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랄한 존재였던 차민호는 자신의 아버지까지 집어 삼킨 후 믿었던 아내 연희에게 배신을 당했다. 도주를 하려다 공항에서 붙잡힌 민호. 그런 민호에게 체포 영장을 보여주며 분노한 채 희생 당한 희생자의 이름을 외치며 눈물을 흘리는 정우의 분노는 그 한 줄기의 눈물에 모두 담겨져 있었다.
차민호의 당연한 최후;
심복 김석의 배신으로 무너진 차민호, 아버지에 대한 가치 연희도 흔들었다
검사로 복귀한 정우는 오직 차민호를 잡기 위해 노력해왔다. 가장 거대한 악을 잡아내지 못한다면 모든 것이 무너질 수밖에 없음을 알고 있다. 재벌 회장의 자리까지 오른 살인마를 잡아내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에 법의 심판은 내려질 수가 없다. 최소한 법 앞에 누구라도 평등해야 한다는 그 원칙을 세우기 위해 정우는 모든 것을 던졌다.
함정을 파서 석이를 직접 제니퍼 리가 묻힌 장소를 확보한 정우는 직접 민호 앞에 나섰다. 민호가 선호가 되기 위해 준비한 비밀의 방은 완전히 정리가 된 채 제니퍼 리의 사진 한 장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다시 마주 선 정우와 민호는 이 순간이 마지막이라 확신했다. 잡던지 도망치던지 두 사람의 동상이몽이 충돌하는 순간이었다.
패는 기울었다. 차민호가 쥐고 있는 패는 얄팍하고 무의미하게 다가오는 것들 뿐이다. 자신의 형과 아버지까지 집어삼킨 괴물을 감싸줄 수 있는 자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일을 처리해왔던 석이에게 모든 것을 떠넘기려는 민호의 행태는 변할 수 없는 자의 한계였다.
정우가 긴박하게 움직이자 검찰청의 차장과 준혁 역시 분주해질 수밖에 없었다. 민호와 연결된 두 인사들은 그가 몰라하며 함께 붕괴될 수밖에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악인은 주변사람들부터 변할 수밖에 없다. 그의 힘이 조금이라도 약해진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 변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거대하고 악랄한 힘에 그의 편에 서거나 앞장섰던 자들도 힘의 균형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변한다. 누구보다 그 변화의 흐름을 잘 알고 있는 자들이 부역자들이니 말이다. <피고인>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가진 것이 많은 자들은 그만큼 그 변화의 속도는 느리다. 하지만 가진 것이 없는 자들은 쉽게 변한다.
석이는 철저하게 민호의 개였다. 스스로 개가 되기로 선언한 그였다. 하지만 그래서 차민호가 누구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처음에는 완강하게 버티던 석이었지만 그도 돌아섰다. 더는 민호가 자신을 지켜줄 수 없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니퍼 리가 살해 당한 장소인 별장을 찾은 수사팀은 철저하게 검식을 다시 해 혈흔을 찾아냈다. 지워도 완벽하게 지워지지 않는 혈흔으로 인해 차민호는 궁지에 몰릴 수밖에는 없게 되었다. 제니퍼 리의 혈흔과 사체가 드러난 상황에서 방법은 한정되어질 수밖에 없었다.
차민호는 이런 상황에서 석이를 이용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앞서 검찰에 출두해 공격을 감행 한 민호는 자신의 뜻대로 모든 것이 이뤄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정우가 판 또 다른 함정이었다. 이미 자신의 편에 선 석이는 민호의 제안을 받는 척하며 모든 내용을 녹음했다. 그리고 살해 도구를 숨긴 장소까지 찾아냈다.
석이의 변심으로 인해 차민호의 범죄는 완성되었다. 하지만 정우가 필요로 하는 것은 선우로 둔갑한 그가 아니라 차민호라는 이름으로 처벌 받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차선우가 차민호라는 것을 증명해야만 한다. 그리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이는 함께 살고 있는 연희다.
연희가 증언하지 않는 한 차민호를 차민호로 잡을 수 없다는 점에서 그녀의 변화는 중요했다. 석이 상황도 그렇지만, 연희의 경우도 비슷한 패턴으로 이어졌다. 연희를 의심한 민호는 몰래 정우와의 이야기를 엿들었고,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확인하게 된다.
차민호의 가장 약한 고리는 자신이 유일하게 사랑했던 연희와 아들이었다. 그를 위해서라면 뭐든 하려는 민호는 모든 것을 버리고 도주를 선택한다. 하지만 이미 연희는 민호와는 멀어져 있었다. 살인자의 아들로 자신의 아들을 키울 수 없었던 연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정우에게 민호를 넘기는 것이다.
차민호를 도울 수 있는 모든 이들을 쥐고 흔들어버린 정우로 인해 그는 더는 도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정우에게 붙잡힌 차민호. 그를 향해 체포 영장을 보여주며 그동안 그가 죽인 희생자의 이름을 외치며 마지막으로 자신의 아내 이름을 말한 후 흘린 눈물의 힘은 강했다.
정우가 흘린 눈물은 모든 희생자들을 위한 마음이었다. <피고인>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지성이 보여준 그 강렬한 한 수는 이 드라마를 본 이유이기도 했다. 교도소 한 방에 있었던 밀양이나 서은혜 변호사의 아버지 모두 억울한 희생자라는 설정도 뜬금없기는 마찬가지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처지의 세 인물이 함께 등장하는 것은 비상식적으로 다가오니 말이다. 주제를 더욱 확고하게 하기 위한 선택이었겠지만 아쉽다.
마지막 한 회 어떤 결론이 날 것인지는 누구나 알 수 있다. 하연이 손을 잡아주자 눈물을 흘린 준혁은 완전히 무너졌다. 검사로서 그리고 정우와 지수의 친구로서 더는 자신을 속이고 살고 싶지는 않았다. 그의 증언은 차민호와 검찰 차장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는 없다. 정의는 지켜지고 남겨진 이들은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는 전형적인 권선징악인 <피의자>의 결말은 알면서도 찾게 된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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