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랑과 강호동의 공통점은 먹방이었습니다. 물론 비교 자체가 불가하다는 점에서 추사랑과 윤후의 먹방이 흥미롭지만 최근 새롭게 시작되고, 폐지되는 과정에서 추사랑과 강호동의 먹방은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천하의 강호동이 시작하는 프로그램마다 휘청거리며 연속 폐지를 당하는 상황은 당황스러울 정도입니다.
먹방이 살린 프로그램, 먹방으로 외면 받은 프로그램;
추사랑 먹방에는 환호를 보내고, 강호동의 먹방에는 채널을 돌리는 시청자들
강호동이 야심차게 시작한 프로그램인 <맨발의 친구들>이 폐지되었습니다. 과거 가장 높은 곳에 있었던 강호동을 생각하면 결코 벌어질 수 없는 일들이 2013년 한 해에만 세 번이나 연이어 터졌습니다. 굴욕적인 프로그램 폐지를 지켜보며 많은 이들이 강호동의 몰락을 이야기하는 것은 자연스럽기까지 합니다.
유재석과 함께 10여 년을 국민 MC로 지켜왔던 강호동의 몰락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최정상에 있는 이들은 영원할 수는 없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하기 때문입니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며 그 누구라도 버림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강호동은 2013년 확실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올 한 해에만 <달빛 프린스>와 <무릎팍도사>가 폐지되더니, <맨발의 친구들>까지 폐지되는 초유의 상황에 처한 강호동에게 변화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기존의 강호동으로는 그 무엇도 할 수 없음을 폐지되는 프로그램들이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드러운 이미지도 강한 이미지도 먹히지 않는 강호동에게 출구 전략을 어떻게 세우느냐는 향후 그가 과거의 영화를 곱씹으며 살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도약을 만들지에 대한 중요한 선택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세금 논란으로 인해 잠정 은퇴를 선언했던 강호동은 장고 끝에 방송 복귀를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강호동에게 거의 대부분의 방송사들은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제안했습니다. 행복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던 강호동은 아이돌 기획사인 SM의 외연 확장 전략에 동참하며 장동건 등과 함께 합류했습니다. 물론 이들의 결합은 거대한 엔터 사업의 초석을 다졌다는 점에서 환영 받기도 했지만, 과거 거대한 MC 군단을 통해 시장을 장악하려 했던 디초콜릿을 떠올리게도 합니다.
거대하고 막강하기만 하던 그들은 한순간 무너지고 추악한 진실만 남긴 채 모두에게 상처만 입혔습니다. 허망하게 쌓아올린 모래성은 당연하게 몰락을 예고했다는 점에서 단순히 외양만 키우는 방식의 시장 지배는 역효과만 불러온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당시에도 디초콜릿 소속 연예인들이 시장을 장악하며 문제를 많이 만들어냈습니다. 자사 연예인들을 끼워 팔기 하듯 프로그램을 만들어왔기 때문입니다.
SM이 디초콜릿의 공룡 전략을 선택했다는 것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외연을 확장해 보다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겠다는 전략 자체가 문제는 아니겠지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규모의 경제는 결국 문제를 만들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강호동의 경우 SM에 소속된 연예인들을 옵션으로 활용해왔습니다. 어떤 방송이든 강호동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에는 같은 소속사 연예인이 꼭 함께 해야 한다는 사실은 결과적으로 둘 모두에게 독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올 해 잘 보여준 듯합니다.
<맨발의 친구들>은 기세 좋게 시작했습니다. SBS가 일요 예능을 재패하겠다는 욕심에 유재석이 진행하는 프로그램 앞에 강호동이라는 카드를 끼워 넣었습니다. 유재석과 강호동이라는 절대 반지를 손에 낀 상황에서 일요 예능은 SBS의 몫이어야 했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유재석과 강호동이라는 카드는 아이들과 아빠의 여행에 처참하게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유재석은 자신의 역할과 가치를 꾸준하게 보여주고 있는 반면, 강호동의 행보는 불안함 그 자체였습니다.
주변에서 위기론을 이야기해도 스스로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저 열심히만 하면 언젠가 시청자들은 알아줄 것이라는 이야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위기론이 대두되는 것은 그만큼 현재에 문제가 있음을 직시하라는 신호였지만, 강호동에게는 그런 시청자들의 변화를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듯합니다.
강호동, 윤종신, 유이, 김범수, 김현중, 은혁, 유세윤, 윤시윤 등 이름만 들어보면 실패해서는 안 될 조합이었습니다. 하지만 외국으로 나가 돈을 번다는 설정도 문제였지만, 더욱 큰 악수는 집밥 프로젝트였습니다. 집밥을 소개한다는 명목 하에 진행된 먹방은 과연 무엇을 위한 방송인지 의아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스타들의 엄청난 규모의 저택과 그들의 왁자지껄한 상차림은 집밥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마치 레시피와 부를 경쟁하듯 매 번 등장하는 스타들의 먹방은 지겨움을 선사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어설픈 생고생 버라이어티부터 어긋나기 시작한 이들의 선택은 최악의 먹방으로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매 주 강호동의 먹방이 전부인 집밥 버라이어티에서 무슨 의미와 재미를 찾아내야 하는지 그걸 찾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프로그램 폐지는 이미 예고된 수순이었습니다.
먹방이 대세인 시대에 먹방이 퇴출의 이유가 된다는 사실도 아이러니하기만 합니다. 무조건 잘 먹는다고 시청자들이 환호를 보내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한 사례이기도 할 것입니다. 재미있게도 같은 시간대에 편성되어 방송되고 있는 <아빠 어디가>는 여전히 윤후의 먹방이 화제입니다. 지난 번 방송에서도 윤민수의 부상으로 뒤늦게 합류한 윤후가 늦은 시간에도 짜빠구리를 맛있게 먹는 장면이 많은 이들의 관심사였다는 점에서, 강호동의 먹방과는 큰 비교가 됩니다.
새롭게 일요 예능에 참여하고 시작과 함께 다크호스가 된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경우도 추사랑의 먹방이 화제입니다. 이미 추석 특집에서부터 큰 관심을 받았던 추사랑은 정규편성 첫 회부터 시청자들에게 사랑앓이를 하게 했습니다. 그 어린 아이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많은 이유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어린 사랑이가 뭐든 맛있게 먹는 장면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시청자들의 모습을 보면 그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이 추사랑 먹방이라는 사실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윤후와 추사랑의 먹방은 많은 이들에게 사랑스러움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40대 강호동의 먹방은 많은 이들에게 거부당하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먹방은 사랑스럽지만 아빠들의 먹방은 지겨움으로 다가온 것인지, 이 아이러니함은 흥미롭기만 합니다. 시청자들에게 아빠 먹방은 정준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먹방이 살리고, 죽이는 예능의 현실은 누구도 예측을 불허하게 합니다.
강호동으로서는 2014년이 중요합니다. 올 해 새롭게 시작하며 초심으로 돌아가 많은 프로그램을 시작했지만 한 해에만 세 개의 프로그램이 폐지의 수순을 겪어야 했습니다. 한 프로그램을 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3개의 프로그램을 폐지시킨 강호동으로서는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남은 두 개의 프로그램 역시 불안하다는 점에서 강호동의 위기는 현재진행형일 수도 있습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한 번 현재의 자신을 돌아봐야만 하는 강호동에게 <맨발의 친구들> 폐지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수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과연 강호동이 우직하게 다시 시장을 지배하는 존재가 될지, 아니면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그렇게 잊혀지는 존재가 될지는 강호동 그 자신에게 달렸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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