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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Broadcast 방송

피디수첩 속 더 글로리에 동은과 조력자는 없었다

by 자이미 2023.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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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인 '더 글로리'는 연일 화제입니다. 점점 힘을 얻으며 전 세계 1위를 찍은 이 드라마에 왜 많은 이들은 열광할까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사람이 사는 어느 곳에서나 벌어지는 보편적인 이야기라는 점이 전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었을 겁니다.

 
PD수첩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가 되기 위한 성역 없는 취재를 지향하는 심층 탐사 보도 프로그램
시간
화 오후 9:00 (1990-05-08~)
출연
오승훈, 최승호, 송일준, 오동운, 서정문, 전종환, 김환균, 홍상운, 문지애, 박상일, 손정은, 한학수
채널
MBC

크고 작음의 문제이지 어느 곳에나 학교 폭력은 존재합니다. 과거에는 그저 친구들끼리 그렇게 싸우며 크는 거라고 관대하게 여기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며 이런 행위들이 결코 단순한 친구들끼리의 다툼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피디수첩-검사아빠 정순신과 학교폭력

이런 소재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더 글로리'는 전세계인들에게 학교 폭력의 잔혹함과 권선징악의 정당성을 설파했습니다. 어설픈 용서와 화해가 아닌 현실을 최대한 반영한 복수극은 전 세계인들을 열광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각자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이 폭력에 대한 담론으로 이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넷플릭스 자체를 볼 수 없는 중국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학교 폭력 근절 캠페인을 펼치며 '더 글로리'를 언급하고, 김은숙 작가가 이 작품을 만들 수밖에 없는 이유까지 자세하게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불법으로 보면서 국가 차원의 캠페인을 펼치는 이들의 모습이 기괴하지만, 그만큼 '더 글로리'의 영향력이 막대하다는 의미일 겁니다. 

 

현실과 드라마는 전혀 다릅니다. '더 글로리' 속 문동은은 우리 사회에 수없이 많이 존재합니다. 그보다 더한 이들도 있고, 덜하지만 정신적 충격은 여전한 피해자들은 많습니다. 학교만이 아니라, 남성의 경우 군대, 그리고 회사에서도 이 따돌림과 폭력은 대물림 되듯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거 학폭의 가해자는 못살지만 싸움 잘하는 이로 특정되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사회가 변하며 가해자는 가진자의 몫이 되었습니다. 학폭에도 사회적 계급이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섬뜩함으로 다가옵니다. 군대 문화가 직장이 이식되었듯, 학교에도 적용되고 있는 것이죠. 

 

그저 군번이 앞서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집이 피해자보다 잘 산다는 이유로, 내 부모가 피해자 부모보다 잘 났다는 이유가 학폭의 정당성이 부여되는 사회는 정상일 수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정순신 변호사 아들 학폭은 이런 전형성을 그대로 갖추고 있습니다.

 

정순신 변호사는 국가수사본부의 본부장으로 임명되었습니다. 검찰 라인을 핵심에 집어넣고 있는 윤 대통령은 국가수사본부의 장을 정 변호사에게 맡겼지만, 아들 학폭 논란이 불거지며 28시간 만에 자진 사퇴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이 사건은 끝날 수 없었습니다.

더 글로리에 열광하는 전 세계 시청자들

정 변호사 아들이 어떤 가해를 했고, 이 과정에서 아들을 지킨다는 이유로 자신의 지위를 어떤 식으로 악용해왔는지 낱낱이 드러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의 권력욕은 다시 아들의 학폭을 세상에 알리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자승자박이 되어버린 꼴이죠.

 

민족사관학교에 다니던 정군은 피해 학생을 1학년 초부터 괴롭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군은 피해 학생에게 "빨갱이 XX", "넌 돼지라 냄새가 난다", "더러우니까 꺼져라"와 같은 폭언을 계속해서 내뱉었다고 합니다. 단 둘이 있는 상황에서 이런 폭언을 듣는 것도 분노할 일입니다.

 

정군은 친구들 앞이나, 후배들 앞에서도 피해자에게 이런 폭언을 수시로 내뱉으며 가학적인 폭력을 행사했다고 합니다. 후배들 앞에서 무시하고, 동아리에서 퇴출시키는 모욕까지 주며 피해자를 벼랑 끝으로 몰아붙였습니다.

 

드라마에서 동은은 달궈진 다리미로 상처를 입었지만, 이 피해 학생은 마음 깊은 곳에 절대 지워질 수 없는 상처를 새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드라마에서 동은은 문신으로 이를 승화시키기라도 하지만, 현실 속 피해자는 이를 치유할 방법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욱 잔인하고 악랄하기 때문입니다.

 

일방적으로 특정 세력을 공격하는 정치동아리에 함께 하면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같은 기숙사 방을 쓰면서 친한 사이였지만, 정치동아리의 생각 차이는 이런 잔인한 언어폭력으로 이어졌습니다. 정군의 성향이 어떤지는 그의 발언들과 행동들이 잘 보여줍니다.

