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지계를 깨칠 정도로 타고난 봄이는 분명 정호가 이야기 한 것처럼 행운의 돌연변이 임이 분명합니다. 탁월한 지적인 우월함만이 아니라 상황을 파악하고 이를 풀어가는 능력까지 겸비한 봄은 정호가 탐을 낼 수밖에 없는 존재였습니다. 한정호의 거대한 성에 주눅 들어 입성했던 봄은 그렇게 그 성의 진정한 성주가 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민주영마저 반한 봄의 차도지계;
15년 내공의 이 비서 무릎 꿇리고 언니 복수하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작은 사모의 위엄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봄이의 무서울 정도로 탁월한 재능은 점점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강렬한 존재감으로 빛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이 여린 시어머니 연희는 이미 봄이의 기에 눌린 상황이고, 대한민국 최고의 로펌의 주인인 한정호마저 들었다 놨다 하는 봄이의 행동은 어떤 측면에서는 섬뜩함을 느끼게 할 정도입니다.
능력보다는 감성을 자극하는 사랑에 반해 형식과 결혼한 진애는 아무리 힘들고 답답한 일이 있어도 남편이 불러주는 노래 한 번이면 다 풀린다고 합니다. 그렇게 그들은 가난하지만 그 안에서 행복을 찾고 있었습니다. 착한 마음을 가지고 나름 열심히 노력을 하기는 하지만 그들의 삶은 벼랑 끝까지 밀려난 채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한정호로 인해 새로운 기회를 잡았습니다. 아니 봄이로 인해 얻은 그 기회는 그들에게는 화禍의 조짐을 보이기도 합니다.
연락도 없이 장인을 찾아가 함께 즐기다 온 인상은 기분이 좋았습니다. 경직되어 오직 최고만을 지향하는 집안과 달리, 없어도 여유롭고 그래서 행복한 봄이의 가족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인상은 좋습니다. 그렇게 술에 취해 집에 돌아오며 형식이 불러주었던 봄이의 주제가를 부르는 인상과 그 노래를 듣고 아버지와 함께 노래를 불렀냐며 감격해 하는 봄이는 행복했습니다.
주사를 부리는 아들을 보며 정호와 연희는 냉정했고, 봄이는 귀엽다고 합니다. 그렇게 서로 다른 그들의 시각의 차이는 결국 그들이 살아왔던 삶의 다름으로 다가옵니다. 철저하게 성공을 위해 키워진 한정호는 그렇게 최고의 지원을 받으며 성장했고, 현재의 위치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여느 일반 집과 다름없이 성장해 일을 한 서형식은 지독한 삶에 대한 갈망보다는 평범한 삶의 진리를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악랄할 정도로 치열하지 못한 삶은 경제적인 위기를 불렀고, 그렇게 내던져진 형식의 모습은 누군가에게는 아둔하고, 누구에게는 한 없이 착해서 슬픈 모습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직 성공지향적인 삶에만 길들여진 정호에게 형식의 나태함은 용서할 수 없는 범죄 수준이었습니다.
부인 앞에서 형식에 대해 "멍청하고 아둔하고 견문은 짧고 시야는 좁아터진데다 심지어 게을러. 창업을 하라고 했으면 공부를 해야 할 것 아니야. 왠 주먹구구식으로"라고 퍼붓는 말들 속에는 경멸이 가득했습니다. 갑이 을을 보며 외치는 사회적 시각이 그대로 담겨있는 이 대사는 그래서 특별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갑과 을의 경계는 어떻게 발현되고 고착화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풍문으로 들었소>의 주제 의식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대사였기 때문입니다.
행운의 돌연변이이니 우생학적 측면에서 철저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정호의 일갈 속에 봄의 존재감은 다시 한 번 특별함으로 다가옵니다. 봄이 언니가 신분상승을 위해 돈 많은 남자를 선택했고, 그런 그녀의 행동은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이 사실을 모르던 봄이는 우연하게 인상의 문자메시지를 보며 현재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뒤늦게 알게 됩니다.
서러운 눈물 뒤에 그녀의 선택은 냉정하고 강렬했습니다. 정호 집안의 며느리로서의 위엄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가족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그녀의 행동은 섬뜩함을 느끼게 할 정도였습니다. 15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정호의 집안에서 최연희의 개인비서로 생활해왔던 이 비서는 봄이와 기싸움을 하고 있었습니다. 초라한 모습으로 이 거대한 성에 들어선 그녀를 이 비서는 여전히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15년 동안 연희를 보필하며 마치 자신도 그녀와 비슷한 위치에 있다는 착각을 했던 이 비서는 남루하고 초라했던 봄이의 첫 인상을 여전히 끌어안은 채 스스로 갑질을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고, 냉철하면서도 탁월한 능력을 가진 봄이 앞에서 이 비서는 철저하게 무너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누리를 만나고 집으로 향하던 봄은 잠시 차를 세우고 이 비서에게 뒤로 와서 앉으라 합니다. 그 지시가 이뤄지는 순간 이 비서의 존재감은 명확해졌습니다. 앞자리에서 연희에게 보고를 하던 순간까지만 해도 자신은 연희와 유사한 존재라는 착각을 하고 있었지만, 자신이 갑질 아닌 갑질을 했던 봄의 지시에 따르는 순간 그녀는 현실로 다시 돌아올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봄은 자신과 기싸움을 벌이는 이 비서에게 가장 강력한 한 방을 날립니다. 생사이탈권을 쥔 갑이 누구인지를 각인시키고 프로로서 제대로 비서 역할을 하라는 조용하지만 강렬했던 봄이의 행동은 15년 내공의 이 비서를 완벽하게 무너트리고 말았습니다. 봄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충성을 맹세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갑과 을의 차이는 명확하고 무서웠습니다.
