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진지해서 오히려 웃겼던 그들의 지식 싸움이 주는 풍자의 재미
졸업을 하고 진로가 결정되지 않은 채 재수를 해야만 하는 종석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합니다. 개학을 해서 학교에 가는 수정의 모습마저 신기하게 다가올 정도로 그에게 이 낯선 상황은 좀처럼 익숙하지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 아버지는 그에게 다시 학교로 가서 청강생으로 있는 것은 어떠냐는 의견을 내고 이런 제안에 화들짝 놀라며 절대 불가를 외치던 종석이 급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지원이 때문이었습니다.
1
폼생폼사 종석이 제발로 졸업한 학교에 청강생으로 다시 가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지원과의 과외 이후였습니다. 이제 고3이 되는 지원으로서는 자주 종석에게 과외를 시켜줄 수 없게 되었고 주말에 한 번 과외를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종석은 흔들릴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민망한 청강생 보다는 단과 학원과 지원의 과외만으로 충분하리라 믿었던 재수 생활은 처음부터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으니 말입니다. 지원이 자신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없다는 사실과 학원에서의 수업이 엉망이라는 사실은 점점 종석을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그를 완전하게 뒤흔든 일은 작은 삼촌에게 전할 물건이 있어 학교에 들르면서부터입니다.
학교가 좋아서가 아니라 그곳에서 만난 지원에 대한 기억이 그를 강하게 이끌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만났던 벤치에 대한 추억과 수업을 하고 있는 지원의 모습을 보면서 한없이 행복하기만 한 자신을 보면서 어떤 선택을 해야만 하는지는 명확해졌으니 말입니다.
수정으로서는 이런 오빠가 엉뚱하고 황당할 수밖에는 없지요. 수업 중에 졸업한 오빠가 교실 밖에서 배시시 웃으며 바라보고 있는 것도 당황스럽고 집에서 마주한 오빠의 가방에서 소주와 화투, 만화책들이 쏟아지는 것을 봐도 답답하기만 합니다. 대학을 가야 할 상황에 재수를 하게 되었으면 공부에 열중해 주었으면 좋겠는데 좀처럼 마음을 잡지 못하는 것 같아 답답하기만 하지요. 당장 엄마 아빠에게 일러 혼쭐이 나도록 해주고 싶지만 그래도 오빠인데 참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수정도 조금씩은 성장해가고 있는 셈이겠지요.
수업 중에 온 오빠의 엉뚱한 문자마저 쿨 하게 받으며 정신 차리라는 말만 할 뿐 이르지 않는 수정의 모습은 오빠를 생각하는 동생의 마음으로 당연해 보였습니다. 문제는 종석이 의도적으로 수정을 이용해 다시 학교로 가고자 하는 마음을 수정이 모르고 있다는 점이지요. 철저하게 계산된 행동들은 당연하게 수정의 욱하는 성격으로 인해 곧바로 학교 행이 정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계속 인내하는 수정으로 인해 종석은 오히려 불안해지기만 합니다.
결국 물리적인 방법까지 동원해 학교 청강생으로 가게 된 종석은 마냥 행복하기만 합니다. 그런 행복을 감출 길이 없어 고개를 숙이고 웃어야 하는 상황이 엉뚱하기는 하지만 지원을 매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종석입니다. 교복이 없다고 하자 나서서 승윤의 교복을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에서 지원에 대한 간절함이 어느 정도인지는 충분히 엿보였습니다.
후배들과 선생님들의 비웃음에도 그가 웃을 수 있었던 것은 지원과 같은 반에서 함께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웃는 종석의 모습에서 첫 사랑을 따 올릴 수 있었던 것은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하게 가치 있었던 것은 오직 사랑이었던 시절을 누구나 기억하고 있기 때문 일 것입니다.
2
보건소에 의사 선생님 한 분이 빠지며 임시 의사로 계상의 친구이자 앙숙인 지훈이 오게 되었습니다. 첫 날부터 치료를 하는 계상의 심기를 건드리는 지훈과 항상 웃기만 하던 계상이 처음으로 화를 내는 모습을 처름 본 진희는 당황스럽기까지 합니다.
