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았지만 박정환은 모든 것을 잃게 만들었습니다. 얼마남지 않은 삶 속에서 자신의 딸이 행복한 삶을 살기만을 바라는 정환에게 선택은 단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남겨진 가족들이 더 큰 어려움 없이 안락한 삶을 살 수 있기만을 바라는 정환의 마지막 소망은 결국 모든 것을 뒤틀리게 만들었습니다.
이태준 이태섭 형제애;
가족과 형제, 선과 악의 경계를 무너트리는 이 원초적인 관계가 던지는 의미
법무부장관 윤지숙을 살리고 이태준 형제를 위기에 몰아넣었습니다. 김상민 오션 캐피털 회장을 압박해 이 씨 형제들을 위기에 몰아넣은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악의 무리를 제거하겠다는 정의감이 아닌 오직 남겨진 가족들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유치원 버스 운전기사의 사고로 촉발된 이태섭에 대한 분노는 결과적으로 이 씨 형제를 흔드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이태준 검찰총장 곁에는 박정환이 있었고, 그의 상대에는 전 부인이었던 신하경이 있었습니다. 이들이 벌이는 대결 구도는 크게 선과 악의 대결입니다.
선의 편에 선 법무장관과 악의 핵인 검찰총장. 이들의 대결 구도 속에 과거 부부였던 박정환과 신하경이 있고, 그들의 딸인 예린이가 존재했습니다. 선과 악이 극렬하게 대립하는 과정에서 예린이라는 존재는 결과적으로 <펀치>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힌트로 다가옵니다. 박정환이 어떤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결론은 바로 딸 예린이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지독한 가난 속에서 꿈조차 꿀 수 없었던 이태준은 자신의 형 이태준에 의해 검사가 될 수 있었습니다.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챙긴 유일한 존재는 바로 형 밖에는 없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도 버린 자신을 챙기고 보살폈던 형은 그래서 이태준에게는 중요한 존재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검찰총장의 자리까지 올라가는 과정에서 박정환이 혁혁한 공헌을 해왔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형인 이태섭이 거대한 자금을 동원해주었기에 가능한 결과였습니다. 김상민 대표의 사업을 도와주고, 대신 그 거대한 자금으로 검찰 쪽에 엄청난 자본력으로 줄 세우기를 시켰던 이태준입니다.
이태준과 이태섭 형제는 그래서 끈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이 행하는 짓들이 사회 전체를 위협하는 부당함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그 어떤 형제들보다 끈끈했습니다. 형은 동생을 위하고, 동생은 형을 위해 뭐든지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검찰총장이라는 자리가 위기에 처한 순간에도 그는 형을 외국으로 내보내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동원합니다. 그리고 형은 동생을 위해 스스로 목숨까지 버리는 잔인할 정도로 강렬한 형제애를 보여주었습니다. 부당함으로 현재의 자리에 올린 상황에서도 두 형제들의 우애만큼은 그 어떤 도덕책에서도 볼 수 없었던 특별함이었습니다.
급습한 경찰을 피해 도주를 했던 이태섭. 그런 형을 위해 암자를 찾은 이태준은 밀항선과 거액의 돈을 건넵니다. 한동안 나가 있으라는 제안을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검찰총장 직까지 내려놔야 하는 상황에서 형이 국내에 있으면 위험할 수밖에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동생의 배려에 울컥했던 형 태섭은 어린 시절 그들이 자주 먹던 칡을 캐기 위해 암자 뒷산으로 향합니다.
