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rama 드라마이야기/Sitcom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36회-백진희의 취업 스트레스 공감 백배라 감동이었다

by 자이미 2011. 11. 16.
반응형
청년백수가 낯설지 않게 된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가장 큰 화두는 취업일 수밖에 없습니다. 재벌들은 권력의 비호를 받으며 해마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지만 고용 없는 성장에 오너들의 돈 잔치만 늘어가는 현실 속에서 청년 실업은 위기감을 넘어 폭파일보직전에 이르고 있다는 점에서 취업이라는 화두는 언제나 화제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행정 인턴 시험 발표에도 기절할 만큼 청년들의 취업 스트레스는 한계에 다다랐다





36회에서는 수정과 지원이 서로의 입장을 바꿔 '만약 이랬다면'이라는 역지사지 상황 극을 통해 그들의 캐릭터를 좀 더 명확하게 시청자들에게 알려주는 에피소드가 방송되었습니다. 현재의 자신보다 타인의 삶이 더욱 좋아 보이는 상황에서 서로의 입장을 바꿔 생활을 해보면 과연 어떤 반응을 할까요?

여전히 지원을 시기하는 수정은 늦은 등교에도 지원이 스쿠터에 함께 타고 가자는 말을 거절합니다. 자신보다 우월한 학업 성취도를 보이는 지원에 대한 수정의 감정은 이기적인 감정 전달이 거부되었다는 것에서 시작했습니다. 그 감정을 여전히 유지하며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지원을 시기하는 수정의 모습도 그 나이 때라면 한번 쯤 보이던 감정들 중 하나입니다.

직설적이고 현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수정과 신중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많은 지원의 성격은 정반대로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 그들이 서로 바뀐 삶을 산다면 어떨까? 라는 이적의 상상력이 극에 스며들며 이야기를 풀어간 이유는 이 둘의 전형적인 캐릭터를 시청자들에게 좀 더 알리기 위함이었습니다.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소외될 수밖에 없는 역이라는 한계로 인해 자칫 모호해질 수 있는 이들을 서로 역할을 바꿔 비교를 해줌으로서 두 캐릭터를 좀 더 깊게 바라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36회에서 보여준 역지사지는 흥미로웠습니다.

청년 세대를 대표하는 백진희의 존재는 무척이나 중요하고 매력적입니다. 가장 중요한 세대이면서도 버림받은 세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힘겨운 세대입니다. 그런 청년들을 대표하는 백진희의 모습에 더욱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겠지요.

대학에 들어서자마자 거의 대부분이 그러하듯 빚을 얻기 시작한 그녀는 졸업도 하지 못한 채 취직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인턴 자리를 얻기도 하지만 황당한 상황들은 그녀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기만 합니다. 취업의 문은 좁기만 하고 발버둥을 쳐도 좀처럼 나아질 것 같지 않은 현실에 갇혀 그 무엇도 하기 힘겨운 세대인 백진희. 살던 고시원에서도 쫓겨나 길거리를 헤매다 겨우 현재의 집인 박하선에게 얹혀살고 있지만 이런 일상이 힘겹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눈치 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너무 착한 이들이지만 자격지심은 진희에게 절약을 강요하게 합니다. 무조건 아끼겠다는 일념으로 하선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하는 그녀의 마음은 많은 이들에게 공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하선의 집을 나와 자신의 힘으로 서고 싶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하지는 않습니다. 아르바이트 자리도 시기에 따라서는 구하기도 힘든 게 현실이고 얻는다 해도 불안한 상황에 고시원 생활도 힘겨울 수밖에 없는 진희에게 보건소 행정 인턴 직은 매력적인 곳이었습니다.

낯설기는 하지만 시험을 위해 열심히 공부했고 주변의 응원에 합격이 가능할 것이라 보였던 그녀는 시험 감독관으로 온 계상에 의해 부정행위자로 쫓겨나는 처지가 되기도 했습니다. 한 문제만 풀면 합격할 것 같았던 그녀는 앞 사람의 답안지 유혹에 흔들렸고 이런 상황을 제지하며 웃으며 떠나보내는 계상이 원망스럽고 밉기만 했던 진희는 이젠 계상의 웃는 얼굴만 봐도 속이 울렁거리기만 합니다.

