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듯 닮은 윤계상과 백진희의 러브 스토리가 기대된 다
개연성 없는 일에는 놀라거나 반응하지 않는 계상이 자신의 그런 모습이 위기를 자초했다는 설정은 흥미로웠습니다. 짝사랑만 하다 고백도 하지 못한 채 영욱에게 하선을 빼앗긴 지석의 애절한 사랑은 그 자체는 흥미로웠지만 삼각관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제작진들의 치기는 이런 흥미로움도 반감시키고 말았습니다.
직업도 없고 볼품없는 고시원 생활자 고영욱이 신의 직업이라 불리는 철밥통 공무원 박하선과 연인이 되는 것이 불만인 사람은 없을 거에요. 물론 지석이라는 존재가 있는데 연기력이 떨어지는 고영욱이 갑자기 이런 식으로 부상하는 모습이 달갑지 않은 이들도 있을 듯도 합니다.
문제는 전혀 상반된 상황에 있는 이들이 연인이 되었다는 점이 아니라 이런 상황을 만드는 과정에서 제작진들이 선택한 방법이 문제라는 것이지요. 충분한 개연성과 그럴듯함으로 고영욱과 박하선이 연인 관계로 발전하는 과정을 그렸다면 문제없었을 텐데, 그들은 너무 성급하게 그리고 참 단순하고 편리한 방식으로 그들은 연인이라 명명해버렸습니다.
오지랖 넓은 선생들이 합심해 당사자의 마음과 상관없이 무리한 상황들을 만들어 공개연인으로 만드는 과정은 제작진들의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120회로 예정된 시트콤에서 30회를 넘기기도 전에 무리하게 이 둘을 연인 관계로 만들어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가 궁금하고 이런 삼각관계에 조급함을 느낄 정도로 주변 인물들과 관련된 이야기에 자신이 없는 것인지 아쉽기만 합니다.
김병욱 피디가 이야기를 했듯 노인과 아이가 함께 모여 사는 대가족이라는 것이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현실적인 가족 관계를 위해 어린 아이와 노인들을 배제했다고 밝혔습니다. 더욱 그 나이대의 변주는 쉽게 웃음을 줄 수는 있지만 부득이 현실적인 모습을 감안해 젊은이들을 위주로 극을 만들어가려 했다는 그의 말속에는 다양함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노인 문제나 아동들에 대한 문제 역시 심각하기는 하지만, 젊은 세대들이 느끼고 있는 불안들은 그 어느 시대보다 큰 어려움과 힘겨움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20대에서 50대까지 함축된 등장인물들의 모습들은 특별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실직한 가장을 통해 보여주는 가족 문제와 청년 실업과 교사를 통한 학교 문제 등 다양한 주제에 접근할 수 있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시트콤 특유의 재미에 그동안 김병욱 사단이 보여주었듯 사회문제에 대한 고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최적의 틀이 갖춰져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아쉬움이 큽니다.
그동안 높은 완성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고영욱과 박하선의 연인 만들기는 억지스러움을 관철시킨 아집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아쉬움이 듭니다. 이런 상황이 억지스럽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은 이런 상황들은 종종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황을 오해한 이들이 깜짝 이벤트를 만들어주고 이를 통해 프러포즈를 하고 연인이 되거나, 혹은 남남이 되는 상황들이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이킥'이라면 좀 더 색다른 방법 혹은 납득할 수 있는 범주 내의 흥겨움으로 접근했어야 했다는 생각입니다.
학교 앞 무학자 풀빵 장수와 고교 교사인 여성이 사랑을 한다고 문제가 될 것은 없습니다. 하물며 대학 나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고영욱과 고교 교사인 박하선이 연인이 되는 설정이 무리하거나 부당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과정에서 보여준 시청자들의 반발은 아쉬움으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습니다. 이런 아쉬움은 자연스럽게 지석의 애절한 기다림이 특별한 감흥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내상씨의 행동을 보면 좋게 표현해 낙천적이고 나쁘게 본다면 무책임한 존재입니다. 자신으로 인해 처남의 집에서 얹혀살고 있음에도 독립하거나 빚을 청산하려는 노력은 없이 그저 현실에 대한 부당함과 어설픈 감정싸움으로 소일하는 모습은 씁쓸하게 다가오기만 합니다.
