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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Sitcom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4회-백진희 짜장면 같은 88세대 애환이 슬프다

by 자이미 2011.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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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들이 자신들의 캐릭터들을 잡아가며 본격적인 이야기들이 시작되었습니다. 몰락한 자존심만 강한 가장 안내상이 미지의 땅굴을 발견하면서 새로운 전개를 예고했고 88세대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백진희가 엉뚱한 박하선의 집으로 들어서며 '하이킥3'는 시작되었습니다.

짜장면처럼 쉽게 합격하고 탈락하는 인턴 세대 씁쓸하다




시트콤의 핵심은 캐릭터 구축에 있습니다. 초반 얼마나 빠르고 효과적으로 캐릭터가 구축되고 교감할 수 있느냐는 성공을 가늠할 수 있는 조건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하이킥3'는 캐릭터 구축을 안정적이고 효과적으로 축척해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톡톡 튀는 즐거움을 주는 백진희를 시작으로 180도 다른 두 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는 박하선, 오직 자존심 하나만을 가진 안내상과 웃으며 거절하는 윤계상의 모습까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캐릭터들의 만찬은 시트콤을 더욱 흥미롭게 이끌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잃고 거리에 나앉은 안내상 가족은 계상의 집에 머물게 됩니다. 왁자지껄한 지석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안함을 가진 존재임을 명확하게 했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은 다하지만 가족들에게 주목받지 못하는 막내 혹은 둘째의 설움 같은 것을 지니고 있는 체육교사 지석이 과연 기가 쎈 이 가족들 틈에서 어느 정도 자신을 드러낼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윤유선 가족에게 인정받지 못한 결혼을 했던 안내상. 그런 이유로 처가 식구들과 소원했던 그로서는 계상의 집으로 가야 하는 현실이 부담스러웠습니다. 자존심만 센 그로서는 비굴한 자신이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계상이 내민 두툼한 용돈과 모든 것을 마음대로 사용해도 좋다는 말에 모든 감정들이 여름 태양에 눈 녹듯 일순간 사라져 버립니다.

인간이란 하나를 얻으면 두개 세 개를 가지고 싶어 한다고 계상의 집에 안착하게 되자 다른 욕심들을 품게 됩니다. 사업자금을 빌리고, 딸 수정의 유학비와 자신의 가족위주의 방 편성을 위한 처남 둘이 한 방 쓰기 등 무모해 보이는 요구를 건네는 안내상과 이를 지켜보며 기대만 커지는 안내상 가족의 모습과 평정심을 잃지 않고 시종일관 웃고만 있는 계상의 모습은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허허실실 그러나 웃으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하는 계상의 모습은 그가 어떤 식의 활약을 할지를 기대하게 합니다. 자존심만 강한 안내상과는 근본적으로 전혀 다른 이 두 남자가 과연 어떤 호흡과 충돌을 일으킬지는 다양한 사건들이 필요한 시트콤에서는 주요하게 다가올 테니 말입니다.

오늘 이야기의 중심은 3회에서도 정체를 드러냈던 백진희였습니다. 88만원 세대의 애환을 효과적이고 매력적으로 그려낸 백진희가 10초 안에 짜장면을 먹으며 합격시켜주겠다는 사장의 말대로 인턴사원으로 합격하게 됩니다. 굴곡진 인생에 새로운 서광이 비치는 듯해서 잠도 이루지 못하는 그녀는 어렵게 잠든 사이 몽유병이 도져 거리로 나섭니다.


운도 없게 그녀는 마약 거래를 하던 조폭들의 현장까지 다다르게 되었고, 그나마 넘어지며 잠에서 깬 것이 다행이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도망을 치다 잡혀 끌려가던 백진희는 자신이 TV에서 봤던 위기상황 대처법을 그대로 실행합니다, 단순히 "살려 주세요"가 아니라 한 명을 지명해 도움을 요청하라는 말에 따라 삼겹살 집 아저씨부터 상호 명을 들먹이며 도움을 요청한 그녀는 그게 효과를 보며 겨우 위기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앓던 이가 빠지든 시원한 기분으로 회사에 출근하던 그녀는 운명이 장난처럼 회사 앞 건널목에서 도주한 조폭 일행과 마주하게 되지요. 잡혀서는 안 되는 상황. 그녀는 있는 힘껏 도망치기 시작했고 더 이상 도망가기 힘든 상황 그녀가 선택한 것은 커다란 쓰레기통이었습니다. 냄새나는 쓰레기통에 숨은 채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진희는 9시까지 회사에 나오라는 지시를 지키기 위해 서둘러 회사를 향해 달려갑니다. 