언제나 환하게 웃고 환자들에게도 최선을 다하던 계상이 그토록 무섭게 상대를 노려보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에요. 같이 일하고 있는 간호사에게 들은 이야기를 통해서 비로소 왜 계상이 그랬는지를 이해하게 됩니다. 대학시절부터 라이벌 관계였던 그들은 자신들이 모시는 스승에서부터 파가 갈려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전혀 다른 성격과 지향 점을 지닌 그들이 사사건건 마찰을 빚고 이로 인해 서로의 관계마저 경색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연하니 말입니다.
인술을 펼치는 계상과는 달리, 철저하게 과학적인 의술을 펼치는 지훈은 하나가 될 수가 없는 존재였습니다.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계상과는 달리 자신의 능력만이 최고라 여기는 지훈이 친구가 될 수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으니 말입니다. 이런 그들의 충돌이 가장 크게 일어난 사건은 타박상을 입고 온 할머니 때문이었습니다.
절룩이며 들어오는 할머니를 치료를 위해 모시고 가는 계상에게 시비를 거는 지훈으로 인해 둘은 전문 용어를 남발하며 대립을 하게 되고 그들의 다툼은 오해를 만들어 버리기까지 했습니다. 전문용어를 사용하며 격하게 싸우는 그들로 인해 혹시 자신은 죽는 것은 아닌가요? 라고 묻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풍자 때문이겠지요.
의사라는 직업이 현대 사회에서 가장 대접받는 직업군 중 하나라는 점은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인간의 목숨을 다룬다는 점에서 숭고한 직업이며 그만한 대접을 받는 것 역시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부 의사들이 보이는 고압적이고 강압적인 모습들은 환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는 합니다. 오랜 공부를 통해 자신들만의 전문지식을 숭고한 직업 정신을 발휘해 환자에게 최선을 다해주는 것은 어쩌면 그 직업이 가지는 미덕이나 의무 일 것입니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일부 의사들은 철저하게 돈의 노예가 되어 환자들을 차별하기도 합니다. 의술을 단순히 돈 벌이 수단으로 사용하는 그들에게 환자들은 그저 돈으로만 보일 뿐 자신의 숭고한 직업정신을 발휘해야만 하는 대상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의술이란 특별한 직업군이다 보니 일반인들이 그들의 실수나 잘못을 쉽게 잡아내지 못한다는 점에서 스스로를 '신'격하 하는 존재들도 가끔은 등장한다는 점에서 씁쓸하기만 합니다.
계상과 지훈이 벌인 다툼에서 과하게 전문용어를 남발하게 만든 이유 역시 이런 풍자의 영향이었습니다. 과도한 전문용어들이 남발되지만 결과적으로 파스를 붙이느냐 아니면, 냉찜질을 하느냐의 문제였다는 점에서 의사집단들에 대한 풍자는 재미와 함께 다양한 고민들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매 번 다툼만 일삼던 그들이 그나마 화해를 할 수 있었던 일은 종기 때문이었습니다. 완벽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등에 커다란 종기가 난 지훈이 힘겨워 하는 것을 보고 계상이 치료를 자청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종기 제거는 그들이 조금은 더 가까워지는 계기를 마련해주었습니다.
카메오로 출연한 최다니엘이 '하이킥2'에 출연했던 외과의사 이지훈으로 등장해 연결점을 찾고 그 과정에서 유명했던 '하얀거탑'을 교묘하게 패러디 해 '존스홉킨스'마저 희화화 하는 그들의 풍자는 흥미롭기만 했습니다. 세경이는 외국으로 가서 행복한 삶을 살고 이지훈은 '존스홉킨스 성형외과'를 개업했으니 시즌 2에서 먹먹한 마무리를 했던 그들이 시즌 3에서는 서로 만날 수도 있을지도 궁금해집니다. 다시 카메오로 출연해 둘이 연인이 되는 일이 나오기는 힘들겠지만 말입니다.
종석과 최다니엘이 만든 엉뚱 함들은 집착과 애정이 만들어낸 당황스러운 상황들이었습니다. 지원을 사랑하는 마음이 간절한 그는 졸업한 학교에 청강생으로 다시 가기 위해 고군분투를 합니다. 오랜 세월 이어 온 앙숙 관계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자신의 가치관을 주입시키려는 과한 마음이 만든 것이었다는 점에서 종기에서 터진 고름은 그들의 케케묵은 감정들을 어느 정도 풀어내는 계기가 되었을 듯합니다.
청강생으로까지 간 종석이 과연 자신의 바람처럼 지원과 연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보여준 사랑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기만 합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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