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월화드라마인 <풍문으로 들었소>가 첫 방송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난 주 종영한 <펀치>가 워낙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는 점에서 과연 시청자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 기대됩니다. 부당한 권력에 대한 시원한 일갈이 즐거웠던 <펀치>에 이어 <풍문으로 들었소>는 말 그대로 갑질 전성시대 그들의 민낯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밀회 팀이 만드는 기대작;
갑질 사회 갑들의 전쟁은 기존 재벌가 이야기를 넘어설 수 있을까?
갑질이 일상이 된 한심한 대한민국의 현실이 과연 <풍문으로 들었소>가 어떻게 표현해낼지 궁금합니다. 안판석 피디와 정성주 작가가 <밀회>에 이어 다시 의기투합했다는 점에서도 이 작품에 대한 기대감은 커집니다. 워낙 강렬한 인상을 줬던 전작에 대한 기대감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작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들이 선택한 새로운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는 우리 시대 상위 1%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거대 로펌을 이끄는 한정호 가족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대한민국의 오늘을 들여다보는 과정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그들이 출연하지는 않지만 최근 대세로 자리 잡은 관찰 예능처럼 그들을 일상을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바라본다는 것 역시 호기심의 연장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의 로펌을 이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로펌으로 키운 한정호는 최고 학부를 모두 마친 뛰어난 존재입니다. 그리고 그가 법률가로서 재벌과 권력자들의 비리들을 모두 알고 있다는 사실 역시 대단한 힘이 되고 있습니다. 수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가장 강력한 힘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한정호는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인물입니다. 모든 것을 갖추고 있고 뛰어난 능력과 수완으로 최고의 존재로 자리 잡은 그이지만 약자를 돕고 그들 앞에서 갑질을 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사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빼어난 인격의 소유자가 아닌 자신과 같은 귀족은 그런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과정일 뿐이었습니다. 시민사회에서 귀족을 꿈꾸는 것 자체가 황당할 수밖에 없지만 그는 그렇게 생각하고 생활합니다. 처음 등장했던 프랑스에서도 쓰지 않는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국내에서는 일상이 될 정도로 우리 사회는 시민사회가 아닌 갑을 사회라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한정호의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사실은 곧 그 주변부의 상위 1%의 민낯을 그대로 들여다본다는 점에서도 흥미롭습니다. 과연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목적과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는지 우리에게는 너무 멀게 느껴지는 그들의 삶 자체가 흥미롭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호기심 뒤편에는 그들의 부당함과 부패한 삶에 대한 비판 역시 숨겨져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계산처럼 움직이던 한정호에게 문제의 시작은 자신의 뒤를 이을 아들 인상이 서민 집 딸인 봄을 임신시키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가진 자들은 가진 자들끼리 혼사를 맺고 그렇게 맺은 부와 권력은 또 다른 권력과 부를 잉태하고 확장한다는 점에서 당연했습니다. 대한민국의 1%는 모두 그렇게 성장하고 입지를 다졌다는 점에서 한정호 역시 자신의 아들을 그렇게 만들려 했습니다. 한정호의 바람과 달리, 고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임신에 출산까지 모든 것을 해버린 아들로 인해 모든 것을 틀어지기 시작했고, 그렇게 틀어진 현실을 어떻게 하면 바로잡을 수 있을지 그의 고민은 시작됩니다. 철저하게 스스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삶을 지향하다보니 아들의 여자에게도 가식적인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가식 뒤에 거대한 악랄함을 품고 있음에도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의 평정심과 현재의 위치를 포장해 줄 그 근엄함과 배려심(형식적인)을 놓치 않으려합니다. 봄의 등장은 자연스럽게 그 집안이 등장할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틀은 갑을로 나뉠 수밖에 없게 됩니다.
한정호 집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중산층으로 잘 살았던 봄이 아빠 서형식은 용산 재개발 붐을 타고 샀던 집이 문제가 되어 밑바닥으로 추락했습니다. 그런 그들이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다 딸로 인해 대한민국 상위 1%에 엮이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바로 <풍문으로 들었소>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땅콩회항'으로 촉발된 우리 사회의 갑을 논란은 말 그대로 갑작스럽게 부자가 된 대한민국이 낳은 사생아와 같은 것들입니다. 어렵게 살던 그들이 갑작스럽게 부자가 되고 그렇게 얻어진 부를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좋은지 알지 못하는 한심함이 낳은 결과물이 바로 '갑질'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부와 권력을 과시하고 싶은 욕망은 가지지 못했던 자신이 얻은 그 감당할 수 없는 무게감이 만든 결과였습니다. 그 결과물을 어떻게 사용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지식도 경험도 존재하지 않은 대한민국 상위 1% 졸부들이 벌이는 추악한 '갑질'은 그렇게 대한민국 사회를 촘촘한 '갑을국가'로 만들어냈습니다. 자신들의 갑질을 더욱 즐기기 위해 을들의 전쟁을 도모하고, 을도 모자라 병과 정까지 만들어 '내리 갑질'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대한민국의 한심함을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재미있는 경험이 될 듯합니다.
'갑질'에 울고 슬퍼하면서도 그런 '갑'을 동경하는 '을'의 이중성. 그리고 그런 '갑질'에 노출된 채 자신보다 조금만 낮다 생각되면 자기 스스로도 '갑질'을 행하는 을들의 행태 역시 우리의 민낯이기도 합니다. 천민자본주의가 일상이 되어버린 현실 속에서 이 '갑질'의 본질이 무엇인지 이 드라마가 어떻게 드러낼지 기대됩니다. <아내의 자격>과 <밀회>에 이어 <풍문으로 들었소>로 이어지는 안판석 피디와 정성주 작가의 호흡이 과연 종편을 벗어나 지상파에서 어떤 울림으로 이어질지도 궁금해집니다. 이미 <밀회>를 하나의 현상으로 만든 이들이 만드는 대한민국 갑의 실체는 그래서 흥미롭기만 합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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