다혈질 사장은 신입 인턴사원들에게 축하 인사를 하기 위해 등장해 짜장면을 10초 안에 먹고 입사한 그녀가 10초 안에 이곳에 도착하지 않으면 짤라 버리라고 지시합니다. 이제 회사에 들어섰는데 10초 안에 행사장까지 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있는 힘을 다해 달려가는 진희에게 목적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문이 열린 그곳에 들어서기만 하면 그 지독한 취업의 문을 통과하게 되는 진희는 사력을 다합니다. 하지만 바닥에 떨어진 볼펜을 밟고 넘어지는 진희는 행사장 앞에서 문이 닫히는 아픔을 맛봐야만 했습니다. 

짜장면을 빨리 먹으면 취직시켜주겠다는 황당한 회사는 조금 늦었다는 이유로 가차 없이 그녀를 잘라내고 맙니다. 그만큼 인턴사원이란 쉽게 선택되고 버려지는 존재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에피소드였습니다. 인턴사원 제도는 철저하게 갑인 회사를 위한 제도일 뿐입니다. 업무 능력을 익숙하게 하고 이를 통해 회사와 예비 사원 모두가 효과적인 적응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달콤함은 이미 갑인 회사에게만 유리한 정책임은 분명합니다.

공정한 사회는 곧 공정한 기회를 주는 것이라 강변하는 사장. 그는 자신은 공정하게 백진희에게 기회를 주었다고 합니다. 능력이 없는 그녀에게 짜장면 10초 안에 먹기라는 제안을 했고 이를 성공한 그녀는 기회를 잡았지만 결국 첫 날 늦어 자신에게 주어진 공정한 기회를 놓쳤다는 그의 논리가 과연 맞는 논리일까요?

과연 자신의 회사에서 일할 사람을 사장의 표현처럼 '짜장면'처럼 쉽게 처리할 수 있을까요? 인턴사원이란 그렇게 갑이 아무렇지 않게 뽑고 버릴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이 극명하게 드러난 장면이 아닐 수 없지요. 약자일 수밖에 없는 취업 준비생들은 그렇게 자신의 운명이 파리 목숨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입시가 끝나면 자신에게 화려한 세상이 열릴 것 같지만 지독해진 취업의 문은 대학을 그저 취업을 위한 비싼 학원 정도로 전락시킨 지 오래 이고 모든 갑의 조건을 가진 기업들은 자신들만이 유리한 조건들을 통해 취업 준비생들을 울리기만 합니다. 

사회적인 안정장치도 없는 상황에서 과도한 대학 등록금은 모든 젊은이들을 빚쟁이로 만들고, 창업이 구조적으로 힘들게 되어 있는 사회는 배부른 재벌들이 내세우는 기준의 사람이 되라고 강요할 뿐입니다. 너무 비대해져 몸놀림도 둔해진 재벌들은 수많은 문어발 돈벌이로 인해 사회 전체를 가지려고만 노력할 뿐 자신들의 변화에는 둔한 존재일 뿐입니다. 

창업이 용이하고 이런 도전을 통해 젊은이들이 부자가 될 수 있는 길. 그런 길이 열려 있다면 청년 실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배 권력이 되어버린 재벌들에 의해 우리나라에서는 창업을 통해 부자가 되는 길은 원칙적으로 막혀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나 애플의 스티브 잡스도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면 동네 전파상이나 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자조적인 이야기는 분명한 현실입니다. 재벌들에 의해 철저하게 닫혀있는 기회의 문은 창업을 통한 새로운 부의 창출을 근본적으로 막아서고만 있습니다. 

수많은 중소기업의 아이디어를 강압적으로 빼앗고 성장하는 중소기업을 막대한 자금으로 막아내며 적대적인 M&A를 통해 재벌가의 몫으로 만들어 버리는 상황 속에서 미래는 암울하기만 합니다. 구조적으로 불안하고 부실한 재벌들이 어느 날 무너지면 대한민국 자체가 무너질 수밖에 없는 허약한 상황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 뿐입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고작 회사의 인턴사원이라는 목표에 맞추고 살아야만 하는 우울한 청춘 백진희. 회사에서도 쫓겨나고 두 달 밀린 월세로 인해 고시원에서도 나가야 하는 신세가 된 그녀는 자연스럽게 박하선의 집으로 들어서고 그렇게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은 본격적으로 동굴로 연결된 이들의 이야기로 전개되기 시작합니다.

빚쟁이들로 인해 우연하게 알게 된 미지의 동굴. 그 동굴로 인해 등장인물들은 긴밀하게 연결됩니다. 김병욱식 시트콤에 항상 등장하는 이 기묘한 동굴의 의미는 소통의 역할을 하고는 합니다. 이번에는 이 거대한 동굴이 어떤 역할을 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흥미로운 사건들이 연이어 나올 수밖에 없음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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