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자주 문학의 소재로 사용되고는 한다. 언론 자체가 그리고 언론인들은 언제나 좋은 소재가 되기도 한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도 언론인들의 모습은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고는 한다. 그리고 현실 속에서도 공영방송이 같은 날 총파업에 들어갔다. 언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품은 채 말이다.
언론의 역할을 묻다;
사장 역린 건드린 아르곤 팀과 시용 기자의 만남, 총파업 시대 언론을 이야기하다
탐사 보도 프로그램 '아르곤'은 HBC의 간판이다. 그리고 이를 이끄는 김백진 앵커는 시청자들이 존경하는 언론인이기도 하다. 언론이란 무엇인가 증명해내는 '아르곤'은 누구도 관심 가지지 못하는 진실을 보도하는데 최선을 다했다. 모두가 기피하는 진실을 밝히는 '아르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대형 교회 목사의 비리를 보도한 '아르곤'은 HBC 간판에서 계륵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탐사 보도에 나왔던 비리 목사가 바로 HBC 사장의 5촌 이었기 때문이다. 사장의 친척이라는 이유로 진실은 묻히고 이를 보도한 '아르곤' 팀은 시간대도 뒤로 밀린 채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은 존재로 전락했다.
진실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한직으로 쫓겨나듯 밀린 '아르곤' 팀에 시용기자인 이연화가 함께 한다. 부당 해고를 당한 기자를 대신해 시용기자를 방송국은 뽑았다. 노노갈등을 극대화 시키는 사측의 이런 짓은 결국 언론인 길들이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 드라마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실제 상황들이 곳곳에 녹아 들어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윤정 피디가 MBC 출신이라는 점에서 누구보다 붕괴된 MBC를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런 관심은 <아르곤>에 잘 녹아들어 있다. 3명의 신인 작가들이 집단 집필을 하는 과정에서 피디의 역할은 중요할 수밖에는 없다.
<아르곤> 첫 회에서 드러난 이야기들은 MBC에서 벌어진 실제 이야기들이기도 하다. 이유는 조금씩 다르지만 부당 해고를 당한 언론인들. 그리고 그 자리를 대체하기 위해 용병이라 불리는 시용 기자들을 대거 영입했다. 사측은 그렇게 노노갈등을 극대화시키며 분열을 꾀했다.
악랄한 방식으로 언론인의 목을 비틀기에 여념이 없었던 집단이 바로 MBC 사측이다. 자유한국당이 사활을 걸고 지키겠다고 나선 김장겸은 박근혜가 구속된 후 황교안이 알박이 하듯 꽃은 인물이다. 이명박근혜 시절 언론 장악을 이룬 그들에게 김장겸은 바로 부패한 언론의 상징과 같은 존재다.
사장 친척 비리를 탐사 보도했다는 이유로 눈엣가시가 된 '아르곤'팀은 참혹했던 '미드타운' 붕괴 사고를 특집으로 다룬다. 뉴스9에 이어 아리곤이 미드타운 붕괴 사고를 연속으로 다뤄 빼앗긴 특종을 보다 심도 있게 다루겠다는 전략은 당연했다. 사내 기자들끼리 축구를 하다 특종을 놓친 HBC로서는 깊이 있는 기사로 반격에 나서야 했기 때문이다.
HBC 보도국장인 유명호는 특종을 놓친 상황에서 반전을 위해 장관을 통해 그럴 듯한 기사 하나를 낚는다. 현장 소장인 주강호가 건물이 붕괴되자 혼자 도주를 해서 사고가 커졌다는 식의 가짜 뉴스를 보도하며 반전을 꾀하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의 사체가 수습되고 있었지만, 현장 소장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한 방송에서 현장 소장이 범인이라 주장하자 모든 방송은 모두 따라 방송하기에 여념이 없다. 팩트 체크는 없고 따라 쓰는 기사는 그렇게 억울한 희생자를 만들고 말았다. 주 소장 가족을 테러하고 모든 분노를 그에게 쏟아내는 상황에서 '아르곤' 김백진은 달랐다.
사건의 본질을 들여다보고 진실 보도를 하겠다는 그의 의지는 갈등을 극대화 시킬 수밖에 없었다. 뉴스9의 보도를 받아 아르곤에서 심화 방송을 하기로 했지만, 백진은 확인되지 않은 기사를 내보낼 수 없었다. 더욱 잘못된 보도로 인해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 수도 있는 상황에서 거대한 건물 붕괴를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고, 그 모든 원인을 현장소장의 짓으로 몰아가는 행태에 동조할 수 없었다.
자사 보도에 반론을 제기하는 백진의 용감한 행동은 결국 진실을 찾기 위한 과정으로 연결되었다. 보도국장이 악의적으로 만들어낸 가짜뉴스. 그렇게 만들어진 거짓이 진실로 포장되는 상황에서도 백진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자신을 내던졌다. 그 위기 상황에서 진실은 언제나 승자가 되고는 한다. 보도국장이 아르곤 방송 현장을 찾아 회사에서 돈 받고 싶으면 가짜뉴스를 내보내라고 윽박지르는 모습은 처참하다. 언론이 그렇게 망가져 갔으니 말이다.
조직에 속할 수 없는 시용기자인 연화는 겉돌기만 하다 사건의 본질에 들어서기 시작한다. 주 소장 가족을 찾아간 연화는 피해자 가족들에 의해 폭행을 당하는 현장을 휴대폰으로 찍는다. 그리고 주 소장이 미드타운이 잘못 공사 되고 있다고 사측에 문제 재기를 했다는 사실까지 확인한다.
모두가 진실을 외면하는 사이 백진과 연화는 그렇게 진실을 밝혀냈다. 자사 보도에 반론을 제기하는 그 대단한 용기는 진실을 밝히는 역할을 해냈다. 주 소장은 실종자인 양빛나를 살리기 위해 온몸으로 품은 채 사망한 모습으로 발견되었다. 거대한 권력과 맞서 진실 보도를 위해 노력한 '아르곤'은 그렇게 사실을 보도할 수 있게 되었다.
미드타운 붕괴 사고를 보면서 많은 이들은 세월호를 떠올렸을 것이다. 그리고 왜곡 보도하기에 여념이 없던 언론사들의 모습에 우린 그 날의 상황에 다시 절망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정부 당국은 사건의 실체를 감추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모든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도록 언론을 유도했고, 이미 권력의 시녀를 벗어나지 못하는 언론들은 가짜 뉴스를 퍼트리기에 여념이 없었으니 말이다.
세월호 참사를 끈질기게 탐사 보도한 방송사는 JTBC였다. 그리고 이런 언론의 문제는 방송 적폐 청산에 대한 요구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공영방송이 총파업에 나선 것은 이런 모습에서 탈피하기 위함이다. 사측의 압박으로 언론이 언론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더는 참을 수 없었던 그들이 총파업을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니 말이다.
<아르곤>은 적나라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 우리가 지난 9년 동안 잃었던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지 다시 되묻고 있다는 점에서 강렬함으로 다가왔다. 노노갈등을 부추기고, 가짜 뉴스로 호도하는 한심한 언론 암흑기에 대한 처절한 반성이자 분노가 이 드라마에는 가득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김주혁과 천우희라는 배우는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것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왜 많은 이들이 이들에게 연기 찬사를 보내는지 첫 방송이 모든 것을 이야기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언론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무겁기는 하지만 탄탄하고 촘촘한 이야기와 출연자들 모두 뛰어난 연기로 <아르곤>을 완벽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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