그 사이 탐욕에 찌든 채 누구도 믿지 못하는 김상민을 흔들어 이태섭의 위치를 찾아낸 하경은 오 수사관을 통해 급습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도 태섭은 동생 태준을 위해 스스로 자신을 노출시킨 채 도주를 선택합니다. 동생이 그들에게 잡히지 않게 하기 위해 스스로 도망자가 된 형 태섭. 영하 15도가 넘게 떨어진 한 겨울에 얇은 옷 하나 입도 도망자가 된 태섭을 위해 태준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법무장관의 전폭적인 지지로 수백 명의 경찰들이 이태섭을 찾기 위해 나선 상황에서 이태준이 선택한 것은 다시 박정환이었습니다. 그를 위기에서 벗어나게 만든 박정환에게는 시간이 없었습니다. 자신의 딸만이 아니라 여동생까지 챙겨야만 하는 정환은 몰래 만나고 있는 남자친구를 찾아갑니다. 정말 믿고 여동생을 맡길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정환의 행동은 다급하기만 합니다. 예린과 정환의 통화는 결국 이태섭이 어디로 빼돌려지고 있음을 알게 된 하경은 그를 잡기 위해 장원 저수지로 향합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이태섭은 극단적이지만 완벽한 결말을 준비합니다. 동생에 대한 형의 마음이 얼마나 애틋한지를 보여주는 장면은 결국 <펀치>의 분위기를 급격하게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동생을 구하기 위해 범인인 자신이 죽어버리면 이번 사건은 종결될 수밖에는 없음을 알고 있는 태섭은 수몰된 자신의 고향이 있는 저수지에 몸을 던집니다. 동생을 위해 스스로 죽음 선택한 태섭의 이 행동은 결국 태준에게 독기를 품게 만들었습니다. 형에 대한 애틋함이 특별했던 태준은 법무장관에게 제대로 칼을 겨누기 시작했고, 본격적인 반격은 모두를 위기로 몰아넣기 시작했습니다. 술래잡기에서 시간 안에 못 찾으면 술래가 바뀔 수 있다는 이태준의 말처럼 형의 죽음은 결국 술래를 바꾸게 만드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각별한 형제애가 만든 이 상황은 정환을 위기에 몰아넣는 이유가 됩니다.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정환의 상황을 알게 된 이태준 측에서 공격을 감행하고, 위기에 처한 박정환이 어떤 반격을 꾀할 수 있을지도 기대되게 합니다.
탁월한 지능과 지략을 갖춘 박정환. 오직 자신의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달리기만 했던 그가 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다시 한 번 가족에 대한 위협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단순히 가족만을 위한 반격이 아닌 진짜 사회 정의를 위한 선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박정환이 선택하는 정의라는 것이 비록 가족의 안녕이 전부였지만, 이후 이어지는 대결 구도는 단순히 가족만을 위한 선택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이미 커져버린 상황에서 정환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딸 예린이를 위한 세상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처럼 가족에 대한 가치에서 시작된 이들의 정의는 결국 사회 전체로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언 땅에서 켄게 맛있다"는 이태섭의 말은 결국 이태준에게는 지독한 결정을 하게 하는 이유가 됩니다. "모두가 옳다고 하는 최소한의 정의가 바로 법이다"는 법무장관의 말은 결국 이들의 대립각의 층위를 느끼게 해줍니다.
<펀치>가 만들어내는 권력대결은 이런 식의 작은 소재와 소품으로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는 합니다. 그리고 이런 층위들이 겹치며 더욱 강력한 힘을 드러내게 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입니다. 끈끈한 형제애가 끊어지며 본격적인 <펀치>의 이야기는 시작을 알렸습니다. 부패한 검찰과 그런 검찰을 잡으려는 검찰의 이야기가 과연 드라마적 환상과 도덕적 가치 전달에만 그칠지 아니면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외면하고 싶은 결론으로 이어질지 궁금해집니다. 가족과 형제애를 강조하는 작가의 의도는 그래서 더욱 특별함으로 다가옵니다. 선과 악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이 선택이 과연 어떤 힘으로 작용할지 기대됩니다.
가족에서 시작된 이들의 대결 구도는 결국 가족에 의해 결론이 날 수밖에는 없게 되었습니다. 가장 소중한 것을 잃은 이태준의 반격과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박정환. 이들의 대결 구도는 이제 시작입니다. 이태준 앞에서 다리를 꼬는 박정환과 자장면 집을 바꾸는 이태준의 행동에서 보이는 대결 구도는 그래서 흥미롭기만 했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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