 

1년이 넘게 이어진 이 학교 폭력을 참을 수 없었던 피해 학생은 학교에 도움을 요청했고, 학폭위가 열렸습니다. '피디수첩'은 총 117장의 학폭위 회의록과 판결문을 입수해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그 안에 담긴 폭언 수위는 끔찍할 정도였습니다. 가해자는 피해자를 친구라 지칭하며 장난이라 주장하는 모습은 드라마 속 연진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민사고 학교폭력심의위원회 회의에는 정군의 아버지인 정순신 변호사도 참석했다고 합니다. 아들이니 아버지 입장에서 참석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정 변호사가 당시 서울 중앙지검의 현직 검사였다는 점은 중요하게 작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회의에서 정 변호사는 아들의 행동이 물리적 폭력이 아니라는 점을 주장했습니다. 언어와 심리적 폭력은 폭력이 아니라는 주장이 바로 당시 인권부장의 입에서 나온 발언이었습니다.

학폭이 일어났던 민족사관학교

현직 검찰이 직접 나서 아들을 두둔하는 상황에서도 목격자와 증언자들이 너무 많은 상황에서 민사고는 퇴학 직전 징계단계인 강제 전학 조치를 내렸습니다. 입학 당시 상위 30%였던 피해자가 학폭 이후 학사경고를 받을 정도로 내신 성적이 떨어졌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전학 처분을 취소시키기 위해 정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동기인 판사 출신 송모 변호사를 회의에 참석시켰습니다. 학폭 사건에 현직 검사와 전직 판사가 나서는 꼴이 이 사건의 핵심입니다. 결국 강원도학생징계조정위원회는 가해자인 정군의 전학 조치를 취소시켰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피해자는 학교를 그만뒀고, 피해 학생의 부모는 강원도 학교폭력심의위원회에 다시 재심을 요청해 정군의 전학 조치를 확정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되자 정 변호사는 전학처분 취소를 위해 10번의 법적절차를 진행했고, 대법원까지 간 이 사건은 전학조치 처분이 맞다는 최종 판결이 났습니다. 재판이 이어진 11개월간 가해자는 학교에 남았고, 피해자는 우울증상에 자살사고까지 이어졌습니다. 

 

2학년 말 반포고등학교로 전학간 가해자는 생활기록부에 기재된 학교폭력 징계 기록을 삭제했습니다. 정군 부모가 학교폭력 기록 삭제 심의를 신청했는데, 어떤 이유로 이를 받아들였는지 반포고등학교 교장은 회의록과 위원명단을 공개할 수 없다고,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밝혀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아직 살아있는 권력인 검찰집단을 위해서는 국회에서도 이런 행동을 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준 대목이었습니다. 잘 나가는 현직 검사 아들을 살리기 위해, 가해 기록까지 삭제해 서울대에 입학하도록 도운 것은 어른들이었습니다. 

 

연진이는 돈많은 엄마와 부패한 경찰, 타락한 교장이 합세해 도와주는 수준이었지만, 현실 속 정군은 검찰이라는 거대 권력의 그림자가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검찰 공화국에서는 이제 이보다 더한 끔찍한 일들도 수없이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가해자는 서울대 피해자는 극단적 시도

미국 인권보고서에서 한국을 명예훼손 적용해 표현 언론의 자유를 저해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바닥난 외교를 그나마 한국의 위상에 맞게 끌어올렸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며 다시 바닥을 쳤다는 의미입니다. 대통령실의 항의로 수정되었다고 하지만, 본질이 사라질 수는 없는 일입니다.

 

서울대에 다니는 가해자는 아마도 잘 살 겁니다. 학교 다닐 때부터 자신은 특별한 존재이고, 한국에서 몇 % 안 되는 특권을 가진 존재라 자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검사 월급은 적지만 많은 돈을 받는다며 자신이 부자인 이유를 언급하기도 했다고 하죠. 그런 자가 법조인이 된다면 이 세상은 더욱 혼탁해지겠죠.

 

드라마 속 동은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복수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그를 도와주려는 많은 이들이 함께 거악들을 무너트렸습니다. 하지만 현실 속 학폭 피해자는 그런 용기조차 낼 수 없었습니다. 가해자를 두둔하고 학폭 사건이 크게 언론에 언급되었음에도 국가수사본부 본부장으로 임명한 것은 국민들을 그들이 어떻게 바라보는지 잘 보여줬습니다.

 

정순신 변호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들이 이런 중요한 직책에 임명하면서 이런 사실을 몰랐다면 그 자리를 내놔야 할 겁니다. 알면서도 강행했다면 50%의 국민들의 무지함을 악용하겠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권력이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은 이런 무리수를 만들고는 합니다. '화무십일홍 권불십년'이라는 말을 망각하면 할수록 그 결말은 끔찍할 수밖에 없습니다.

 

드라마처럼 완벽한 복수를 현실에서는 기대할 수 없을 겁니다. 드라마보다 더 잔인하고 악랄한 것이 현실이니 말이죠. 하지만 피해자를 도울 수 있는 것은 이런 우리의 관심입니다. 그리고 학폭이 잘못된 것임을 반복해 언급하는 것이 드라마처럼 시원하지는 않겠지만, 좋은 결말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최선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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