이런 그가 계상이 과거 사용했던 소복과 여자 가발을 가지고 가족들을 놀리는 모습들은 재미라기보다는 측은함으로 다가옵니다. 실직 가장이 꼭 방 한 구석에 웅크린 채 가족들의 눈치만 봐야 할 이유는 없지만 이렇게 터무니없이 무책임한 것도 그리 반갑게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긍정적인 에너지보다는 무책임이 주는 반발이 내상씨를 지배하고 있다는 점에서 내상씨의 변화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하이킥3'를 옥죄는 역할을 할 수밖에는 없을 듯합니다.
모두가 놀라는 상황에서도 눈썹 하나 떨리지 않는 계상에 막연한 경쟁심을 불태우는 내상씨는 지인을 통해 좀 더 강력한 무기를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됩니다. 이런 내상씨를 보면서 계상은 좀 더 창의적이고 개연성 있는 상황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까지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집으로 향하던 계상은 누군가 자신을 뒤 쫓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 움직임의 정체는 내상씨일 수밖에 없다는 확신을 한 계상은 개연성 없이 동네 골목에 있는 곰을 발견하고는 일장 연설을 시작합니다. 개연성 없이 골목에 곰이 나타날 리가 없는데 곰 분장을 하고 이렇게 있는 것은 문제라며 아무런 거리낌 없이 곰을 만져가며 특수효과 전문가라서 그런지 그럴 듯하다는 계상에게 곰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따귀로 모든 것을 대신합니다.
계상이 진짜 곰에게 일장 연설을 하는 동안 집 안에서는 내상씨를 포함한 가족들이 동물원을 탈출한 곰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모습은 극단적인 상황에 대한 비교가 주는 흥겨움이었습니다. 앰블런스에 실려 가는 도중 큰 상처로 인해 저승사자를 보게 된 계상은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 이런 말도 안 되는 복장으로 자신 앞에 나타 나냐며 다시 한 번 따집니다.
'스마일 맨'의 비애도 그려졌고 터무니없이 밝고 정직한 계상의 캐릭터 역시 곰 사건으로 인해 완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런 그를 사랑하는 두 여자의 모습 역시 흥미롭게 다가오지요. 아직 고등학생인 지원은 계상이 단순한 의사가 아니라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존재라는 점에서 그를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이와 달리 진희는 현실적인 상황에서 그를 사랑합니다. 의사라는 직업이 갖는 무게감과 외모가 주는 매력에서 20대 여성이 계상에게 사랑의 감정을 품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사랑이라는 감정들이 확대되어 연인 관계가 누군가와 맺어진다면 아마도 백진희가 적격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지난 28회에서 계상에게 여성으로 보이기 위해 무리하게 패드를 가슴에 하고 나와 굴욕을 당해야만 했던 진희의 모습은 최고의 재미를 주었습니다. 우연하게 마주치는 계상을 피해 전봇대에 올라가고 쥐구멍에까지 숨는 진희의 모습은 곰에게 따귀를 맞는 계상과 묘하게 잘 어울립니다. 엉뚱함으로 기존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무너트린 두 사람이 연인이 된다면 과연 어떤 황당한 일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질까? 생각해보면 이들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집니다.
단순히 재미있는 캐릭터라는 점을 떠나서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 속 의사들의 문제와 싸우는 계상이라는 캐릭터는 매력적입니다. 청년 백수의 대변자처럼 등장하는 백진희의 존재감 역시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이들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우리 사회의 가장 어둡고 중요한 현안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들은 '하이킥3'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들이기도 합니다.
필연적인 러브라인들이 구축된다면 개인적으로는 계상과 진희를 통해 말도 안 되는 상황 극 속에서 그럴 듯한 이야기의 연결이 주는 재미를 기대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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