도 이성에게 느끼는 감정을 가지고 있는 예지는 벨 에포크 동거인들과 부쩍 친해진 그가 싫었다. 그렇게 한바탕 싸운 조은을 맞이한 것은 발가벗은 남자였다.
벨 에포크 임시 관리인으로 온 서장훈은 아버지가 알려준 주소를 잘못 알고 금남의 구역에서 샤워를 하고 나왔다. 발가벗은 장훈과 마주한 조은으로서는 엄청난 트라우마와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난생 처음 목격한 그 광경에 헛구역질을 할 정도로 힘겨운 조은. 그렇게 악연으로 시작된 장훈과 은이의 색다른 관계도 조금씩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별을 했지만 원하지 않은 결별에 종열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는 은재는 사랑앓이를 하고 있다. 처음 만났던 때와 달리 조금은 소원해진 남자에게 실망해 이별을 선언했지만, 그건 그저 화풀이였지 정말 헤어지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종열의 프사에 '이터널 선샤인'이 걸렸다는 사실에 자신 만의 생각에 사로잡힌 은재는 행복했다.
헤어졌지만 자신을 여전히 잊지 못하는 이 남자. 묘한 성취감 같은 느낌이 들었으니 말이다. 피하고 싶었던 개강 파티에 참석한 은재에게는 주변의 소음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저 종열의 이야기만 들릴 뿐이었다. 동기생들은 다 알고 있는 종열과 은재의 관계. 이로 인해 제대로 된 게임도 하지 못하던 그들은 노래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해 보기 위해 열심이다.
종열의 '옛사랑'에 감정이입을 하는 은재는 여전히 그를 좋아하고 있다. 노래 가사 하나하나에 자신의 감정을 담아 해석하는 은재에게는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일이었다. 엇갈린 감정으로 인해 서로를 조심하게 되어버린 은재와 종열에게는 이 모든 것이 힘들기만 하다. 극복하기에는 경험이 부족하고, 이를 털어내고 이겨내기에는 용기도 아쉬웠다.
기절한 순간 갑작스럽게 떠오른 과거의 기억. 그 기억 속의 친구 문효진을 찾던 지원은 초등학교 친구 결혼식에 참석해 작은 정보를 얻게 된다. 초등학교 친구들의 작은 것들까지 모두 기억하던 친구조차 알지 못하던 문효진을 신부인 친구는 알고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함께 학교를 다녔던 문효진은 미술 선생님에게 이상한 그림을 그렸다는 소문이 있었다고 했다. 그 그림의 정체가 뭔지 알 수는 없다. 3학년 여름 방학 끝나고 전학 간 친구. 과연 지원은 그 친구와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그 그림에는 뭐가 담겨져 있었을까? 지원이 미치도록 성에 집착하게 만든 이유가 밝혀질 수도 있어 보인다.
데이트 폭력으로 휴학까지 해야만 했던 예은은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공대생 권호창과의 만남에서 위안을 찾기 시작했다. 첫 만남은 유쾌할 수는 없었다. 남자가 두렵기만 한 예은의 손을 잡고 커피숍을 나선 이 남자에게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했기 때문이다.
호창이 예은을 데리고 나간 것은 자신의 기억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심한 왕따를 당했던 호창은 누구보다 피해자의 심정을 잘 알고 있다. 간만에 만난 친구가 아무런 생각없이 던지는 질문들은 예은에게는 지독한 상처였다. 그들의 의도하지 않은 공격들로 힘겨워하는 예은을 호창은 구하고 싶었다.
용기 낼 수 없었던 예은은 그렇게 조금씩 세상과 다시 가까워지려 노력했다. 자신을 옥죄던 것들을 집어 던지고 항상 같은 곳에 있는 호창을 찾아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친해질 수 있을까? 두려움을 이겨내기 힘들어하던 예은이 용기를 낸 것은 스스로 지독한 트라우마를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예은은 스스로도 이제 그 지독한 고통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려주던 하메들에게 이제는 스스로 혼자 다닐 수 있다고 선언했지만, 사실은 달랐다. 굳은 마음과 달리, 홀로 던져진 그 공간에서 예은은 극심한 공포에 시달릴 수밖에는 없었다. 몸이 반응하는 그 공포는 쉽게 사라질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상처란 게 준 사람은 없는데 받은 사람만 있다" 가해자는 쉽게 잊지만 피해자는 평생의 상처로 가슴에 품고 살아갈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데이트 폭력은 그저 드라마나 영화, 소설의 소재가 아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수시로 일어나고 반복되는 일들이다. 다수가 남자가 가해자가 되기도 하지만, 그 폭력의 주도적 인물은 사회적 권력 관계가 좌우할 뿐이니 말이다.
진명은 지독할 정도로 노력해 현재의 자리까지 올라왔다. 선배는 그 모든 문화와 환경에 비판적이지만 진명은 그런 자리에 자신이 있다는 사실이 반갑기만 했다. 너무 간절하게 바라왔던 꿈이 이뤄진 것이니 말이다. 회식을 하고 일상의 답답함이 지독할 정도로 열망했던 취업에 대한 결과와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진명의 위치는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편의점 알바를 했던 진명은 누구보다 그 절박함을 잘 알고 있다. 직장인이 되어 찾은 편의점에서 자신을 보는 알바생의 모습은 얼마 전 진명이기도 했다. 진명은 여전히 적당한 거리 두기를 하고 있다.
선배가 친해지기 위해 다양한 행동들을 하지만 진명은 애써 외면을 한다. 그 감정에 동조하는 순간 진명은 상대와 동일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일상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무너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진명은 여전히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그 거리가 무너지는 순간 자신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진명의 마음에 공감이 갈 수밖에 없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삶이 척박하기 때문일 것이다.
거리에서 매일 1인 시위를 하는 남자. 그 남자를 외면하던 진명이 잠깐이지만 그를 바라보는 장면에서 우리를 엿보게 한다. 공감은 하지만 쉽게 동조할 수 없는 현실의 간극. 그 거리감은 우리 모두가 느끼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거리일 뿐이다. 디테일에 강한 <청춘시대>는 그렇게 다시 한 번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왜 많은 이들이 시즌2를 기다렸는지 작가는 잘 보여주고 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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