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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Sitcom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최종회-하이킥3가 김병욱 사단 최고의 엔딩인 이유

by 자이미 2012.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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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회라는 결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123개의 이야기를 들려주던 '하이킥3'가 끝났습니다. 아쉽다면 아쉽고 행복하다면 행복할 수 있었던 그 긴 여정 동안 울고 웃고 함께 숨쉴 수 있어 값졌던 시간들을 더욱 행복하게 해주었던 것은 김병욱 사단 최고의 엔딩이라 불릴 수 있는 마지막 회 때문 일 것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소중하고 값진 가치는 무엇인가?

 

 

지석과 하선의 슬픈 이별을 시작으로 '하이킥3'는 마지막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내려갔습니다.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이어가며 그들의 독백으로 각자의 생각들이 곧 마지막 회의 의미로 다가오게 하는 방식은 무척이나 세련되었습니다. 그리고 열린 형식으로 마무리한 것 역시 기존의 입장과는 달리 수많은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 있었다는 점은 흥미로웠습니다. 방송 내내 그들이 주장했던 내용들과 일치하는 결말이라는 점에서 최고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사업이 망해 처남 집에서 기거해야만 했던 내상은 복권 2등 당첨금을 기반으로 해서 자신이 평생 해왔던 특수효과 사업을 다시 시작합니다. '안스 월드'라는 이름을 건 내상은 고가의 샴페인을 사서 자신에 대한 채찍질을 합니다. 현재보다는 미래의 가치에 보다 힘을 쏟기 위한 그의 다짐은 다양한 형태로 많은 이들에게 의미 있는 가치로 다가왔습니다.

열흘이 지나면 돌아온다던 하선은 두 달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고 그 기간 동안 4번의 통화를 했던 지석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하선에 대한 그리움만 커갈 뿐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조금은 무뎌질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하선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깊고 커갈 뿐이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하선이 생활하는 시간을 공유하게 되고 과연 그녀는 이 시간에 무엇을 할지 궁금하기만 한 지석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결심을 굳힙니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보고 싶으니 미국으로 가겠다고 결심한 그에게 거짓말처럼 하선은 등장합니다.

떠날 때 하염없이 울던 하선은 이렇게 다시 돌아와서도 울기 시작합니다. 떠날 때는 더 이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엄습했기 때문이지만 이렇게 지석과 마주하며 흘린 눈물은 두려움에 대한 눈물이 아닌 다시 만난 것에 대한 즐거움의 눈물이었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서로를 보지 못하며 가졌던 그리움은 더욱 큰 사랑으로 자리했고 그런 사랑은 그들에게 감격스러운 눈물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었을 것입니다.  

 

방황하던 종석은 기숙학원에 입학해 본격적인 공부를 하기로 작정합니다. 타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시작한 공부를 자신이 좋아하는 지원을 위해 공부를 했던 그가 이젠 자신과의 약속을 위해 도전을 한다는 점은 그에게는 또 다른 성장이었습니다. 내상이 사온 샴페인이 하나의 환상일 수밖에 없듯 자신이 현재 지향하고 있는 모든 것도 환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세상사는 모두가 그런 환상을 가지고 살아갈 뿐이라는 종석의 독백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허망함의 연속일지도 모르지만 인간이란 그런 환상이 있어 달리는 것이라는 말은 충분한 공감으로 다가옵니다.

감성이 격하게 충만했던 윤건은 가수로 데뷔를 하고 내상의 '안스 월드'는 시작 일주일 만에 4부작 미니 시리즈 일을 맡게 되며 본격적인 시작을 하게 됩니다. 종석의 새로운 시작과 내상의 사업을 위해 가족끼리 불꽃놀이를 가는 그들에게 화려하게 터지는 불꽃들처럼 무한하게 많은 미래들이 존재해 있었습니다. 비록 힘겹고 어려운 순간들이 다시 찾아올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넘어져도 툴툴 털어 내고 다시 환상을 찾아 뛰는 그들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자연스러웠습니다.

전교 1등 혹은 4등 이라는 순위 놀음에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지원에게 학교라는 공간은 무의미한 장소일 뿐입니다. 오직 1위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친구나 그런 성취에 한없이 즐거워하는 모습과 달리, 지원에게 학교생활은 그저 잘 하는 것일 뿐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르완다로 갔던 계상이 보낸 엽서에 적힌 "잘 지내?"라는 말은 지원의 마음을 다시 흔들고 내재되어 있던 감정을 폭발시킵니다.

 

아이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학교를 나오는 지원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자신이 잘 하는 것을 하기보다 내 자신을 위해 즐거운 것을 하기로 결정한 지원은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었습니다. 그녀가 어떤 삶을 선택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제도권에 편입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불안을 떨치고 진정 행복한 삶을 살기로 한 지원을 응원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 삶이 진정한 인생이 될 수밖에는 없기 때문 일 것입니다.

'하이킥3'에는 특별함이 없었습니다. 누군가 대단한 사랑을 하지도 대단한 결과를 내지도 않은 채 그저 무언가를 하는 그런 우리 일상의 또 다른 모습이 지속될 뿐이었습니다. 뭔가 대단한 결과에 집착하지도 않았고 그저 각자의 삶을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을 뿐입니다.

자신이 가장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그건 무척이나 힘겨운 일이지만 자신이 즐거워질 수 있는 일을 추구하는 것만큼 값지고 행복한 일은 없다는 점에서 열린 형식으로 마무리한 '하이킥3'의 결말은 김병욱 사단이 만든 시트콤들 중 최고의 결말이었습니다. 그 어떤 시트콤보다 완성도 높은 마무리를 했다는 점에서도 이번 작품은 김병욱 사단의 성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유일하게 뜨거운 사랑을 보여주었던 지석과 하선의 애절한 사랑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레이첼 야마가티의 'Duet'을 테마곡으로 마지막을 장식한 그간의 에피소드들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사라 브라이트만의 'Arrival'을 사용해 그 가치를 극대화 해주었습니다.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더없이 좋았던 '도착'이라는 곡을 통해 그 긴 여정 동안 그들이 보여주었던 다양한 모습들이 모자이크처럼 이어진 마지막 장면은 시트콤 역사상 가장 아름답고 감동스러운 라스트였습니다. 

 

자극적인 내용이나 파격적인 결말이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결말을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이킥3'는 가장 완성도가 높은 시트콤으로 마무리 될 수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이야기에서 희망을 엿보고 행복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마지막 회였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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