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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피고인 종영-지성과 엄기준만 남긴 피고인의 동화같은 결말 씁쓸하다

by 자이미 2017.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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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는 정의를 실현하고 차민호는 법의 심판을 받았다. 그리고 억울한 누명을 썼던 이들도 모두 제자리를 찾고 행복한 결말을 찾았다. 마치 동화책에서 볼법한 이야기 전개는 황당하게 다가올 정도다. 연장까지 하면서 끌어온 이야기는 그렇게 엉성하게 마무리되었다. 


긴장감도 사라진 고구마 드라마;

지성과 엄기준이 아니었다면 존재가 가치마저 없었을 답답한 피고인의 한계



공항에서 도주를 하려다 현장에서 체포된 차민호. 믿었던 연희에게 배신을 당한 민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수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괴물이었던 차민호에게는 오직 자신만이 존재했었다. 그런 차민호를 극적으로 바꾼 것은 연희였다. 개연성 자체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당혹스럽기는 하다. 


온갖 패악질을 벌이던 재벌 회장 차민호가 누명을 썼다 복직한 박정우 검사에게 체포되는 상황은 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재벌 총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절대적인 존재다. 5년 임기가 전부인 대통령보다 더 위대한 힘을 가진 것이 바로 재벌 총수이기 때문이다. 


돈이면 안 되는 일이 없는 사회에서 재벌이 가지는 놀라운 능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그 무한한 힘을 가진 재벌 총수가 연쇄살인마라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실제 현실에서도 조폭이나 다름 없는 재벌 총수들을 우린 목격하기도 했다. 실제와 꾸며진 이야기 사이 그 기묘한 공간 속에 우리가 상상하는 재벌 일가가 항상 자리 잡고 있다. 


제니퍼 리 살인사건이 발목을 잡고 이로 인해 도주하려던 차민호는 다시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그는 기고만장할 뿐이었다. 자신의 돈이라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호인은 여전히 차민호가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들을 동원하고, 협조자였던 검찰은 구속을 당한다. 


차민호의 뒤를 봐주던 정한섭 차장 검사는 체포를 당하고, 준혁은 정우의 딸인 하연을 만난 후 완전히 마음이 돌아섰다. 그렇게 협조자가 된 준혁은 민호와 나눴던 대화 녹음 내용을 정우에게 넘겼다. 민호가 정우의 아내인 지수를 죽였다는 결정적인 증언이 담긴 녹음기는 중요한 증거였다. 


궁지에 몰린 차민호가 선택한 것은 정신병자가 되는 것이었다. 정신병을 들어 교도소가 아닌 병원에 거주하다 몇 년 후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방법을 변호사와 짠 민호는 그렇게 정신병자가 되었다. 기자들 앞에서 쇼를 하고 법정에서도 횡성수설하는 차민호의 행태를 방조하고 돕는 것은 판사도 마찬가지였다. 


돈 앞에서는 판사도 돌아선다. 민호의 편에 서서 그를 정신병으로 몰아가는 과정에서 검사 혼자 범죄자를 심판할 수는 없는 법이다. 사형을 구형한다고 해도 판사가 다른 판결을 내리면 그것으로 끝이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차민호를 되돌려 놓은 것은 바로 연희였다. 


법정에 나와 눈물로 호소하는 연희로 인해 차민호는 무너졌다. 신파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법정 장면은 손발이 오그라들게 할 뿐이다. 모든 것은 그렇게 모든 것은 끝났다. 억울한 누명을 썼던 무기수도 재심에서 이겨냈다. 로또에 당첨된 자는 의사를 아내로 두었고, 같은 교도소에 수감되었던 이들이 모여 함께 식사를 하며 드라마는 끝났다. 


지성과 엄기준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높은 관심을 받을 수도 없는 드라마가 바로 <피고인>이었다. SBS의 전통 아닌 전통 같은 엉성한 드라마의 높은 시청률은 <피고인>으로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엉성하고 황당하지만 이미 어느 정도 단계에 올라서면 관성에 의해 끝까지 갈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준 셈이다. 


감정 과잉만 넘치던 <피고인>은 그렇게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로 마무리되었다. 현실성이 너무 떨어져 집중하기 어려운 이 이야기는 무엇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을까? 물론 그 주제는 명확하다. 정의는 언제나 승리한다는 단순한 논리 말이다. 


<피의자>가 가지고 있는 그 주제 자체가 비난을 받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 과정을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는 더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마치 <용팔이> 작가가 돌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쉬움만 가득한 드라마에는 오직 지성과 엄기준만 존재할 뿐이었다. 


자연스러운 흐름을 통한 이야기의 재미는 사라지고 오직 결말을 위한 과정으로 이어지기 위해 여념이 없는 <피고인>은 고구마만 쌓아 놓고 마지막 회에 모두 몰아치듯 정리하는 방식의 행태는 결국 작가의 자기 만족만 존재할 뿐이었다. 지성과 엄기준마저 없었다면 최악의 드라마가 될 수도 있었던 <피고인>은 씁쓸함만 남겼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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