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근혜 시대 사라진 언론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기만 합니다. 검찰과 언론 등에 대한 드라마의 역습은 역설적으로 이들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중요한 존재들인지를 확인하게 해줍니다. 재벌가의 종이 된 언론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피노키오>는 그래서 반갑습니다.
하명과 인하의 재회 키스;
정경언 유착이 만들어내는 한심한 현실, 이 한심한 세상을 이야기하는 드라마의 힘
13년 전 사건과 유사한 폭발사고가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과거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사건의 본질이 아닌 희생양이 등장하고, 이를 통해 흐름을 바꾸려는 시도는 송차옥에 의해 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정치인과 재벌, 그 긴밀한 관계 속에 스스로 개를 자청한 언론의 모습은 우리의 민낯이기도 합니다.
과거 기호상 사건은 남겨진 가족들을 희생양으로 만들었습니다. 화재사건의 본질은 사라지고, 언론이 이끈 흐름의 변화는 대중들에게 기호상과 그의 남겨진 가족들에게만 집착하게 만들었습니다. 과거 풀어내지 못한 사건의 본질은 이렇게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더 많은 희생자를 만든 폭발 사고로 이어졌습니다. 13년 전 사건의 본질을 해결했다면 수많은 희생자를 내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우리의 현재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아무리 큰 사고가 일어나도 수습에 급급하는 것이 전부이고 오직 사건을 감추기에만 급급하는 현실은 결과적으로 더 큰 사고를 만드는 이유가 되고는 합니다. 본질을 바로잡지 않는 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수 없다는 점에서도 언론의 역할이 왜 위대한지를 깨닫게 해줍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이명박근혜 시대 기자들은 기레기가 되었습니다. 사건의 본질은 존재하지 않고 여론몰이를 하는 행태는 대중들에게 기자들은 모두 기레기라는 손가락질을 받게 했습니다.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한다는 말을 제대로 증명하는 <피노키오>는 13년 전과 현재를 이어가며 언론의 역할이 왜 중요한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명과 인하의 사랑이라는 달달한 이야기 속에 차가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피노키오>는 모든 사건의 핵심인 박로사라는 사실이 드러나며 더욱 흥미롭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마음씨 좋고 재미있는 아들바보 재벌가 회장으로만 여겨지던 박로사는 사실 영악하고 지독한 재벌 총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마음씨 좋아 보이는 얼굴 뒤에 숨겨진 재벌의 민낯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영악한 악마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불법을 일상으로 이어가고, 은밀한 거래를 통해 불법을 당연하게 하는 그녀에게 세상은 그저 우습기만 합니다. 정치인들을 조정하고 자신이 사주로 있는 언론사를 움직여 여론을 조작하는 박로사는 우리 시대 재벌들의 민낯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인물입니다.
자본이 모든 가치의 중심이 되어버린 현실 속에서 그 어떤 권력보다 강력해진 재벌들의 행포는 점점 거세지기만 합니다. 지난 한 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땅콩 회항은 그저 수많은 사례 중 하나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사건입니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재수 없게 타깃이 되었고, 희생양처럼 모든 죄를 자신들이 뒤집어썼다고 생각할 정도로 재벌가의 부도덕은 이제 이상하지도 않습니다.
재벌가들의 불법상속은 법이 앞장서서 보호합니다. 재벌들을 이롭게 하는 법을 만들지 못해 안달이 난 정치권력들의 행동에는 국민들에 대한 미안함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눈치를 보며 드러나지 않게 하던 이런 행동들이 이명박근혜 시대에는 노골적으로 드러내놓고 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권력은 부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진리는 역사가 증명하고 있고, 우리의 현실도 그 두려운 증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명박 시절 시작된 언론의 권력 종속화는 박근혜 시절 더욱 고착화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렇게 굳어지는 순간이 곧 균열이 날 수 있는 시작이라는 점에서 절망보다는 희망을 바라보게 되는 것은 국민들이 이래서는 안 된다는 자각을 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뒤꿈치가 까져서 피가 나는 상황에서도 동창인 찬수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뛰어다니는 인하. 자신의 어머니로 인해 13년 전 하명의 가족들을 최악으로 몰아넣었고, 이번에는 찬수를 그 희생양으로 삼고 있는 현실이 믿을 수도 없고 용서할 수도 없습니다.
어머니라는 이유만으로도 존경하고 보고 싶었던 어머니의 실체는 철저하게 권력에 종속된 일그러진 언론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언론인의 사명감을 돈에 팔아버린 송차옥으로 인해 인하는 하명을 잃었었고, 이제는 찬수를 잃을 위기에 놓였습니다. 하지만 몰랐던 하명의 과거를 통해 인하는 자신이 왜 기자가 되었고, 이 직업이 특별한지에 대해 새삼스럽게 깨닫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사랑이 만든 사명감은 인하에게 진정한 언론인이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사랑은 꿈을 만들었고, 그 꿈은 언론인이 되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절망 속에서도 인하가 언론인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것 역시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사랑은 죄책감을 만들었고, 그런 아픔은 결국 진짜 언론인의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족을 위해 그리고 사랑을 위해 방송기자가 된 하명 역시 사랑이 모든 것을 이끄는 힘이었습니다. 사랑과 현실 속에서 힘겨워하는 그에게도 사랑의 힘은 결국 진실을 진실답게 바라볼 수 있게 하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동집 앞에서 여전히 자신의 목에 단추 목걸이를 하고 있는 인하를 보면서 힘겹게 잡고 있던 모든 것이 흔들린 인하는 더는 참지 않았습니다. 더 참을 이유도 없었던 하명은 인하에게 키스를 했고, 그런 키스는 또 다른 키스로 화답했습니다. 그들의 사랑이 깊어질수록 진실 앞에 두려움과 아픔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은 <피노키오>가 가지고 있는 숙명이기도 할 것입니다.
돈이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재벌 회장 박로사의 몰락은 당연함으로 다가옵니다. 철저하게 자본권력에 군림하며 세상을 자신의 것이라 착각하며 살아왔던 그녀의 운명은 결국 아직 권력에 덜 물든 신입들에 의해 무너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 자리에 그녀의 아들 범조가 있고, 13년 전 희생을 당했던 하명이 존재할 것입니다.
박로사를 무너트리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송차옥의 13년 전 휴대폰. 이를 습득해 13년 동안이나 간직해왔던 범조. 그 안에 박로사를 파괴하는 무기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기만 합니다. 결코 무너질 것 같지 않은 견고한 벽도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균열은 생기기 마련입니다.
자본 권력에 의해 종속된 현실도 언젠가는 그 작은 균열을 시작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견고해보였던 권력은 그들 스스로 만들어낸 부당함으로 인해 무너지는 이유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더는 참을 수 없는 국민들에 의해 산산조각이 날 수밖에 없음을 그들도 이제는 깨닫고 두려워해야만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피노키오>는 섬세하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 구조를 통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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