남들에게 신세지는 것도 한계가 있고 구박이라도 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할지도 모르는데 너무 잘해주는 이들을 위해서라도 백진희에게 이번 보건소 행정 인턴 직 시험은 중요했습니다. 매일 밤을 세면서 식사도 거르며 공부에 집중했습니다. 자신을 도와준 많은 이들을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꼭 합격해야만 하는 그녀는 시험장에서 만난 계상과 여전히 환하게 웃는 그의 얼굴만 봐도 힘들 정도로 계상 콤플렉스에 시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시험처럼 마지막 문제 답이 떠오르지 않는 진희는 다시 유혹을 느끼지만 더 이상 부정한 방법을 동원해서는 안 된다며 기억을 되살려 겨우 모든 문제를 풀고 돌아옵니다.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며 초조해 하는 진희의 모습은 아마도 시험을 본 거의 대부분의 수험생들이라는 공감 100%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주변 사람들은 차분하게 기다리라고 하지만 당사자들에게 그 시간은 피를 말리는 것보다 더욱 긴장되는 시간일 수밖에 없으니 말이지요.

입맛도 없고 불안하기만 한 진희는 바람이라도 쏘이면 좋아질까 집을 나서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계상을 만나게 됩니다. 시험 합격자 발표가 났다면 웃으며 다가오는 계상을 보며 기절해버린 진희는 겨우 깨어납니다. 링거를 맞는 그녀에게 자신의 몸보다 더욱 중요했던 것은 합격여부였습니다. 깨어나자마자 다급하게 계상에서 합격여부를 묻지는 장난 끼만 넘실대는 계상은 "불합격..."이라는 말을 꺼냈다 낭패를 보고 맙니다.

계상에게는 그저 장난스러운 축하 멘트의 시작이었지만 간절하게 결과를 기다려왔던 진희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으니 말이지요. 불합격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서럽게 우는 진희의 모습은 그녀의 현실을 생각해보면 절망에 가까운 상황이었습니다. 무조건 얹혀 살 수도 없는 진희에게 불합격이라는 소식은 절망을 넘어선 지점까지 내달리게 만드는 소식이니 말이지요.

계상의 장난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계상을 나무라며 한없이 우는 진희의 모습에는 우리 시대 청년들의 아픔이 그대로 담겨져 있었습니다. 정규직도 아닌 그저 인턴을 뽑는 시험임에도 밤잠을 설치고 입맛을 잃고 쓰러질 정도로 집중해야만 하는 청년 세대들은 힘겹기만 합니다. 남들에게 신세를 지는 것보다 더욱 힘겹고 어려운 것은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현실입니다. 조금 버티거나 열심히 노력하면 자신의 운명이 바뀔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현재의 힘겨움은 이겨낼 수 있을 텐데 미래에 대한 불확실은 현재의 자신을 더욱 힘겹게 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백진희가 그토록 힘겨워하고 오열을 하는 이유 역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그녀를 지배했기 때문이겠지요. 대기업 합격 여부도 아닌 인턴사원에 목을 매고 살아야만 하는 우리 시대 청년들은 계상의 웃는 얼굴을 보며 불안해하고 울렁거릴 정도로 심각해 내상을 입고 있는 세대들입니다. 기득권을 가진 세대들은 자신들의 몫을 내주기 싫어하고 좁은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야만 하는 청년세대들은 그 시기가 한없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기에 불안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짧은 청년 시절을 보내면 다음 세대들에게 밀리고 기존의 기성세대들에게는 낙오자로 낙인 받을 수밖에 없는 현재의 청년 세대들은 절망이 익숙한 세대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 불안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습니다.

시트콤이기는 하지만 백진희를 통해 효과적으로 청년세대의 힘겨움과 아픔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하이킥3'는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일하고 싶어도 일하기 힘든 세대. 눈높이를 낮출 것을 강요하지만 현실적으로 대학 등록금도 갚을 수 없는 임금에 만족하며 살라는 현실의 강요가 더욱 힘겹게 다가오는 청년 세대들에게 희망은 무엇일까요? 재벌들의 고용 없는 성장에 세금감면까지 하면서 도와주는 정부의 잘못된 판단들은 청년 세대의 고통만 더욱 키우고 있을 뿐입니다. 버림받은 세대가 되어가는 청년들을 대표하는 백진희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