우연하게 이 비서의 모습을 보고 당황한 연희의 표정과 그 이유를 묻자 "뒤끝이 있어서요"라는 말 속에는 무겁고 두렵게 만드는 경고가 담겨 있었습니다. 이미 기싸움에서 어린 봄이에게 진 안주인 연희에게 이제 며느리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조롱의 대상이었던 언니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는 간단했지만 강렬했습니다. 이 비서를 완벽하게 굴복시킨 후 그녀를 이용해 한정호를 움직이고, 이를 바탕으로 언니에게 복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봄이의 전략은 말 그대로 '차도지계'였습니다.
고대 중국 전국시대에서 사용되던 이 말은 '차도살인지계 借刀殺人之計’란 의미입니다. '남의 칼을 빌어 상대를 공격한다'라는 이 말을 끄집어낸 민주영은 어린 봄이 타고난 전략가라 확신합니다. 이제 스물인 그녀가 한정호를 이용해 언니에 대한 복수를 하는 그 과정이 너무 매끄럽고 자연스러우면서도 강렬했기 때문입니다.
이 비서의 생사이탈권을 각인시켜 자신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도록 만든 봄은 양 비서를 통해 이번 논란은 평소 한정호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조세영이 의도적으로 능욕을 한 사건이라고 정의를 내립니다. 인상을 통해 조세영이 누구이고 어떤 관계인지를 명확하게 안 봄은 이런 관계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언니에 대한 복수를 기획하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이 비서는 양 비서의 약점을 알고 있었고, 피할 수 없는 제안에 양 비서는 밤새 자료를 뒤척이며 한 대표에게 누리 논란의 흑막을 이야기합니다. 양 비서의 발언에 분노한 한 대표로 인해 상황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전개되기 시작했습니다. '감히'라는 상황이 만들어졌고, 한 대표의 분노는 그들을 두렵게 만들었습니다. 직접 해결하겠다며 재원의 투자클럽을 다시 찾은 누리는 당당하게 자신에게 찾아와 사과를 하라는 말을 남깁니다.
피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조세영은 납작 엎드려 누리를 위한 사과 쇼를 해야만 했습니다. 풍문으로 세워진 그들의 세계에서 이 사건은 다시 한 번 거대한 풍문이 되어 모두를 휘감기 시작했습니다. 봄이 언니 누리가 신분상승을 하기 위해 조세영을 만난 게 아니라, 세영이 누리를 쫓아다녔다는 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말미에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 기도까지 했다는 말로 모든 풍문은 정리가 되었습니다.
이 비서가 봄이에게 하는 행동을 목격한 한정호는 흐뭇한 미소를 짓습니다. 양 비서와 통화를 통해 이번 논란을 진두지휘해 자신마저 움직인 것이 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자신이 했던 '행운의 돌연변이'는 확신으로 굳어졌습니다. 검정고시를 보러가는 봄이를 보는 정호 집안의 시선은 경멸이 아닌 따뜻함이었습니다. 중졸이 며느리라니 안 될 말이라는 연희의 말 속에는 경멸이 아닌 따뜻한 격려가 있었고,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정호의 눈빛에는 사랑이 가득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고졸 딸께요"라는 봄이는 그렇게 천진난만하면서도 자신감이 가득한 진정한 의미의 작은 사모였습니다.
프란시스 F. 코폴라 감독의 <대부>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 중 최상위권에 위치해 있습니다. 1972년에 발표된 영화이지만 지금 봐도 그 영화적 재미는 탁월하기만 합니다. 마피아의 세계를 다루고 있는 이 영화가 갑자기 떠오른 것은 봄이의 행동이 마이클 꼴레오네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입니다.
마피아 대부의 막내아들로 태어났지만 집안일과 별개로 평범하게 살아왔던 마이클이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형들을 물리치고 진정한 갓 파더가 되는 과정은 흥미진진하고 경이롭게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조용하지만 강렬할 수밖에 없는 마이클과 봄이는 그런 측면에서 많이 닮아 있었습니다. 법을 이끄는 한정호의 집안과 마피아 대부의 집을 같이 놓고 볼 수는 없지만 절대 갑을 가진 존재라는 점에서는 유사점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무시했던 마피아들이 탁월한 지략으로 일을 해결하는 마이클에게 무릎을 꿇고 맹세를 하는 장면은 <대부>라는 영화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마치 영화 속 마이클처럼 봄이 앞에 정중하게 무릎을 꿇고 충성을 맹세하는 이 비서의 모습 속에는 오래된 영화의 강렬함을 동반하고 있었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게 될 <풍문으로 들었소>가 어떤 결론을 만들어낼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까지 충분히 흥미롭고 재미있다는 사실입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Drama 드라마이야기 > Korea Drama 한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착하지 않은 여자들 14회-서이숙과 이미도의 만남, 본격적 대립의 시작 (0) | 2015.04.10 |
---|---|
착하지 않은 여자들 13회-김자옥의 기억 조작이 던지는 한없는 서글픈 사랑 (1) | 2015.04.09 |
풍문으로 들었소 13회-공승연의 탐욕, 갑이 을을 다스리는 정교한 관리 시스템의 시작 (0) | 2015.04.07 |
착하지 않은 여자들 12회-김혜자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마지막 1분, 연기란 이런 것이다 (0) | 2015.04.03 |
착하지 않은 여자들 11회-이순재와 도지원 그리고 현돌이가 던진 파장의 시작 (0) | 2015.04.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